독감 걸렸을 때 ‘타미플루’보다 ‘수액’이 더 좋다? 사실은…

◇표준 권고 약제는 '타미플루'… 비용 가장 저렴
독감 치료제의 처방 방식은 유동적이다. 여름처럼 독감이 잘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검사를 거쳐 확진된 환자에게만 처방하지만, 요즘처럼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더 유연하기 때문에 확진 판정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치료제 처방이 수월하다. 38.3℃ 이상이거나 39℃에 육박하는 고열에 근육통·기침이 심할 경우 독감 환자로 의심해 '타미플루'를 급여로 처방할 수 있으며, 필요시 PCR 검사보다는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제는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에 투여를 시작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독감 치료제는 로슈의 먹는 약 '타미플루'와 '조플루자', 녹십자의 정맥주사(수액) '페라미플루' 등 세 가지다. 이 중 타미플루가 2008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허가됐으며, 2년 후 페라미플루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조플루자는 2019년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신약이다.
타미플루는 5일간 하루에 한 알씩 2회, 총 10알을 복용해야 하며, 페라미플루는 한 번의 정맥주사(15분 이상)로 투여가 끝난다. 조플루자는 처방 이후 한 알을 복용하면 즉시 치료가 종료되며, 세 약제 중 유일하게 투여 시 바이러스가 2차 전파되는 것을 막아 '노출 후 예방요법'으로도 쓰인다. 임상에서는 사회 활동으로의 복귀가 특히 시급하거나, 가정 내 추가 감염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조플루자를 권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우선 권고하는 약제는 타미플루다. ▲사용 역사가 길어 임상 근거가 가장 많은 점 ▲건강보험 급여로 사용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점 ▲사용 편의성이 주사제 대비 높은 점 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타미플루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1만원 이내로 사용할 수 있지만, 페라미플루와 조플루자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약가가 각각 7만~15만원, 7만~8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 외에도 일부 주사 공간이 부족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페라미플루를 투여하지 못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에게 약의 효능과 가격 등을 고지받은 후, 환자가 직접 투여하고자 하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특정 약제가 우월하다기보다는 표준성·근거·사용 편의성 때문에 1차 치료제로 타미플루를 사용하고 있다"며 "세 약제의 각각 장점과 비용을 설명하고, 환자가 고를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미플루, 탈수 증세 심한 환자에게 사용… 즉시 완치는 어려워
타미플루와 페라미플루는 모두 '뉴라미니다제'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이다. 뉴라미니다제는 독감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데 필요한 효소다. 독감 바이러스는 몸에 침입한 후 세포 안에서 증식한 뒤, 밖으로 빠져나가 복제되면서 질병을 일으킨다. 뉴라미니다제는 이때 바이러스가 세포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가위'같은 역할을 하는 효소로, 두 약은 이 효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음으로써 독감 치료 효과를 낸다. 두 약 모두 복용 후 하루~이틀 정도는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타미플루보다는 수액을 한 번 맞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해 더 비싼 비용을 내고 페라미플루를 선택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두 약은 기전이 완전히 동일한 약이다. 즉, 타미플루로 치료가 안 되는 독감은 페라미플루로도 치료되지 않는다.
타미플루보다 페라미플루가 더 권장되는 경우는 탈수 증세로 인해 알약을 복용하면 심한 구역·구토를 겪을 우려가 있는 일부 고령자나 어린이에 한정된다. 유병욱 교수는 "수액을 맞아서 탈수 증상을 완화해 몸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의 증식을 즉시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타미플루 복용 이후 조플루자 추가 복용 안 돼
조플루자는 독감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효소인 '중합효소 산성 엔도뉴클레아제'를 억제하는 약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이라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이 mRNA의 생성을 돕는 효소가 엔도뉴클레아제로, 이를 억제하면 발병 초기부터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복제가 이뤄지지 않아 증식을 차단할 수 있다. '바이러스 공장'의 가동을 초기부터 막아버린다는 뜻이다. 타미플루·페라미플루와 달리 1회 투여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조플루자 또한 타미플루의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2차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는 약은 아니다. 기전은 다르지만, 임상적으로 시너지 또는 추가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처음 복용한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약의 효과를 의심하기보다는 입원 이후 폐렴 합병증처럼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검사를 받는 것이 적절하다.
한편, 일부 개원가에서는 더 빠른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페라미플루 수액과 비타민C 영양수액을 함께 처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이윤을 남기기 위한 목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병욱 교수는 "페라미플루에 비타민 수액을 혼합해 판매하는 것은 약물 농도의 안정성 때문에 의학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며 "비타민C가 감기를 일부 예방하거나 앓는 기간을 짧게 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독감은 감기하고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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