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소뱅 찜한 AI 금융…美日서도 선전 비결은 [내일은 천억클럽]
투자 혹한기에도 350억원의 거액을 수혈받으며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이 있다. 해빗팩토리다. 누적 투자액만 694억원에 달하며, 투자자 라인업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 벤처캐피탈(ZVC),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굴지의 투자사들이 포진했다.

AI 증강 상담으로 생산성 8배↑
해빗팩토리는 2016년 설립된 핀테크 기업이다. 대표 서비스는 인슈어테크 플랫폼 시그널플래너다. 이용자가 보유한 보험 내역을 불러와 과하거나 부족한 보장을 정밀 진단하고, 전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최적의 대안을 제시한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객관성이다. 설계사의 감이나 판매 수당이 아닌, 철저히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추천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보험 상품의 약관과 보장 내역을 정교하게 정보 체계를 구축(DB화)했다. 최근에는 보험을 넘어 주택담보대출, 연금 자산 관리, 가계부 서비스까지 아우르며 글로벌 금융 슈퍼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해빗팩토리의 성장세는 숫자로 증명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8% 급성장했고, 지난 1분기에는 창사 이래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매출 목표 달성 가능성과 연내 흑자전환에 주목한다. 정윤호 공동대표는 “AI를 활용한 영업·운영 효율화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해빗팩토리의 AI 핵심 역량은 뭘까. 증강 상담(Augmented Advisory System)이다. AI가 고객 대화와 기록을 분석해 요약하고, 설계사 판단을 보조함으로써 생산성을 6~8배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이해를 돕기 위해 아주 유능한 ‘천재 요리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요리사는 ‘생성형 AI’다.
아무리 미슐랭 3스타급 천재 요리사(AI)를 데려와도, 냉장고 속 재료들이 흙 묻은 채로 뒤죽박죽 섞여 있다면 어떨까? 요리사는 파를 다듬고 고기를 찾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할 것이다. 대부분 기업이 겪는 문제가 이것이다. 좋은 AI는 도입했지만, 정작 데이터를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은 것이다.
반면 해빗팩토리는 재료 손질(데이터 구조화)에 목숨을 걸었다. 이들은 보험 계약 1000만건, 담보 데이터 1억2000만건, 상담 180만건, 메시지 3000만건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바로 쓸 수 있게 분류하고 가공해뒀다.
재료 손질과 자동화된 주방이 갖춰지니, 경쟁사가 천재 요리사(AI)만 데려온다고 해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격차, 즉 ‘해자’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상담·언더라이팅·계약 관리가 하나의 AI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강력한 진입장벽이 됐다.

日선 네이버·소뱅 ZVC가 지원
최근에는 해외 시장 개척에 열심이다. 정 대표는 “미국 사업을 통해 자사 AI 역량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시장 검증은 마친 단계”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은 속도, 비용, 투명성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여전히 중개인(브로커) 중심이라 대출 승인까지 통상 30일이 걸리고 수수료도 높다. 해빗팩토리는 AI 언더라이팅(심사) 자동화 기술을 통해 대출 업무 소요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7일로 단축했고, 중간 비용을 없애 시중 은행보다 최대 0.7%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누적 대출 금액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조지아, 텍사스, 네바다, 워싱턴 등 5개 주에서 렌더(Lender) 자격을 확보했다. 이는 미국 전체 모기지 시장의 약 34%를 차지한다. 다음 전략은 더 많은 주로 진출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이 틈을 AI와 데이터 기반의 효율화로 재정의해 AI 모기지 운영 표준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 시장은 디지털 이식 전략을 쓴다. 최근 해빗팩토리에 투자한 제트벤처캐피탈(ZVC)은 든든한 우군이 돼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일본은 디지털화 수요는 분명한데 공급자는 준비되지 않은 시장”이라며 “한국과 미국에서 검증된 AI 금융 모델을 현지화해 단순 진출이 아닌 AI 금융 운영체계 자체를 수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ZVC와의 시너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우리가 0에서 1을 만들었다면, 일본에서는 ZVC의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10에서 100으로 확장하는 단계”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빅테크 공습·인지도 열세는 숙제
물론 해빗팩토리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위협은 빅테크의 공습이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해빗팩토리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열세다.
플랫폼 의존도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재 해빗팩토리의 상담 프로세스는 카카오톡 등 외부 메신저 플랫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결국 자체 앱인 ‘시그널플래너’ 내에서 고객이 머무르고 활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록인(Lock-in·자물쇠) 전략’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소비자의 금융 생활 전반에서 최적의 선택을 돕기 위해 연금, 절세, 가계부 등 각종 혜택을 주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금융을 이해하고, 관리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상품을 잘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금융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세상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엮는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려고 한다는 것이 해빗팩토리의 포부다.
“AI 기술 플랫폼으로 평가”…글로벌 금융 OS 될 것
해빗팩토리는 사업모델 특례상장 제도를 선택한 동종 업계 아이지넷과 달리, 수익성 중심의 일반상장 트랙을 밟을 예정이다. 다만 신경 쓰이는 점은 아이지넷의 주가 흐름이다. 아이지넷은 공모가 7000원에 상장했지만 11월 중순 기준 1800원대로 내려앉았다. IPO 과정에서 동종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비교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해빗팩토리 몸값도 낮게 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해빗팩토리는 이런 시장 인식을 바꾸기 위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문 인력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어 비용 통제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익성도 비례해 개선될 수 있는 점 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해빗팩토리의 최종 비전은 AI가 금융의 구조를 재정의하는 글로벌 운영체계(OS)에 있다.
정 대표는 “금융 산업의 비효율을 기술로 해결하고, 고객이 금융을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핵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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