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있는데 '새끼야'라고 불러요"... 우리가 외면해온 '이들'
본 글은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주최한 '2024 제2회 감정·비정규 노동자 수기 공모전' 수상작 중 하나로, 공공기관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의 동의하에 오마이뉴스 게재용으로 일부 편집·구성하였습니다. <기자말>
[부산노동권익센터]
상대의 삶을 알고자 할 때 상대의 눈을 깊숙이 바라봅니다. 그와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없기에 말보다 눈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각으로 대화하려 합니다. 언어가 달라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면 그들의 눈을 바라봅니다.
저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앳된 얼굴의 동티모르 친구 두 명이 사무실에 찾아왔습니다. 나이는 스물, 스물하나로 형제입니다. 형인 에릭이 저의 두 눈을 응시하며 천천히 또박또박 말합니다.
"사업장을 바꾸고 싶어요.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 제게 이름이 있는데 사장님이 계속 새끼야, 씨** 이라고 불러요. 너무 힘들어요. 어제는 제가 실수해서 나무 막대기로 때리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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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티모르 형제와 상담하는 장면 CHAT GPT로 제작되었음 |
| ⓒ 부산노동권익센터 |
"저는 조그마한 회사를 차려서 운영하고 싶어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지금은 너무 불행해요. 선생님이랑 이렇게 얘기하면 행복한데 회사 가면 너무 힘들고, 슬프고, 불행해요".
베트남 노동자 6명이 출입국 외국인청에 잡혀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출입국 외국인청에 도착했을 때 회사 관계자는 이미 도착해있었고, 다행히 이달 말일까지 임금과 퇴직금, 미지급 연차수당까지 지급해 주겠다며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베트남 노동자 외 캄보디아 노동자 5명도 잡혀 이미 여수외국인출입국청에 옮겨진 상태라고 했습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여성 외국인이 줄지어 들어왔습니다. 전부 형광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수갑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들어오는 그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고,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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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청 CHAT GPT로 제작하였음 |
| ⓒ 부산노동권익센터 |
코 앞에 있는 벽을 단번에 없애줄 수 없지만, 곁에서 벽이 허물어질 때까지 함께 두들겨 줄 수 있는 품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미나는 호텔에서 약 6개월간 청소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침대 시트를 갈다가 침대 모서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습니다. 팔에 큰 골절상을 입습니다. 미나의 나이는 65세입니다. 미나는 20년 가까이 한 회사에서 통역 및 상담 업무를 해왔습니다. 퇴직 후에도 쉬지 않고,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홀로 가족도 없이 타지에서 평생을 일하다 다쳤는데 미등록으로 체류 중이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때까지 모은 돈은 본국 가족과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해서 병원비로 지출할 수 있는 큰돈은 없을 것입니다. 병원비, 치료비도 걱정이고, 한동안 일을 하지 못하니 자신의 앞길이 막막할 것입니다. 많이 놀라고, 무서웠겠다는 말을 건네니 미나가 아이처럼 한참 동안 엉엉 울었습니다. 미나의 등에 손을 올리고 어린아이 대하듯 토닥토닥 달래줍니다. 호텔 측과 병원 원무과와 합의 후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신청했습니다. 미나가 살아온 삶이 어떤 삶인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녀가 곧 떠날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따뜻한 배려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고자 하고자 합니다.
조블린의 집에 초대되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려 골목과 골목을 거닐어 커다란 철문이 있는 주택에 도착합니다. 안에 들어서니 조블린의 친구들과 그의 자녀들이 옹기저기 모여 있었습니다. 10평 남짓의 오래된 주택 안에 8명이 침대에 누워 있거나 소파, 식탁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조블린의 남편은 필리핀으로 강제출국을 당한 후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조블린이 사건을 위임했고, 제가 그 사건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조블린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이전 결혼이주여성으로 입국하기 위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고, 조블린과 이혼하고자 했습니다. 조블린은 비자를 유지하고 싶었고 남편은 이혼하지 않는 조건으로 조블린이 남편의 400만 원 상당 임플란트 수술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5년이 넘도록 그에게 매월 10~15만 원의 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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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모여있는 사람들 CHAT GPT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
| ⓒ 부산노동권익센터 |
제가 만나는 이주노동자는 그저 저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돌보며 힘든 일상을 살아가길 원합니다. 저는 그들을 사회적 약자로 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정이나 연민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저희와 같은 대우를 받고, 좀 더 안전하게 편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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