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개들은 어디에 있는가?

정윤영 2025. 11. 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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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과 도살로부터 구조된 이후의 삶을 묻는다

[정윤영 기자]

 구조 직후 보레를 찍은 모습
ⓒ 카라시민행동
우리는 '너무 자주 개들을 실망시킨다'.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클라이브 윈 저, 2019)에서 저자는 '지극히 사교적인 존재'인 개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어 하루 종일 '주인'을 기다리는 것을 '가둬두는 것'으로 보고 '가장 잔인한 행위', 그리고 그것이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개들의 생활 표준'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소위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도 동물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러 동물단체들이 2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들은 주인한테 학대당하는 개들, 개농장에서 처참한 삶을 살다가 도살되는 개들과 개번식장에서 평생 강제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끝내 버려지는 개들을 '구조'하고, 펫숍이 동물착취산업이라는 것, 동물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 메시지와 함께 똥오줌이 범벅된 뜬장에서 겁에 질린 개와 고양이를 데리고 나오는 활동가들의 헌신은 개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꽤나 움직였고, 그 마음은 후원금으로 이어졌다. 동물단체들은 어느 시민단체보다 시민들의 후원과 응원을 후하게 받았다. 활동가 몇 명이 운영하던 단체는 활동가 몇 십명, 후원금 몇 십억이 훌쩍 넘는 대형단체로 성장했고 그만큼 '동물복지'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2019년, 동물권 단체 케어에서 구조한 동물 200여 마리가 집단 안락사됐다는 내부고발이 나왔고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논란이 일자 같은해 1월 당시 케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락사는 최소한의 양심적 행위"라며 "내가 만약 무책임했다면 약물비나 사체처리 비용 들어가는 안락사 대신 아무나에게 입양보내는 것을 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어는 끊임없이 개들을 구조하며 동물의 살 권리를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구조된 개들을 감당할 수 없어 죽인 것이다.

케어 사태 이후 동물운동은 '안락사'라는 말에 위축되고 민감해진 것처럼 보였다. 안락사라는 말의 원래 의미와 살처분이라는 말이 뒤죽박죽 섞였다. 정말로 안락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안락사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는 분위기가 됐다. 그럼에도 동물단체들은 구조를 멈추지 않았다. 구조해야할 개들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안락사가 금기시된 동물운동, 개들을 구조한 단체들은 이 개들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동물권행동 카라는 학대와 학살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2020년 설립된 더봄센터는 '입양ON 펫숍OFF' 등의 메시지와 함께 동물들의 입양기회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왔다. 학대도 학살도, 약물죽임도 없는 보호소, 카라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2025년, 카라노조가 더봄센터에 있는 개들 관련, "지금도 구조 동물 40여 마리를 하루 평균 20시간씩 가둬두고 (이동장을) 사육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카라 운영진은 "켄넬에 사육을 한 것이 아니라 사회화 교육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하루 20시간 감금은 동물보호법상 사육·관리 의무 기준에 비춰 적절치 않고 국제 동물복지 기준도 켄넬 사회화 훈련 시간은 하루 20시간이 아니라 최대 3~4시간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 장면은 현재 동물운동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구조'되어 보금자리로 온 개조차 하루종일 이동장 속에서,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주인'을 기다리며 '가장 잔인한'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구조는 끝이 없고, 더봄센터에는 더는 동물들이 있을 곳이 없다. 더봄센터조차 갈 수 없는 개들은 '위탁소'로 보내진다. 카라와 계약을 맺었다는 경기도의 한 위탁소에만 40여 마리의 개들이 있다. 위탁소는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검은 농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좁은 견사마다 한 마리씩 들어가 있다. 사방은 모두 벽으로 막혀 있어, 개들은 바깥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감옥이다. 독방이다. 이 개에게 죄가 있다면,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일까?

독방에는 그 흔한 톱밥이나 이불도 없다. 하루종일 좁은 독방을 빙글빙글 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개의 발자국이 흔적처럼 새겨져, 바닥에는 둥근 원이 생겼다. 감옥에 갇힌 개들이 우는 소리와 길게 자랐을 발톱으로 바닥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끝이 없었다.
 카라에서 구조한 개 보레가 견사 안을 계속 돌고있는 모습을 어렵게 찍을 수 있었다. 사진제공 카라시민행동
ⓒ 카라시민행동
농막을 찢고 문을 다 뜯어버리고 개들이 산으로 도망갔으면 했다. 아니다, 그래봤자 시보호소에 잡혀 갈 것이고, 입양이 안 될 것이고, 결국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있는 게 나을까? 구조된 개들, 주인 없는 개들에게는 살처분과 감금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것일까.

학대와 도살로부터 '구조'되어 살아나왔으나 팔리지 않고 먹히지 않았을 뿐 개들의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강제임신과 출산은 없었지만 하루 20시간을 이동장에 갇혀 있기도 하고,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위탁처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주인없는 개는 어디에 살든 환영받지 못한다. '구조'된 개도 사정은 같다. 죽거나 혹은 갇히거나.

최근 위탁소에 갇힌 보레의 영상이 기사(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10889)에 나자, 카라측은 <경향신문>에 "모두 조작된 것"이라며 "해명자료와 자제요청공지를 올릴 것이니 참고해 달라"고 했다. 언론에 보내온 카라측 입장 그 어디에도 보레에 대한 염려, 위탁소에 있는 동물의 안전과 삶에 대한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농막으로 둘러싸인 위탁소는 처참했다. 그 안에서 짖고, 긁고, 울고, 뱅글뱅글 도는 동물들의 목소리와 눈빛은, 그들의 삶은 더 처참했다. 카라측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했다.

지금 카라 대표와 운영진이 해야할 유일한 것은 해명이나 자제요청이 아니라 개들과 회원들에 대한 사죄, 그리고 사퇴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구조되어도 갈 곳이 없는 개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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