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글쓰기] 남편이 지은 배추 농사, 내년 예약도 끝났어요
[정현순 기자]
"언니네 배추 맛있데요."
"OO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
"OO씨가 언니네서 배추 샀잖아요. OO씨가 김장했는데 맛있다고 해요. 내년에는 나도 언니한테 부탁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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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배추 밭 남편이 정성스럽게 농사 지은 배추 밭 |
| ⓒ 정현순 |
밭에만 갔다 오면 속상한 속내를 비추기도 했었다. "배추가 병이 나서 자꾸 뽑아버리면 우리 먹을 것도 없겠네" 하니 남편은 "그래도 우리 김장할 것은 있지. 우리가 김장을 많이 하지는 안잖아"라고 말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11월로 들어서면서, 몇 년 전부터 남편의 배추를 꾸준히 사 먹은 이웃들도 나만 보면 "언니 올해는 우리 줄 배추 있어요?" 하고 묻곤 했었다. 나도 정확한 답을 할 수가 없어서 "남편에게 물어보고 답해줄게" 했다. 남편의 주말농장은 남편 또래 몇 명이서 농사를 지어 난 잘 안 가본다. 농사 뿐아니라 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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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추와 무 남편이 직접 농사지은 무와 배추 |
| ⓒ 정현순 |
난 그에게 그대로 말했다. 그는 "언니 만약 괜찮으면 5포기 더 줘요" 한다. "그건 나도 장담 못 하는데" 했었다. 그런데 배추를 뽑아온 날 다행히도 예상보다 많이 수확할 수 있었다. 속도 나름 꽉 찼다. 그동안 남편의 정성이 통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마다 가서 확인하고 돌보아주었으니 말이다.
A집에 배달 가는 중 남편은 "이 배추는 황금 배추라고 꼭 말해" 한다. A에게 파와 무, 배추 몇 포기를 덤으로 더 주었다. 국 끓여 먹으라고. 배추가 예상보다 잘 되었지만 누구 한 사람에게 몰아 줄 수는 없을 정도여서 남은 배추와 무도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겨울에 국 끓여 먹으라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들은 잘 먹겠다고 하면서 한결같이 내년에는 미리 예약해야겠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우리 배추로 김장을 한 A를 만났다. "언니 덕분에 김장 잘했어요, 배추가 아주 맛있어요.배추 속도 상한 것이 한 포기도 없었어요. 내년에도 부탁할게요" 한다. "그거 황금 배추라 맛있는 거래" 하고 잊고 못 했던 말도 해주었다. 배춧국을 끓여 먹었다는 다른 이웃들 몇 명도 "내년에는 미리 부탁해야지" 한다. 전문 농사꾼이 아닌 남편의 농사 솜씨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남편에게 "이젠 힘들 텐데 농사 그만 짓지" 하면 남편은 "농사가 내 유일한 취미 생활이야. 내가 힘들면 알아서 그만둘 거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한다. 내년 김장배추 A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예약받았다고 말해주니 남편은 싱글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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