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대 주가가 1년 만에 13만원 ‘껑충’ 어디?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5. 11.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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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료 AI 시총 1위 씨어스테크놀로지

K의료 AI 시장의 ‘왕좌’가 바뀌었다. 웨어러블 AI 진단 모니터링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가 주인공이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최근 시가총액 약 1조 6000억원을 돌파, 그간 부동의 1위였던 루닛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의료 AI 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 1년 새 이 회사의 주가 추이는 더욱 극적이다. 지난해 11월 4000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11월 13만원대를 넘겼다.

반전 계기는 3분기 실적 공시다. 11월 14일 공시된 씨어스테크놀로지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3분기에만 매출 157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 9억8000만원, 영업손실 35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1500% 폭증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간 K의료 AI 시장이 ‘수익성’의 물음표를 떼지 못했다. 이와 달리 씨어스는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국내 의료 AI 기업 최초의 ‘연간 흑자 기업’ 등극을 확실시했다.

대형 병원에 납품이 급증하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견인하고 있는 ‘씽크’. (씨어스테크놀로지 제공)
씨어스는 어떤 회사

이영신 대표 16년 뚝심…‘씽크’ 대박

씨어스테크놀로지는 2009년 8월 이영신 대표가 설립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이다. 이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 석사 출신으로 현대전자, 전자부품연구원(KETI) 등을 거친 엔지니어다. 그는 현재 회사 지분의 26.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생체신호 분석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활용한 ‘IoMT(Internet of Medical Things)’ 플랫폼 기술이다. 2024년 6월 19일,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주력 사업 모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웨어러블 심전도 분석 솔루션 ‘모비케어(mobiCARE)’다. 국내 최초로 구독형 심전도 분석 서비스를 도입해 현재 10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58만건 이상의 누적 검사를 시행했다.

둘째는 이번 실적 폭증의 주역인 ‘씽크(thynC)’다. 2021년 출시한 AI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이다. 무선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중앙감시장치에서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 발생 시 알람을 제공한다. 눈길 끄는 점은 씽크의 매출 비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모비케어와 씽크의 매출 비중은 비슷했으나, 올해 들어 씽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3분기 누적 매출 239억원, 전체 매출의 86%를 이끌었다.

43% 이익률 어떻게 가능?

대웅제약 ‘윈윈’ 전략 통했다

씨어스테크놀로지의 3분기 성적표에서 가장 주목할 숫자는 ‘영업이익률 42.7%’다.

이런 높은 수익성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비밀, ‘플랫폼 레버리지’와 ‘윈윈(Win-Win) 구조의 영업 전략’이 숨어 있다. 쉽게 말해 씨어스는 K의료 ‘고속도로’를 까는 데 성공했다. AI 알고리즘, 웨어러블 기기, IoMT(사물인터넷) 플랫폼 같은 핵심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든다. 씨어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3년 222%에 달했을 정도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 자금이 모자라자 지난해 6월 코스닥 상장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그렇게 고속도로(플랫폼)를 깔고 나니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병원, 병상)가 한 대 늘어날 때마다 추가 비용은 적게 들지만, 톨게이트비(매출)는 그대로 들어온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00% 폭증하는 동안, 이미 구축된 플랫폼의 고정비 부담은 급격히 낮아졌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연구개발비 비중은 14.65%로 급감했다.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소모품을 자체 생산·공급한 점도 높은 이익률 비결이다. 씨어스는 GMP, ISO13485 인증을 받은 자체 제조 인프라를 통해 핵심 제품인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물론, 피부에 붙이는 일회용 점착소재·전극까지 직접 생산한다. 플랫폼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 소모품 매출 혹은 원가 절감 효과가 함께 커지며, 전체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씨어스가 높은 이익률을 올린 두 번째 비결은 ‘대웅제약’과의 이해관계 극대화다. 올해 매출 중 98.9%가 대웅제약 한 곳에서 나왔다. 이는 단순한 ‘매출 몰아주기’가 아니라, 양 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전략적 결과다.

과거 씨어스는 ‘씽크’ 솔루션을 병원에 직접 판매하려 했으나, 기술력은 있어도 전국 수천개 병원을 뚫을 영업망이 부족했다. 반대로 대웅제약은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 영업망을 가졌지만, 팔아야 할 무기가 필요했다.

여기서 씨어스의 신의 한 수가 나온다. 바로 보험 수가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씨어스는 대웅제약 영업사원에게 “병원에 가서 비싼 기계를 팔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병원 입장에서 ‘돈 버는 기계’를 대신 좀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웅제약 영업사원은 이런 논리로 병원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원장님, ‘씽크’ 시스템을 도입하십시오. 비용이 드는 게 아닙니다. 이 기기를 설치하면, 환자 1명당 ‘심전도 침상감시(E6544)’나 ‘원격 심박 감시(EX871)’ 같은 보험 수가를 매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병원은 환자 안전도 챙기고, 저희 솔루션 도입으로 오히려 추가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은 병원, 대웅제약, 씨어스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였다. 병원은 환자 관리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에는 청구하지 못했던 보험 수가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비용’이 아닌 ‘수익원’을 파는 것이라 영업이 훨씬 수월했다. 전국 영업망을 통해 ‘씽크’ 도입 병상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씨어스 입장에서는 직접 영업에 드는 막대한 판관비 없이, 대웅제약이라는 단일 파트너를 통해 전국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며 40%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인 모비케어. (씨어스테크놀로지 제공)
변수는 없나

지나치게 내수 편중

물론 변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웅제약과 지나친 밀착관계가 한편으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와 대웅제약에 만에 하나 의견을 달리한다면 수익 모델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지나친 내수 중심 매출 구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해외는 이런 모니터링 시장이 미국 외에는 만들어진 곳이 거의 없고, 미국은 ‘아이리듬(iRhythm)’이라는 강력한 경쟁사가 있어 해외 진출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 수가 정책 변경 위험도 있다. ‘씽크’와 ‘모비케어’의 핵심 경쟁력은 기존 보험 수가 청구다. 그런데 이 시장에 여러 경쟁사가 들어와 보험 지출액이 커질 경우 수가 삭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 의견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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