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자 색출”…혹시 그것 가리려고? [신율의 정치 읽기]

2025. 11. 2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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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다수는 지난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생각한다. 재판부의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비상계엄 사태를 이미 내란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2025년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는 철저한 내란 청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내란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 다수조차, 최근 민주당과 정부의 행보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 존중 정부혁신 TF’를 둘러싼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월 11일 “내란 가담자에 대한 책임은 특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독자적으로 이행해야 할 과제”라며 12·3 비상계엄 가담 의혹이 있는 공직자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통해 설 연휴 직전인 내년 2월 13일까지 정부 차원의 조사와 쇄신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존중 정부혁신 TF’가 그것이다. 해당 TF는 내년 2월까지 활동하며 공무원 사회의 ‘내란 가담자’를 색출·처벌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TF 활동 기한을 명확히 설정한 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 적폐청산의 부작용에서 얻은 교훈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권의 이른바 ‘적폐청산’은 집권 5년 내내 지속됐다. 그런데 ‘적폐청산’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그 ‘적폐청산’ 덕분에 ‘깨끗해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지 5년 내내 국민은 ‘적폐’라는 단어에 피로감을 느꼈을 뿐이다. 이재명 정권은 이러한 선례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TF 구성에 대해 두 가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는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의 논리적 연관성에 대한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공직 사회에 대해 우리가 이런 비난을 하곤 한다. 영혼이 없다, 해바라기다 등. 그러나 사실 그렇게 비난해서는 안 된다. 직업 공무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 국민의 주권 의지를 대행하는 지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의무다. 그것이 법률상 의무일 뿐 아니라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무원이 ‘지휘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며, 정권 교체에 따라 공무원을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당시 이러한 언급은 내란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공직 사회의 동요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내란 발생 후 근 1년여가 지난 지금,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내란 가담자를 색출하겠다고 하니, 취임 초와 현재 사이에 어떤 상황 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언급이 불법적인 명령까지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가 불법적인 명령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밝혀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내란 가담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TF와 특검 간의 역할 중복 문제다. 공무원 중 내란 가담자를 색출한다는 목적 자체는 타당하지만, 이런 일을 하라고 내란 특검이 출범한 것은 아니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말이다. 내란에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가담한 공무원이 있다면, 내란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이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지, 수사 권한이 없는 TF가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즉, 소극적으로라도 내란에 가담한 공무원은 형사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고, 형사 처벌과 병행해 해당 부처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이 정당한 절차이자 순리라는 말이다. 그런데 특검과 별도로 TF를 구성해서 내란 동조자 혹은 가담자를 적발하겠다는 것은 특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수사 권한이 없는 TF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TF가 활동하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 사회가 이제 각종 투서와 음해로 인해 사분오열될 가능성마저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은 각 부처별로 ‘내란 행위 제보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하는데, 이 제보센터는 공무원 사회에서 경쟁자 제거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이처럼 다양한 의문과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니,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동안 특검과 여당에 배드캅 역할을 떠넘기고 점잖은 굿캅 역할을 해왔던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정 운영이 꼬이면서 답답하고 초조한 나머지 직접 내란몰이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정 운영이 꼬였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현재 전개되고 있는 이른바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해당 사안은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촉발됐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배경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취득한 수천억원 규모의 이득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검찰의 항소 포기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여론은 이와 다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검찰의 대장동 사건 미항소’가 적절한 조치였다고 응답한 비율은 29%에 불과한 반면,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8%에 달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정치는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인식의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인식한다면, 설령 정부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응답자가 검찰의 항소 포기를 문제 삼는 근본적 이유는, 항소 포기로 인해 대장동 일당이 수천억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그대로 꿀꺽’하게 생겨서, 매우 ‘불공정’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일반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불공정’에 대한 분노는 마치 과거 조국 사태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평생을 절약하고 저축해도 꿈조차 꿀 수 없는 규모의 금액을 일당이 단번에 챙기게 생겼으니, 국민 대다수는 이보다 더한 불공정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의 ‘인식’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인식은 이러한데, 이런 상황에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백날 말해봤자, 국민은 정부 여당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과 여당은 대장동 일당의 부당 이익 환수가 가능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환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6호 (2025.11.26~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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