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한 달...문재인정부 시즌2? [스페셜리포트]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 약발이 벌써 떨어진 것일까. 대책 발표 후 불과 한 달이 지났지만 집값은 다시 불안해지는 양상이다.
마포, 용산, 성동, 광진구 등 한강벨트 중심으로 집값 오름폭이 커지는가 하면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는 중이다.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경기도 구리, 화성 동탄신도시에는 풍선효과가 나타나 정부는 부랴부랴 추가 규제지역 지정 카드를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잡기 위해 수십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문재인정부 시즌2’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한강벨트 신고가, 비규제지역도 급등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대책 시행 이후 주택 거래가 뚝 끊겼다. 서울 자치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를 서울 전역에서 시행한 지난 10월 20일부터 11월 16일까지 28일간 서울 아파트 거래 허가 신청 건수는 3381건으로 직전 28일(8309건) 거래량보다 60%가량 급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어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축소했다. 대출 규제도 더욱 강화했다.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대출이 제한된다.
강력한 규제로 주택 거래는 줄었지만 집값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 지역 집값은 다시 반등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 올랐다.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셋째 주(20일 기준) 0.5%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11월 둘째 주 오름세가 0.19%까지 줄어들다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성동, 광진구 등 한강벨트 지역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성동구는 한 주 새 상승률이 0.37%에서 0.43%로 높아졌고, 양천구(0.27% → 0.34%), 광진구(0.15% → 0.18%) 등의 오름폭이 확대됐다.
경기도에서도 성남시 분당구(0.47%), 광명시(0.38%), 과천시(0.35%) 등 주요 지역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로 갭투자가 막혀 거래량은 줄었지만, 집주인이 호가를 내리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고가 주택 위주로 신고가 거래도 이어졌다. 부동산 중개 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시행 이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신규 규제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66건 나왔다. 이 중 61%에 달하는 40건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자양우성7차 전용 84㎡는 10월 18일 17억9500만원에 주인을 찾아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 달여 전인 9월 24일 매매가(17억원) 대비 1억원가량 오른 시세다.
강남권에서도 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59㎡가 지난 11월 4일 31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58㎡ 역시 10월 30일 33억원에 손바뀜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한신로얄 전용 81㎡도 10월 28일 직전 최고가보다 2억5000만원 비싼 31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고가 거래가 잇따르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도 연일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부동산 중개 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11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거래 금액은 15억2988만원으로 9월(12억1107만원) 대비 3억원 이상 뛰었다.
아파트 매물이 급감한 점도 매매가 상승 요인으로 손꼽힌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0월 15일 7만4044건에서 최근 6만4218건으로 급감했다. 약 한 달 새 1만건가량 감소한 셈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9만건대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히고 거래도 줄었는데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고 좀 더 지켜보자는 움직임”이라며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 3구 희소가치가 높아져 현금이 풍부한 실수요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풍선효과도 심상찮다.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경기도 구리, 화성 동탄신도시 주요 단지마다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중이다.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16억9000만원에 손바뀜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구리시 대장주로 손꼽히는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같은 평형도 12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 화성이나 구리 지역은 풍선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며 “일부 지역 규제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머지않아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10·15 대책이 등장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자 정치권도 시끌시끌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대책 발표 이후 급감했다”며 “한강벨트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데다 매매 가격 상승폭이 다시 확대돼 정책 실패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정작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전세 1억~2억 ‘쑥’…경기로 확산
10·15 대책 발표 이후 전월세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는 등 부작용도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13일 104였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월 10일 104.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강북 지역은 104.3에서 104.7로, 강남 지역은 103.6에서 104.1로 각각 올랐다. 전세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을 토대로 수요·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지표다. 기준선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연일 오름세다. 지난 10월 13일 101.7이었던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11월 10일 102.3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북은 101.2에서 101.6로, 강남은 102.1에서 102.9로 각각 올랐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6단지 전용 84㎡는 기존 전세금 7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 오른 9억원에 재계약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난은 경기권으로 점차 번지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어려워져 전세로 수요가 몰리자 경기도 전셋값까지 밀어올리는 연쇄 효과가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1월 16일 기준 경기도 전세 매물은 1만9922건으로 한 달 전(2만836건)에 비해 4.4% 줄었다. 규제를 피한 지역의 전세 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고양시 일산동구(-22.7%), 수원시 권선구(-21.2%), 안양시 만안구(-20.3%) 등에서 한 달 새 전세 매물이 20% 넘게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연일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경기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로, 전주(0.09%)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해 10월 둘째 주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수원 영통구(0.41%), 광주시(0.36%), 구리시(0.34%) 등 주요 지역 전셋값이 급등세를 보였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DMC호반베르디움더포레3단지 전용 70㎡는 최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두 달 전 동일 면적 전세 가격(4억7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높다.
