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던 이웃의 반전, 평범한 주택가 집어삼킨 비극
[김형욱 기자]
2023년 6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시의 한 조용한 주택가. 한적한 밤중을 가르며 울린 총성은 이웃의 일상이 얼마나 손쉽게 비극으로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듯 동네 전체를 뒤흔든다. 닫힌 현관문을 두드리던 젊은 흑인 여성에게, 집주인 백인 중년 여성이 총을 발사한 것이다. 피해 여성은 끝내 사망했고, 그녀 뒤에는 네 아이가 홀로 남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완벽한 이웃>은 이 충격적인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뒤에 도사리던 구조적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한다.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이력에 걸맞게, 이 작품은 관객을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사건 한가운데 서 있는 이웃의 시선으로 이동시킨다.
영화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라는 육하원칙을 차근히 따라가며 사건의 표면 아래를 파헤친다. 처음엔 개인 간의 다툼처럼 보였던 일이 어느 순간 인종, 지역사회, 법적 틀까지 휘말린 거대한 파문이 되었다는 걸 관객은 점차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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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완벽한 이웃>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길 건너편에 사는 흑인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시끄럽게 논다는 이유로, 수전은 처음엔 경고를 하고 그 다음에는 '무단 침입 금지' 팻말을 세우며 압박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았고 개를 산책시키며 그녀의 잔디밭에 배설물까지 남겼다고 한다. 심지어 누군가 자신을 위협하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해 맞은편 가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상황은 완전히 다르게 전개된다. 이웃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문제가 있는 건 수전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 그중 네 아이들의 어머니 아지케 오웬스 역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수전이 오기 전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전은 사유지도 아닌 공간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제한하려 했고, 심지어 어느 날에는 아이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하고 태블릿까지 빼앗았다고 한다.
이 갈등은 단순히 층간 소음 같은 일반적 분쟁이 아니라, 생활 공간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일방적 적대에 가까웠다. 영화는 이 과정을 경찰들의 바디캠 영상으로 풍부하고 현실감 있게 엮어내며, 관객에게 판단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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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완벽한 이웃>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수전은 신문 과정에서 "문 밖에 있는 여성이 나를 죽이려고 해서 너무 두려웠다. 나도 모르게 총을 집어들어 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 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강력한 'Stand your ground law', 즉 정당방위법이 그녀의 방패가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찰도 단번에 기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조사에서 드러난 건 전혀 다른 진실이었다. 수전은 상황을 과장했고, 일상적인 이웃 분쟁을 적대와 공포의 서사로 바꿔 말했으며, 아지케의 행동은 그녀가 말한 것처럼 '죽음의 위협'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그동안의 다툼은 우발적 분쟁이 아니라 점점 축적된 적개심으로 설명해야 더 자연스러웠다. 결국 수전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되었고, 25년형을 언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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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완벽한 이웃>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이 사건은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시끄러울 수 있고, 수전 역시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불편함이 정당한 폭력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상대가 인종적으로 약자인 순간, 정당방위라는 법은 누구를 더 보호하는가?" "우리는 이웃을 어떻게 상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카메라는 특정 인물을 악역으로 만들기보다 이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감정·오해·이해 부족·지역사회의 균열을 꺼내 놓는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점차 깨닫게 된다. 비극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아주 작은 오해, 작은 불편, 작은 차별들이 쌓일 때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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