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 마루노우치처럼 종묘 개발하자? 번지수 잘못 짚었다
[임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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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묘 정전 지난 주말(23일) 들린 종묘. 종묘는 조선 왕조의 제의 공간으로서 역사적, 정신적 가치는 건물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
| ⓒ 임병식 |
유네스코는 서울시 계획은 종묘의 가치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며 한국 정부에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공식 요구했다. 영향 평가는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라면 따라야 하는 국제 기준이다. 이를 무시하면 한국은 세계유산 관리 능력을 의심받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다리 건설을 강행했다가 2009년 세계유산에서 삭제됐다. 드레스덴 시민들은 다리를 얻었지만, 도시 브랜드와 국제적 위상은 잃었다. 이번 사안은 기관끼리 권한 다툼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는지 드러내는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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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전에서 바라본 하늘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남산 쪽 하늘은 시원하게 열려 있다. 그러나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이 공간에 40층 높이 고층 빌딩이 들어설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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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역 마루노우치 도쿄역과 고쿄(황궁)을 잇는 마루로우치 주변에는 고층 빌딩이 형성돼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그러나 도쿄역과 한 왕조의 정신문화가 켜켜이 쌓인 종묘를 나란히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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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 천단 중국 정부는 명청시대 황제가 제사를 지낸 천단과 천단 주변 경관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주변에 경관을 해치는 고층 건물은 법적으로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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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경관을 공공재이자 국가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24일 오전 기자와 통화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임저스틴희준 교수는 "개발업자가 고층 개발을 제시하면 서울시는 걸러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서울시가 나서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여론 수렴 없이 강행하니 황당하다"면서 "많은 나라에서는 경관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뷰 컨트롤(경관 규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은 명예가 아니라 책임... 지금 필요한 건
지난 주말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남산 쪽 하늘은 훤히 열려 있었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 40층 건물이 들어선다고 생각하자 숨이 막혔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숨이 막히느냐"고 반문했지만, 종묘에라도 다녀오고 그런 주장을 하는지 묻고 싶다. 누구라도 종묘 앞에 40층 건물이 들어서면 개방감은 사라지고, 제의적 상징성이 훼손된다는 데 공감한다. 다시 말하지만 종묘는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조상과 하늘을 잇는 의례 공간이다.
종묘 시야가 가려지면 수백 년 축적된 유산을 영구적으로 잃는다. 개발 이익은 10~20년이면 소진될 수 있지만, 세계유산 경관을 잃는 손실은 회복 불가능하다. 도시는 다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종묘의 시야는 한 번 가리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이 사업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 기준인 55~71.9m 범위에서 개발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문화 선진국을 자처한다. 세계유산을 대하는 태도에서 후퇴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대하는 한국의 인식 수준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명예가 아니라 책임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개발 속도를 늦추고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모으는 일이다. 나아가 보존과 개발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사업 지연에 따른 재산상 피해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용적율을 높여주는 방식은 근시안적이다. 종묘의 하늘을 지키는 것은 존재 방식과 공간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다. 서울이 세계도시로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길도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임병식씨는 국가유산청 정책자문위원(순천향대학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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