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호텔 격전지 된 서울 [스페셜리포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5. 11.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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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튀기는 매도자

“사대문 안은 부르는 게 값”

호텔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M&A 시장은 매도자 우위(Seller’s Market)로 완전히 돌아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사대문 안 호텔은 금값”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매물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과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 명동이다. 두 호텔은 이미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명동 로얄호텔도 4성급이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알짜 입지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반면 넘치는 수요를 확인한 매도자들은 몸값을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모건스탠리가 캡레이트(부동산의 순영업이익을 자산가치로 나눈 비율. 투자자가 1년 동안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률) 6% 수준, 2000억원대에서 인수를 검토했으나 계엄이라는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협상이 멈췄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호전되자 매도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은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며 재매각에 나섰다. DL그룹이 소유한 글래드 여의도와 삼성 호텔 역시 600실 규모 패키지로 4200억원(객실당 약 7억원) 수준을 호가하며 시장의 간을 보고 있다.

진영수 삼일PwC 금융부동산부문 이사는 “최근 호텔 소유주는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3~4년 뒤 성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길 원한다”라며 “소위 ‘꿈의 가격’을 부르는 셈인데, 반면 매수자는 고금리 상황을 고려해 철저히 현재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려 하니 이 간극 때문에 딜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깨지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확실히 상황이 반전된 건 과거처럼 ‘급매’는 사라졌고 이제는 제값을 넘어 ‘프리미엄’을 줘야만 살 수 있는 시장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아만·리츠칼튼 상륙

서울은 글로벌 럭셔리 격전지

호텔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럭셔리(최상위급) 브랜드의 대거 한국 상륙이다. 과거 “한국 시장은 럭셔리 브랜드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진출을 꺼렸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앞다퉈 서울 도심 재개발 지역에 ‘깃발 꽂기’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31년 사이 서울에 둥지를 트는 브랜드 면면은 화려하다. 메종 델라노는 2026년 강남구 옛 라마다서울 호텔 부지에 아시아 최초로 진출한다. 서울역 북부역세권에는 한화 건설부문이 유치한 홍콩계 초고급 브랜드 만다린 오리엔탈이 2029년 문을 연다. 남산 힐튼호텔 부지를 개발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오타 서울’ 내 호텔 운영사로 2031년 리츠칼튼을 다시 불러들인다.

강남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 부지에는 ‘호텔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아만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 유엔사 부지에는 로즈우드(2027년), 용산 전자랜드 부지에는 쉐라톤(2029년) 등 글로벌 체인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들이 서울로 몰려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서울 등 기존 5성급 호텔 대다수가 지어진 지 40~50년이 지나 노후화된 반면, 구매력이 높은 미국·대만 관광객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컬리어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 5성급 호텔 객실 요금은 해외 주요 도시 대비 여전히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며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과거 외국계 자본이 한국 호텔을 볼 때는 부실채권(NPL) 성격의 저평가 자산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기회주의적’ 접근을 했다면, 지금은 한국 호텔 시장을 ‘장기 관점에서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노정석 사이먼쿠처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펀드는 최근 한국 호텔을 일본 도쿄나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핵심 코어(Core)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단기 차익보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며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노리는 ‘연기금형’ 자금들이 서울의 트로피 에셋을 찾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형 딜이 성사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높은 몸값과 ADR(객실평균단가) 고공행진이 지속 가능할까. 리조트골프장 마케팅세일즈 전문회사 ‘세일즈앤테일즈’의 박태일 대표는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박태일 대표는 “외부 요인(코로나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및 혐한령 등)이 없다고 가정할 때, 5성급 호텔 ADR은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라며 “양극화가 뚜렷한 시장 속에서 5성급 호텔은 차별화된 인적 서비스를 바탕으로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럭셔리 호텔의 등장은 시장 전체의 가격 상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국 삼일회계법인 금융부동산 부문 파트너 역시 “2025년 하반기 기준으로 시장 내 대형 매물의 거래는 거의 다 마무리돼가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다소 과열된 성향이 있긴 하지만, 향후에도 호텔의 우수한 운영 효율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거품 붕괴보다는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진단했다.

ARA자산운용이 인수한 콘래드 서울.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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