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일, 77시간 일했다"는 어느 쿠팡 노동자의 '야간 배송' 해법

이진민 2025. 11. 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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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열린 '야간노동 증언대회'... "정상적인 수수료 체계와 야간 배송 품목 지정 필요"

[이진민 기자]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 자료집에 기재된 쿠팡 야간조 택배기사 일과
ⓒ 민주노총 제공
"야간 근무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는데 왜 막느냐는 질문도 자주 듣습니다.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이유의 다수는 소득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논의해야 할 질문은 '왜 위험한 노동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는가'입니다." - 이혜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쿠팡의 '새벽배송' 논란에 택배 노동자를 비롯한 야간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도한 야간근무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불필요한 야간노동을 줄이고 불가피한 야간노동에는 건강한 교대제 설계, 건강보호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의료·공항·제과제빵·생활폐기물 처리 등 여러 업종의 야간노동자들은 직업별 야간노동의 문제점과 대책을 짚었다. 김소영 화섬식품노조 SPC삼립지회 지회장·소형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처장·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실장·이송범 전국택배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정윤지 보건의료노조 아주대의료원지부 사무장은 패널로 참여했다.

문제적인 야간노동? 쿠팡만의 일 아니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증언대회에는 간호사, 공항 보안경비 노동자, 제과제빵 노동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이 참석해 야간노동 실태와 건강 위험을 털어놓았다.
ⓒ 민주노총
인천공항 보안경비 노동자인 소형은 사무처장은 "공항 보안경비를 위해 3조2교대 교대 근무를 해온 지 21년 차"라며 "현행 근무 형태에 따라 보안경비 노동자들은 연속 야간 노동을 하며 심각한 건강 질환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근-주근, 야근-야근, 비번-휴무' 근무 형태상 이틀 연속 야근 근무가 강제돼 노동강도와 위험 질환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것이 소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이어 "실제 올해 인천공항 노동자 두 분이 야간근무 도중 돌아가셨고 세 분이 뇌심혈관질환으로 쓰러졌다"고 털어놨다. 또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 수술을 받거나 야간근무 도중 과로로 인한 뇌전증 발작으로 응급실 이송된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소 사무처장은 "연중무휴 운영되는 인천공항을 노동자들이 건강히 지키려면 연속야간노동의 폐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6년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해 온 정윤지 사무장은 "간호사의 야간 교대 근무는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노동이지만, 노동자들의 건강과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차원의 간호인력 야간노동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열악한 인력 조건으로 무용지물"이라고 전했다.

정 사무장은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한 병원에서 안정적인 교대제나 슬리핑오프제도 확립 등 다양한 형태의 야간노동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간호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있다"며 "이제 국가와 사회가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날 증언대회를 공동주최한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제보건기구와 여러 연구기관은 반복된 야간노동이 심혈관질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최근 잇따른 야간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간노동을 노동자의 개인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다양한 업종에서의 필수 노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한 만큼 이들을 위한 보호가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야간 배송 논란? 해법 있다" 택배 노동자의 제안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증언대회에는 간호사, 공항 보안경비 노동자, 제과제빵 노동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이 참석해 야간노동 실태와 건강 위험을 털어놓았다.
ⓒ 민주노총
이날 증언 대회에서는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새벽배송' 당사자들의 발언도 이뤄졌다. 지난 8월까지 쿠팡 야간 배송 일을 했던 이송범 사무국장은 "이미 쿠팡은 다른 택배사보다 노동조건과 노동강도가 심하기로 유명하다"며 "다른 택배사에서 사라져가는 다회전배송, 배송마감 시간 강요, 분류작업 강요 등이 이뤄지는 곳이 쿠팡"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야간 배송 기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자도 자도 피곤하다' 같은 말"이라며 "나 또한 6일 연속 근무를 했을 때 주 77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만성적인 피로를 유발하는 야간의 장시간 노동은 뇌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2023년 군포에서, 2024년 남양주에서, 최근 제주에서 야간 배송노동자의 사망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러한 쿠팡 야간 배송에 대한 해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며 "내가 야간배송하는 택배 상품 중 1/3 정도가 신선 식품이다. 3단목재 서랍장, 홈트레이닝 제품 등이 꼭 새벽시간에 받아야 할 택배 상품이냐"고 반문했다. 더해 "쿠팡이 정상적인 수수료 체계를 갖추고 반드시 야간 배송을 해야 할 품목을 지정하는 등 현재 배송 체계를 변경하면 현재 논란이 되는 야간 배송 노동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증언대회에는 간호사, 공항 보안경비 노동자, 제과제빵 노동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이 참석해 야간노동 실태와 건강 위험을 털어놓았다.
ⓒ 민주노총
이혜은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병원, 소방, 경찰처럼 밤에도 불가피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이뤄지는 야간노동의 상당수는 기업의 효율과 소비자 편의를 위한 노동으로 불가피한 노동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야간 근무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는데 왜 막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며 "하지만 다양한 조사 결과 야간 노동을 선택하는 이유의 다수는 소득이다. 야간수당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필요한 논의는 '왜 위험한 노동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는가'이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수많은 연구에서 야간노동의 건강영향이 밝혀졌고 한국에서도 뇌심혈관 질환 산재 판정 시 야간근무는 일반 노동시간의 30%를 가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해 "프랑스, 핀란드, 네덜란드,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 야간노동을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도 밤에는 쉬는 사회, 건강한 관계와 삶이 가능한 사회로 향하도록 제도와 논의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날 증언대회를 앞두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분야에서 야간노동이 많아지면서 추락사 같은 사고성 재해만큼 많은 야간노동 사망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야간근무에 대한 문제제기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현장에서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야간노동을 단순히 노동자 개인의 선택권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며 "이들이 저임금을 타개하고자 야간노동을 선택한다는 구조적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및 노동권 보호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증언대회에는 간호사, 공항 보안경비 노동자, 제과제빵 노동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이 참석해 야간노동 실태와 건강 위험을 털어놓았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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