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법원 체제 개혁해야"

김철관 2025. 11. 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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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여연대-민변 주최, 사법농단-사법개혁 토론회

[김철관 기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끝나지 않은 사법농단, 사법개혁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주제 토론회이다.
ⓒ 참여연대
시민단체 사법개혁 토론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사법위원회 설치 등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사법개혁 논의가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사법개혁안을 논의하고 있고, 대법원은 공청회를 통해 외부의 이야기를 듣겠다며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끝나지 않은 사법농단, 사법개혁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지속 되는 시기에 맞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당시 사법농단 사태와 현재 상황 그리고 사법개혁의 미래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가 보다 거시적이며, 종합적으로 사법개혁안을 구상, 제시해야한다"며 "그 과정에 시민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의 진행으로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판결을 통해 본 사법농단 진상'에 대해,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이 '사법농단이 드러낸 사법개혁의 필요성과 사법개혁의 과제와 경로'에 대해 발제를 했다.

먼저 유승익 소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사에 큰 오점이 될 사건"이라며 "사법부의 자정의 의지·논리·역량이 전무하다는 점을 자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법농단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구조에서 관료화된 법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였음에도 관련 진술들을 추측과 의견으로 평가했다"며 "공모 관계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거나, 대법원장의 구체적 방침이나 지시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음을 강조해 공모를 부정한 부분은 지나치게 엄격한 판단으로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이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자 활용했다"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은 임종헌 실장이 직접 재판 개입을 위한 문서 작성을 지시했고, 심의관들도 추후 스스로 별도로 추가한 점도 확인된다. 이 사건도 거래를 위한 '협상카드'로 이용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 와해 시도 사건은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과도 관련된 심각한 문제였다"며 "사법농단이 그 당시 법원행정처의 돌발적 문제가 아니고 대법원장 중심의 조직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사법농단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채완 사무처장은 "사법농단 이후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사법발전위원회의 발족 등으로 전관예우 우려 근절 및 법관윤리 책임성 강화, 충실한 심리 재판제도 개선, 법관인사제도 개편, 재판중심의 사법행정 구현 등이 개혁 과제로 수립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을 주도하던 종래의 체제를 청산하고자 한 시도는 법원의 미온적 태도, 지지부진한 법원조직법 개정, 사법행정자문회의의 내재적 한계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법원행정처 구조가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법행정을 담당할 별도의 기구로 사법위원회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사법위원회는 독립기관으로 구성은 판사를 구성원에 포함시키되 외부 인사를 포함하도록 하고, 외부 위원은 비정치적 기관에서 선출하도록 해야 하며, 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이미 사법농단 직후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실제 개정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는데 위와 같은 기준을 반영하여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사법개혁 논의가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제한된 과제에만 집중되어 제왕적 대법원장제에서 파생되는 사법행정체계 혁신까지 논의돼야 한다"며 "사법농단 극복을 위한 사법개혁의 헌정 체제적 배경으로 제왕적 대법원장제도와 사법권의 민주적 결핍, 정치의 사법화의 가속화, 현대법의 변화 등을 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개혁은 헌법과 입법 및 문화혁신이 필요한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작업으로, 사법권 독립과 사법의 책임성이 서로 충돌하고 사법의 정치화와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대한 충돌도 있다"며 "사법개혁의 가치는 기본적 인권보장의 보루로, 민주적 법치주의를 실현하도록 이뤄져야 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 쉽고 편안한 재판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 중앙집중적 사법행정권을 개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사결정, 집행, 연구를 분리하고, 심급별 행정을 분리하는 등 분권화를 진행하고, 의사결정에 법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외부적 통제도 강화하는 민주화를 진행하며, 행정전문화와 법역전문화라는 전문화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이 점차 복잡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해결을 위해서 대법관 증원, 상고제도 개혁, 전문부설치, 전문법원제 도입, 하급심 강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오지원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변호사(전 판사)는 "이재명 정부의 사법개혁안에 과거의 교훈이나 해법이 담겨있지 않고, 미시적이고 특정 상황에 대한 해결에 초점이 있어 국민적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사법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흡한 처벌 및 피해자 소외 등 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 및 재판에서 피해자와 취약층이 참여하고 소통할 권한 마련, 집단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 현실화와 강제집행 간이화, 판검사에 대한 피해자 인권 및 취약층 교육과 훈련, 실질적 화해, 사과 등을 통한 분쟁해결 추구, 양형요소와 양형기준 개정, 피해자 지원 제도 실질화와 보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 목적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 하급심 판결문 공개와 검색 시스템 개선, 범죄 예방과 안전사고 재발방지 등을 위한 연구, 분석에 협조 강화, 녹음 녹화 및 중계 범위 확대, 사건 배당의 무작위화 및 공개 등이 필요하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법무부 권한 분산 및 검사 배치 제한, 법관 및 검사 징계절차 투명화, 인사위원회에 시민·전문가 참여 확대 등을 통해 검찰 및 사법 독립성을 강화하고, 사법접근성 확대 및 신속, 공정한 재판 보장을 위해 법관 증원과 재판의 형식화와 지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 등을 도입하고, 교정 및 소년 사법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리 <경향신문> 주간경향부 기자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서 발생한 법원행정처와 법관 독립 침해 행위는 형사재판과 무관하게 판단돼야 한다"며 "1심 재판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원행정처가 재판 개입과 법관 독립 침해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지만, 사법농단 이후 사법개혁이 제대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의심될 정도였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을 오히려 퇴보시킨 상황에서 다시 사법부가 재판권을 남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이러한 요즘 사법부의 모습이 사법농단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법원은 과거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와 수직적 사법행정 회귀였다"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위원장을 위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등 대법원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비법관 출신을 최소 5명, 여성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할당하는 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심사 동의자가 적은 이유를 분석하고 어떻게 다양한 대법관 후보군을 발굴할 수 있을지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법농단 사건 이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임"을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이 사법농단 사건으로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진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사건에 대하여 심리를 지연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사법농단이 있었던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사법부는 사법농단 문제를 통해 제대로 된 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관에 의한 법 권력 남용을 조속히 바로 잡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하지만 사법농단에 제대로 반성하고 교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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