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앞세워 턴어라운드 이끈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CEO 라운지]
K방산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자 현대차그룹 방산 업체인 현대로템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한때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 현대차그룹 ‘미운 오리’ 계열사로 취급받았지만 최근 효자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현대로템을 이끌어온 이용배 사장(64) 경영권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1961년생/ 전주대 경영학/ 경희대 경영학 석사/ 현대자동차 경영기획담당 전무/ 현대자동차 기획조정3실장(부사장)/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2020년 현대로템 사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4/mkeconomy/20251124104523180tulb.jpg)
3분기 매출·영업이익 사상 최대
현대로템은 올 3분기 매출 1조6196억원, 영업이익 2778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1%, 영업이익은 102.1%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도 1984억원으로 같은 기간 91.2% 증가했다. 방산 사업을 담당하는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은 936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고, 철도 사업인 레일솔루션 부문 매출은 5406억원 수준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현대로템 전체 매출에서 레일솔루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해 절반을 넘어섰다. 이후 K2 전차 수출이 급증하면서 디펜스솔루션 부문 비중은 2023년 44%, 지난해 54%로 높아졌다.
올 들어서도 디펜스솔루션 부문 비중이 더 높아져 ‘방산 전문 업체’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세계 유일 전차 양산 업체인 현대로템은 지난 8월 폴란드 군비청과 65억달러짜리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느새 방산 수주잔고 10조원을 돌파했다. 철도 사업을 포함하면 3분기 현대로템 전체 수주잔고는 29조6000억원에 달한다. 2분기 대비 8조원가량 증가해 3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4분기에는 유럽, 중동 방산 물량 추가 계약이 예상돼 수주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무 구조도 괜찮다. 3분기 기준 차입금은 619억원, 현금성 자산은 6735억원으로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갔다. 부채비율도 128%에 그친다.
내년 실적 전망도 밝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현대로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2% 증가한 1조4283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만 80대 이상의 폴란드 K2 전차가 생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로템이 실적 발표에서 이라크, 루마니아, 페루 전차 수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며 “수조원 단위의 대규모 수주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내년에도 수주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덩달아 주가 상승 기대도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로템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32만원으로 높였다. 미래에셋증권, DB증권 목표주가도 30만원이다.

구조조정 속도…방산·철도 수주 급증
현대로템 실적이 날개를 달면서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지만, 오랜 기간 현대로템은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현대로템은 2017년부터 손실이 커져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2018년 해외 플랜트 사업 부진으로 196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에도 국내외 철도 프로젝트 설계 변경, 공사 기간 지연으로 원가 부담이 커져 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였다. 부채비율은 2018년 말 261.2%에서 2019년 말 362.6%까지 치솟았다.
회사가 절체절명 위기에 처하자 이용배 사장이 구원투수로 부임했다. 현대자동차 경영기획담당, 기획담당 부사장을 거친 재무통답게 이 사장은 2020년 3월 취임 이후 곧장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임원 수를 20%가량 축소하고 조직 통폐합을 단행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2020년 4월에는 자회사 그린에어 지분 전량을 현대제철에 넘기는가 하면, 경기도 의왕연구소 내 토지, 건물을 현대모비스에 매각하는 등 비핵심자산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그럼에도 경영난이 악화돼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방산 부문을 분리해 한화그룹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독일 지멘스의 현대로템 인수설까지 불거졌다. 사측은 ‘사실무근’ 입장을 내놓고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때마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이 커지면서 현대로템 K2 전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기본계약을 체결했고, 4조4992억원의 본계약을 성사시켜 대규모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올 8월에는 폴란드 군비청과 8조9814억원 규모의 2차 계약도 맺었다.
또 다른 사업 한 축인 철도 부문 수주도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로템은 2023년 호주 퀸즐랜드주정부가 발주한 1조2000억원 규모의 ‘호주 QTMP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QTMP는 퀸즐랜드주 정부가 브리즈번시를 중심으로 철도 운송 수요에 대비하고, 지역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현대로템은 올 2월에도 모로코철도청과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철도 차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 창사 이래 단일 철도 프로젝트 기준 최대 수주금액이다. 최대 시속 160㎞의 2층 전동차 48편성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여세를 몰아 모로코에 전동차 제조·조립 공장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현지에 공장을 세워 모로코에 공급할 전동차를 생산, 조립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 주변국을 공략할 전동차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엔 이용배 사장이 리아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현지 인프라 개발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앞서 2016년 튀니지철도청으로부터 2030억원 규모의 전동차 사업을 수주해 아프리카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2021년 탄자니아(2300억원), 2022년 이집트(8800억원)와도 잇따라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몇 년 새 방산, 철도 수주가 늘면서 실적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2020년 영업이익이 821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22년엔 영업이익이 1475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도 2020년 2조7853억원에서 2022년 3조1633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4조3766억원으로 사상 처음 4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 역시 4566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란드에 이어 K2 추가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고, 철도 수출도 늘면서 철도 매출 성장률이 25%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산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이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방산 업체 KAI(한국항공우주)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우려 섞인 시선도 적잖다. 현대로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방산 수출이 주로 폴란드에 집중된 만큼 폴란드 정부 예산, 정치 여건에 따라 언제든 수주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K2 전차가 효자 종목으로 부상했지만 K2 후속작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변수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 수주 덕분에 실적이 날개를 달았지만 폴란드 편중이 높다는 점이 변수”라며 “유럽 다른 국가나 중동 수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꾸준한 성장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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