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도 내년 ‘5천피’ 넘본다 [시장 전문가 20人의 투자 ‘한 수’]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5. 11.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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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더 간다…아직 팔 때 아냐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강세장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경이코노미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 20명에게 투자 ‘한 수’를 물은 결과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자본 시장 선진화 정책 기대감은 살아 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 분위기가 맞물려 장기 상승장 토대가 마련됐다는 진단이다. 다만, ▲내년 미국 중간선거 ▲인공지능(AI) 버블론 ▲인플레이션 우려 등은 증시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지목됐다.

20명 중 18명, ‘5천피’ 낙관

신중론도 새겨들을 만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 20명 가운데 18명은 내년 코스피 최고치를 5000 이상으로 제시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밴드는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4800이 현실적인 목표”라면서도 “한국 주식 시장의 고질적 저평가가 해소된다면 5000 중반대 수준까지는 충분히 도달 가능할 것”이라 봤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코스피가 75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장기적인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코스피가 7500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B증권은 한국 증시가 1985년 이후 40년 만에 장기 강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코스피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여전히 저렴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최근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글로벌 증시(3.5배) 대비 60%가량 할인돼 거래되는 중이다. 아시아(2.2배), 일본(1.7배)과 비교해도 가격 매력이 높다.

자산운용 업계 전망도 낙관적이다. ‘투자 고수’ 황성환 사장이 이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내년 코스피가 6000~70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김남의 타임폴리오 ETF본부장은 “AI 붐이 반도체 중심 실적 개선을 자극하고 있다”며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증권 업종 실적 성장도 눈에 띈다”고 짚었다.

반면, 신중론을 펴는 시각도 있다. 설문에 응한 20명 중 3명은 내년 코스피가 3000선으로 다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교보증권은 내년 코스피 밴드 하단을 3150으로 제시했다.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충돌 우려가 남아 있는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서 확산하는 AI 버블론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확산 기대감과 정부 정책 기대감이 훼손될 경우, 급격한 증시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에이치알자산운용과 체슬리투자자문 역시 내년 코스피 하단을 각각 3500, 3450으로 전망했다. 채승배 에이치알자산운용 대표는 “물가 지표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예상보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내년 5~10월은 경기 둔화와 AI 투자 버블론, 실업률 상승 등 이유로 증시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 봤다.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강세장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거래소 제공)
변동성 확대를 기회로

미 중간선거는 변수

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이를 분할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우선 내년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20명 중 10명이 변동성 확대를 점쳤다. 주된 이유는 미국 정치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진행된다. 트럼프 2기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선거 전 트럼프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거나 관세 문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중간선거가 있던 해 증시 변동성이 유독 높았다”며 “내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교체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방어적 투자 전략을 펴야 한다는 의견은 드물었다. 20명 중 9명이 변동성 확대를 분할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정책과 기업 실적 모두 주식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적극적인 비중 확대 전략이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역시 “AI 버블 우려가 있지만 반도체와 전력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며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관련 산업군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어적 전략을 추천하는 의견도 자산 배분 관점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김지영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내년 상고하저 흐름과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가격 부담이 높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과 낮은 주가 변동성을 보이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반도체 GO

조선·증권, 주도주 가능성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반도체가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20명 중 18명이 내년 주도주로 반도체를 꼽았다. AI 수요 확대에 따라 전력기기 등 관련 인프라 기업 수혜도 예상된다. 조선과 증권주도 두각을 보일 수 있단 분석이다.

채승배 대표는 “여전히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와 전력주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내년 코스피 주도 업종으로 반도체와 전력기기를 꼽으며 “메모리 슈퍼사이클 장기화 여부와 외환 시장 등 수급 상황은 투자자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조선 업종 또한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양지환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조선 3사는 내년에도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수주 우위가 예상된다”며 “특수선인 핵추진잠수함과 대형 함정은 수주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되지만 관련 계약이 가시화되기만 해도 주가 재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업종 전망도 긍정적이다. 각종 규제 우려가 있는 은행주와 손해율이 높아지는 보험주보다 증권주를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수익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양지환 센터장은 “내년에는 증권주 중심 강세가 전망된다”며 “보험은 위험손해율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모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증시의 AI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여러 업종으로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총 20명, 가나다순)
김남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장,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오정민 베어링자산운용 매니저,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재호 블리츠자산운용 투자부문 대표,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채승배 에이치알자산운용 대표,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익명 3명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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