KB부동산이 집계한 경기도 전세수급지수 역시 올해 6월 139.2에서 10월 154.6으로 치솟았다. 2021년 10월(158.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100을 초과해 숫자가 커질수록 전세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은 7만4741가구로 지난해(11만3708가구)보다 34%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엔 6만6013가구로 더 줄어든다.
이 와중에 월세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서울 전월세 거래는 7만24건으로, 이 중 월세 거래가 4만6144건(65.9%)에 달해 전세 비중(34.1%)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월세 비중(1~9월 누적)은 2023년 56.6%, 2024년 60.1%, 올해 60%대 중반으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서울 평균 월세도 1년 전 126만원에서 14.2%(18만원) 올라 144만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감소 → 전세 가격 상승 → 월세 전환 증가 → 월세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이 갱신권을 사용해 전세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대출 규제 강화, 갭투자 제한으로 가을 이사철 전세 물건 급감,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10·15 대책이 불러온 논란
10·15 대책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초 정부는 과열된 수도권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규제 강도를 높였지만 서울 외곽 지역 반발, 부적절 통계 논란, 갭투자 차단으로 인한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은행 창구 혼선, 정비사업장 불확실성 등 예상치 못한 ‘2차 충격’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1. 형평성 논란에 뿔난 외곽 지역
“고급 오피스텔은 제외인데…”
10·15 대책 발표 전만 해도 규제지역 확대는 예견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실수요 비중이 높고 집값 상승폭이 적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인 서울 외곽·경기 지역까지 강남권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 문제였다.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지역 등 광범위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정책이 정교하지 못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외곽 지역 수억원대 아파트 매도에는 제동이 걸린 반면, 수십억원대 고급 오피스텔은 규제를 피하면서 불만과 혼란이 가중됐다.
일례로 서울 대표 부촌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대형 평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여 있다. 이 중 오피스텔은 실거래 가격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데도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 규제·실거주 의무’에서 모두 예외다. 오피스텔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탓이다.
부동산 상승세에서 내내 소외됐던 서울 외곽 지역 주민들도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대표 사례다. 이들 지역은 아직 3년 전 집값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11월 20일 아실 통계 기준 3년 전과 비교해 도봉구(-13.58%), 노원구(-11.28%), 강북구(-10.05%) 집값은 아직도 10% 넘게 빠진 상태다. 전용 84㎡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3억원을, 서초구(27억8076만원)와 강남구(26억4610만원)는 25억원을 훌쩍 넘어선 와중에도 노원구(8억4029만원), 도봉구(6억5917만원), 강북구(7억3835만원)에서는 여전히 30평대 아파트가 6억~8억원대다. 20평대 기준 4억~5억원 수준인 아파트도 적잖다. 서울 평균의 3분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서울’이라는 이유로 규제 융단폭격을 맞게 됐다.
한 노원구 주민은 “성동, 마포구처럼 최근 집값이 급등한 한강벨트 위주로 규제가 나올 줄 알았다”며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했는데 부촌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게 돼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이라고 토로했다.
2. 통계 누락 의혹·적법성 문제
의도적으로 6∼8월 통계 활용 논란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둘러싼 적법성·통계 조작 논란도 불거졌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은 각각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와 1.5배를 초과한 경우’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6~8월 통계를 기준으로 규제지역을 지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책 발표일인 10월 15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직전 3개월’은 7~9월인데 9월 통계가 누락된 셈이다. 집값이 덜 오른 일부 지역은 9월 통계를 포함할 경우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사전에 9월 집값 통계를 받아놓고도 의도적으로 6∼8월 통계를 써서 집값이 덜 오른 곳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7~9월 통계를 쓰면 서울 중랑·강북·도봉·금천구 등 서울 4개구와 성남 중원구, 의왕시, 수원 장안·팔달구 등 경기 4개 시·구 등 총 8개 지역이 (규제지역 기준에) 미달하는데 하루아침에 대출 제한, 세금 중과 등 막대한 재산권 제한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이번 규제지역 지정이 위법 행위라며 지난 11월 11일 10·15 대책 취소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한다.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9월 통계 결과는 대책 발표 전인 10월 13일 오후에 받았지만, 공표(10월 15일 오후 2시) 전 자료를 활용하면 통계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공표 전 통계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통계법을 해석하는 것과 달리, 국가데이터처는 “적법한 업무 수행을 위해 활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3. 토허제 승인 기다리다 ‘날벼락’
‘조합원 지위 양도’ 인정해도 논란
이번 대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현장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다. 서울과 경기 주요 재건축·재개발구역이 모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 탓이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재건축)나 관리처분인가 이후(재개발) 매매 시 조합원 자격이 이전되지 않는다. 매수인은 현금 청산 대상자가 되고, 복수 물건을 가진 조합원도 입주권은 1가구만, 나머지는 현금으로 청산받는다.
