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무서워 투자 꺼리시나요…다시 그리는 재테크 지도
불안한 원·달러 환율 기조에 투자자 고민도 깊어진다. 투자 전문가들은 주식 부문에선 대형 수출주 중심의 투자를 조언한다. 동시에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달러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달러화 자산을 섞으라고 설명한다. 또 단기적인 원화 강세 전환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환헤지 상품을 적절히 섞어야 할 때라고 덧붙인다.
‘달러 RP’ ‘파킹형 ETF’ 주목
환차익·이자 단기운용처 인기
이코노미스트 등 거시경제 전문가도 향후 환율 방향성을 두고선 전망이 제각각이다. 다만 올해까지는 현재 수준 환율이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예상 속도보다 느려진 편”이라며 “미국 기관투자자의 유동성 회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동성 회수는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채권 등 자산을 매각해 현금(달러)화하는 현상이다. 이들의 투자 자산 중엔 한국 자산 시장도 포함된다. 한국 자산을 팔면 원화를 받게 되고, 이를 달러로 환전한다. 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구조다. 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가 연말까지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미 투자 확대 역시 달러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 환율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혹은 달러 파킹형 ETF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단기 투자 상품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금리를 더해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하루 이상만 예치해도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발생 환차익은 비과세다. 자산가들이 해외 주식 투자용으로 환전해둔 달러 예수금을 단기간 굴릴 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이자 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달러 RP 선호도가 높아진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외화 RP 잔고는 30억3000만달러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단기적으로는 달러 RP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해당 자금을 활용해 미국 주요 지수 ETF를 꾸준히 적립하는 투자자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RP 상품 투자 시 주의할 점도 있다. RP 상품은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라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또 달러 가치 하락 시 환손실로 인한 손실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달러 파킹형 ETF도 눈길을 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18일 기준 미국의 무위험 지표금리인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을 기초지수로 삼는 국내 ETF 6종 전체 순자산은 1조5124억원을 기록했다. 11월 들어서만 순자산 규모가 1000억원가량 불어났다. SOFR이란 미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반으로 매일 산출되는 무위험 지표금리다. SOFR을 추종하는 ETF는 안정성이 높은 대표적인 달러 파킹형 상품으로 구분된다.
신현진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달러 강세로 인한 고환율 시기에 달러에 투자하는 초단기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상승했다”며 “달러 투자와 월배당,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적절한 환헤지도 고려해야
방어형 포트폴리오 구축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 환율 방향성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시적-사이클적 관점에서는 원화 강세 구간이 전개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현재 환율이 고착화됐다는 지표들도 있다”며 “금이나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자산 분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쉽게 말해 환율 방향성을 뚜렷하게 예상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특정 자산에 집중하기보단 안전자산으로 투자자산을 분산하라는 의미다.
안전자산 중에선 특히 금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가격 하락세 국면이지만 2026년 반등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미국 경제의 상방(인플레이션)·하방(고용 위험) 리스크가 병존하고 있다”며 “고용 시장 하방 리스크가 안전자산 수요를 높이는 가운데 연준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따른 물가 상방 위험은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의 매력을 키우는 요소다. 그런데 금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적절한 환헤지의 필요성도 언급된다. 국민연금 개입 등으로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어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이제는 적절한 환헤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TF 시장에선 환헤지형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는 단계다. 환헤지형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차단하는 거래 방식이다. ETF 상품을 둘러보면 상품명 뒤 (H)가 붙은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이 상품이 환헤지형이다. 여기서 H는 헤지(Hedge·울타리)의 약자다. 예를 들어 나스닥이나 S&P500 등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 ETF의 경우 환율이 수익률에 직결된다. 반대로 환헤지형은 이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코스콤ETF체크에 따르면 11월 18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종합채권ESG액티브(H)’와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H)’에는 각각 448억원, 30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주식 부문선 수출주 선호
실적 모멘텀 겹친 반도체
증시로 눈을 돌리면 수출주에 시선이 쏠린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 경우, 수출 기업은 달러로 벌어들인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영업이익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형 수출주 중심의 비중을 늘리면 좋다”며 “특히 반도체는 실적 개선이 겹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이익 모멘텀은 글로벌 빅테크가 설비투자(CAPEX) 확대와 맞물린다. 빅테크 설비투자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용도로 풀이된다. 이를 고려하면 빅테크 설비투자 확대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시장에 긍정적 요소다. 전력기기도 대표 수혜 업종이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건설은 전력 수요 확대로 이어져서다. 미국 내 전력 수요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최근 ①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② 장거리 송·배전 설비 수요 확대 ③ 이상 기후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성 해소 등의 이유로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하는 단계다. 특히 노후 전력 인프라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미국 전력 송전망과 발전소 변압기 중 70%는 설치된 지 25년 이상 지났다.
조선업도 눈길을 끈다. 선박 건조 대금을 주로 달러로 받아서다. 또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 비율이 높아지는 데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객실당 10억’ 부르는 게 값… K호텔 ‘르네상스’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단숨에 10억 번다고?”...과천 로또 분양 나온다- 매경ECONOMY
- 변수는 호텔 부족…생숙·임대주택에 꽂힌 외국 자본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청량리 자가 갖고 싶어요”...앉아서 10억 버는 무순위 ‘줍줍’- 매경ECONOMY
- AI 메모리 ‘다크호스’…왜 HBF인가- 매경ECONOMY
- ‘사상 첫 흑자전환’ 강한승 쿠팡 대표, 북미 총괄로…박대준 단독 체제 전환 [재계톡톡]- 매경E
- ‘새 먹거리’라더니…헬스케어 두고 엇갈린 네카오- 매경ECONOMY
- 노후 아파트 이젠 리모델링보다 리뉴얼?- 매경ECONOMY
- 기업 화두로 떠오른 GEO 마케팅 ‘꿀팁’…챗GPT가 좋아하는 것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배당소득 분리과세 새 구간 신설…50억 초과에 최고세율 30%-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