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 교섭 분리, 가상 시나리오 보니…"상이한 요구로 부담 커져"[노란봉투법 잘 실행될까]③

세종=이동우 2025. 11. 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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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판단 관건
노동위 판단 따라 다양한 교섭 분리 가능
복수 교섭 테이블 맞이한 원청 부담 커
"각 노조의 상이한 요구 충족 어려울 것"
'산업 안전' 의제 핵심 사항 떠오를 수도
산업안전보건·중대재해처벌법 연동 가능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원청과 하청 간 교섭 단위 분리 여부가 향후 노사 지형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발표한 노조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교섭 창구 단일화가 원칙이지만,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개정 노조법을 근거로 교섭 단위 분리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판단 여부에 있다. 노동위는 이를 근거로 하청 노조의 근로조건과 이해관계 등을 살펴 원청 노조와의 교섭 분리 신청 여부를 받아들일지 판단한다. 만일 교섭 분리 신청을 인정할 경우 원청은 실질적인 교섭을 위해 의제 설정부터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내년 3월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른 노사 교섭의 가상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교섭 분리로 복수 교섭 테이블 앉게 된 원청

2026년 3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한 직후, 중견 자동차 부품 제조사 AK모터스(가상, 원청 기업)와 해당 공장의 사내 하청 업체 D파트너스 노조 간 첫 교섭 분쟁이 발생할 상황에 놓였다. D파트너스 노조는 원청이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반면 AK모터스는 이를 거부하고, 원청 노조와 함께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라고 요청했다.

이 경우 D파트너스 노조는 노동위에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하청 노동자와 원청 정규직은 직무·근로형태·고용구조가 다르므로 하나의 교섭 단위로 묶일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면서다. 노동위는 원청과 하청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고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해야 한다. 심의 핵심은 원청이 하청 근로조건에 미치는 지배력 범위에 있다. 노동위는 하청의 작업일정·물량배정·안전관리체계·공정변경 등에 원청이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를 집중 조사해야 한다.

향후 시나리오는 노동위 결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우선 노동위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직무 내용과 근로조건 결정 구조가 현저히 다르다고 판단해 교섭 단위 분리를 결정할 경우다. 이 경우 AK모터스는 원청 노조와 별도로 D파트너스 노조와 독립적인 교섭을 해야 한다. 원청이 교섭에 불응하면 부당 노동행위로 간주해 지도 및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가장 현실성 높은 분쟁 구조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교섭권 범위와 사용자 책임 범위, 이해관계 등이 다른 만큼 분리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하청 노조로선 원청에 여러 가지로 교섭을 요구하려 할 테고 이 과정에서 원청 노조와 별개로 활동할 수 있다"며 "한 곳에서 이런 사례가 생기면 앞으로 계속 퍼져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원청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복수의 교섭 테이블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하청 노조의 교섭 의제 중 원청이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분야인 ▲안전보건 ▲작업공정 ▲물량배정 ▲작업속도 ▲노동강도 등은 원청이 직접 협상해야 할 공산이 크다. 김 교수는 "원청 사용자에게 다양한 교섭 요구가 이어지면서 1년 내내 교섭이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노동위가 이해관계 차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분리 교섭을 거부할 경우, D파트너스 노조는 원청 노조와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소수 노조인 하청 노조의 교섭 영향력은 크게 떨어지고, 사실상 원청 사용자-원청 노조 중심의 교섭 구조가 유지된다. 복수 노조일 경우 뽑게 되는 교섭 대표를 원청 노조가 맡으면서 이들이 교섭을 주도하게 되는 식이다.

하나의 원청, 다수의 하청업체 부담 가중

더 복잡한 상황은 하청 노조가 다수인 사업장의 경우다. 예컨대 D파트너스 하청 노조 외에 AK모터스에 2개의 하청 노조(E, F 업체)가 더 존재하고, 이들 모두 각각 독립된 교섭을 요구할 때다. 노동위가 D, E, F 하청 노조의 직무, 이해관계, 노조 특성 등이 현저히 달라 하청별로 교섭 단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원청인 AK모터스는 3곳과 각각 교섭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양한 특성을 봐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예컨대 원청 내 3개의 하청 노조가 있다면 교섭 단위가 3개 생길 수도 있고, 2개 생길 수도 있고 전체로 하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전적으로 노동위가 결정한다. 노동위가 각 하청 노조에 원청과 개별 단위로 교섭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경우 원청은 이에 따라야만 한다.

이 경우 원청은 각기 다른 테이블에서 요구사항을 조율해야 한다. 한 테이블에서 합의한 내용이 다른 테이블에서 추가로 요구될 위험도 존재한다. 세 하청 노조는 각기 다른 직무, 근로조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고, 원청은 각기 다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한 노조와의 합의가 다른 노조의 추가적인 요구를 불러일으키는 등 경우에 따라 연쇄적인 파업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원청이 각 하청 노조의 상이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워 교섭 부담과 분쟁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교섭 시 '산업 안전' 의제 복병 될 수도

경영계 일각에선 노란봉투법 시행 초에 본격적인 교섭이 진행될 경우 '산업 안전' 의제가 핵심 사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산업 안전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넓게 인정되는 대표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하청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안전 관리 체계는 대부분 원청의 작업 속도 지시 및 안전 설비 배치 등에 의해 좌우되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위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연동해 산업 안전 의제의 원청 교섭 의무를 폭넓게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율촌 신일식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노조가 노동조합법 제92조 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을 노동쟁의의 범위에 포함시켰다"며 "단체 협약에 포함된 안전 보건 조치를 원청이 즉각 이행하기 어렵거나 이행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하청 노조는 이를 근거로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노동법 분야 변호사는 "똑같은 상황에서 일하는데 원청 근로자는 안전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진 반면 왜 우리(하청)는 안 갖춰져 있냐고 하면서 안전 예산을 달라, 설비를 갖춰달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다"며 "판례 등을 보면 산업 안전 분야에서 원청 지배력을 인정하는 사례들이 있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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