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 반대·한미훈련 축소'…李대통령, '한반도 평화' 최종 목표는?
北 대화 테이블 앉히는 것부터 '난항'
자세 낮출수록 野에 '안보의식' 빌미만
대북 정책 '전환~유지' 갑론을박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줄곧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고 나오기 위한 유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모양새다. 흡수통일 반대, 평화체계 구축 시 한미연합훈련 축소 시사 등 메시지는 오히려 야권이 '안보관'을 의심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단계적 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첫 단추인 북한의 대화 의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문제는 원론적인 담론을 되풀이하는 것이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대화·평화·공존 갖추고 통일 이야기"…北 '묵묵부답'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입장을 밝혔지만, 특히 점진적·단계적 통일론이 핵심인 '대북 정책'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일단 대화하고, 평화 공존하고, 그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총회에서 공개한 교류협력(E)·관계정상화(N)·비핵화(D)를 통한 'END 이니셔티브' 기조를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는 '비핵화'를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류를 통해 신뢰 회복을 우선하고, 최종적으로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해 통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대통령 취임 170여일 동안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적대심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는 물론 외교 무대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조를 구하며 북한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은 빌미가 잡히는 건건이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대화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관세 합의에 따른 팩트시트와 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은 북한을 더욱 자극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에 명시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두고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치한 평가"라고 했다. 더욱이 미국이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을 두고선 "자체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며 "이것은 불피코 지역에서의 핵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적대심 표출에 대통령실은 적대 행위가 아니라고 해명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오해를 풀기 위해 흡수통일론을 비롯해 북한 체제 인정,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유화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의 대화 의지를 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야권으로부터 '안보의식'을 의심받는 상황에 몰렸다.
이 대통령은 기내 기자간담회 당시 "남북 간의 평화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한미 연합훈련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할 것", "우리가 흡수통일 그런 얘기를 왜 하나, 흡수통일 할 생각 없다", "대북방송은 쓸데없이 왜 하나" 등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쟁점에 대해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메시지를 보냈다.

北 러브콜이라지만…野 과한 저자세에 '안보의식' 비판
북한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묵묵부답이고, 오히려 야권이 "반헌법적인 발언이자 북한의 심기만 살피는 듯한 태도"라고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실상 이 대통령이 북한의 마음을 열기 위한 유화책을 강화할수록 야권에 '안보의식' 문제 빌미만 제공하는 모습이다.
북한에 소위 러브콜을 보내기 위한 메시지라고 해도, 대북 단파 방송이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다며 "바보짓"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은 과도한 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해 3월 싱가포르의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리포털'의 보고서를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주민 99%가 국제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고 '광명망'으로 불리는 내부 통신망(인트라넷)에만 접속가능하다. 북한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들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모든 통일정책을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통일 방식 전반을 열어두고 흡수통일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대통령이 스스로 중요한 통일정책 선택지를 폐기한 것은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북 방송 대응을 두고도 '국가의 업보' '바보짓' 등 북한의 심기만 살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더 이상 북한의 반응만 살피는 접근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이익과 주권을 최우선에 두는 책임 있는 대북 정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야권의 비판 속에서도 남북 관계에 자세를 낮추는 이유는 통일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통일이 최종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단순히 헌법 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에 명시된 책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 단계적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 정부에서 펼친 대북 정책이 실패한 만큼, 진보 정부의 정책을 계승·발전시켜 단기적 관점을 넘어 장기적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END 이니셔티브'에 맞춰 북한과 교류해 관계를 정상화시킨 이후 비핵화로 끌어내 최종적으론 통일을 성사시키는 절차가 거쳐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유일한 대화 채널이 될 수 있는 북미 대화도 미국이 '비핵화' 의지를 버린다면 마주 앉을 수 있다고 조건을 제시할 정도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 정책' 딜레마…北 요지부동에 기조 전환 필요성도
결국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기조가 통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되기 위해선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반대로 북한이 이 대통령 임기 내내 대화를 거부할 경우,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두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현재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야권의 요구대로 정책을 전환할지다.
다만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입장이 사뭇 엇갈린다. 현재 북한은 대화의 문을 열고 있지 않음에도 이 대통령이 압박식으로 대화를 요구할 경우, 평화를 부정하는 측이 북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도 인내를 가지고 기조를 유지하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이번 해외 순방 등에서 외국 지도자와 만나 한반도 평화 얘기를 했지만, 북한이 반응을 하지 않으니 평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사실은 큰 의미가 없는 공허한 담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어느 정도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에서 남측은 대화 재개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반면 북한은 계속 거부하고 안 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평화를 깨는 것은 결국 북한 잘못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현재 위기는 서로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면서 "이 대통령이 바늘구멍이라도 꿰뚫으면서 가겠다는 것은 대화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선진적 조치도 하겠다는 것인데, 이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현재 무시하고 무관심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우리 헌법가치는 평화지 않는가, 현재 단계에선 인내가 없으면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국민 주권정부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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