이를 두고 부작용이 속출했다. 서울 목동, 여의도 등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자치구 허가를 기다리던 중 10·15 대책 발표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힌 사례가 속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은 매수자가 매매에 앞서 구의 토지거래허가를 기다려야 했다. 보통 허가는 최대 1개월가량 걸린다. 대책 발표 전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기 위해 매매를 약정한 매수자는 갑작스러운 규제 지역 발표로 현금 청산 대상자가 된 셈이다. 구의 허가를 기다리는 사이 대책이 적용돼 매매가 불발될 경우 매수자가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 발표 전 거래 허가를 신청하고 계약까지 체결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우선 목동, 여의도 등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한 정비사업장은 한숨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뜨겁다.

“강남과 같은 잣대 안 돼” 외곽지 반발
서울, 수도권 외곽지역 정비사업 추진에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뿐 아니라 주택 공급 수 1주택 제한, 5년간 재당첨 제한 등 여러 제약으로 조합설립이 쉽지 않아져서다.
일례로 10·15 대책으로 1기 신도시 분당을 비롯해 구도심(수정·중원구)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추진 중인 성남시는 전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3중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이에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규제지역 지정이) 당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겠으나 길게는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약하게 해 사업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과 공급 지연으로 이어져 주택 시장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노원구에서는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노원미래도시정비사업추진단은 지난 11월 14일 노원구 곳곳에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지난해 출범한 추진단은 노도강 일대 정비사업 관련 단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갖춘 비영리 조직이다.
추진단은 그보다 일주일 전인 11월 7일에도 노원구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에 반대하는 현수막 약 200개를 내건 바 있다. 당시에도 현수막에는 ‘강남 투기 vs 노원 정비사업, 같은 잣대로 재단하지 마라’ ‘재개발·재건축 발목 잡는 토허제, 전면 재검토하라’ 등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문구가 여럿 담겼다. 이들 현수막은 지난 11월 7일 처음 내걸린 이후 노원구청이 곧장 철거했는데, 추진단은 다시 현수막 200개를 내걸며 응수했다.
박상철 노원미래도시정비사업추진단장은 “노원은 노후 주거지가 밀집해 정비사업이 시급한 지역인데, 이번 대책이 부동산 거래를 막고 사업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금 청산 우려로 조합설립인가를 미루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비대위를 결성해서라도 조합설립을 미루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5. “대출 되나요?” 은행 창구 혼선
실수요자 ‘대출 찾아 삼만리’
금융권 대출 현장 혼선도 극심해졌다.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연말까지 중단했고,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10억원 이하로 묶는 등 사실상 ‘대출 휴업’ 상태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IBK기업은행은 연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11월분 한도를 이미 소진했다. 12월분 접수 재개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점당 부동산 대출 한도를 10억원으로 제한했다. 수도권 주담대 규모가 건당 최소 수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점당 1~2명만 대출받을 수 있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알아보던 A씨는 “금리가 싼 은행을 찾기보다 일단 대출이 나오는 은행을 찾는 게 우선이 됐다”며 “11월 초 연 3.9%로 예상됐던 대출금리가 일주일 새 0.2%포인트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말까지는 대출 가능한 은행이 손꼽을 수준이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출 찾아 삼만리’를 토로하는 글이 많다.
그런데도 집값 안 떨어지는 이유
공급 대책 빠진 수요 억제 한계
정부가 이런 논란을 감수해가며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좀처럼 집값은 잡힐 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 수요 억제만 성공했을 뿐,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 주거 불안이 커진 만큼, 향후 규제 완화와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행 세부 방안이 불명확하고 향후 주택 공급 일정도 불확실한 탓에 지난 한 달간 수요자가 매수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이 계속 부족할 것이란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면 내년 봄 이사철부터는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대출 규제로 잠시나마 수요가 억제됐더라도 적절한 공급 대책 없이는 오히려 집값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서울 집값 안정을 꾀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만으로는 수요를 영원히 억누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역시 “이번 대책은 과거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여서 매물 잠김이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공급이 막히면 수요 억제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다시 오른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동산 추가 규제’를 언급하며 실수요자 불안감을 키우기보단,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따라붙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연내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노후 청사 재건축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 중심의 유연한 대출 완화와 현실적인 주택 공급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우량 입지에 제때 공급해야만 과열이 진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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