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종묘, ‘제2의 청계 장벽’ 피하려면

세운지구 재개발이 촉발한 종묘 대전(大戰)에서 자주 거론되는 건물이 하나 있다. 세운3구역에서 2023년 2월 완공된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 1·2단지다. 공동주택인데, 건물 두 동에 1022가구가 산다. 가구 수가 보여주듯 밀도가 상당히 높은 건물이다. 90m(27층) 높이 건물이 청계천 변에 일렬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청계천을 걷다 보면 위압감이 상당해 ‘청계 장벽’이라고 회자된다. 을지로 일대 보존과 재생 이슈를 밀어내고 재개발한 건물이 결국 이 정도 수준인가.
더욱이 최근 논란이 되는 종묘 앞 4구역은 최고 높이 142m로 개발할 계획이다. 당장 SNS에서는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을 뻥튀기해서 세운4구역에 세운 이미지가 나돌았다. 90m 청계장벽도 거북스러운데, 142m 종묘장벽이 앞으로 지어질 테니 종묘의 장래가 암담하다는 것이다. 물론 세운4구역에 지어질 건물은 더 높지만, 건폐율(대지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 비율)은 훨씬 낮아 장벽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세운지구 개발 후의 경관 시뮬레이션을 공개하기 전까지 이 이미지는 SNS를 상당히 달궜다.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허가받았다. 세운상가 일대 재생사업이 한창이던 2015년 첫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2019년 착공했다. 당시 4구역은 최고 높이 72m로 추진됐다. 3구역도 최고높이를 90m로 제한했다. 서울 내사산(內四山) 중에서 가장 낮은 낙산(125m)을 기준으로 그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기준 때문이다. 그 결과 상업지역의 높은 용적률을 채우기 위해 빽빽한 건물이 들어섰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이 종묘보다 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도 지적한다. 2023년 수원 화성 외곽으로부터 500m로 뒀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높이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성곽 외곽으로부터 200~500m 구역의 규제 권한을 수원시 도시계획으로 넘겨 사실상 높이 제한을 없앴다. 앞으로 ‘화성 뷰’를 가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현재 수원시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종묘 사태를 되돌아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정쟁이 판친다. 세운3구역에서 봤듯 높이만 규제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관건은 높이가 아니라 방향이다. 역사도시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낡은 도심을 어떻게 새롭게 살아나게 할 것인가. 이제는 정쟁을 넘어서, 과거와 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은화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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