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전인미답 고지 이끌 조건 5 [‘5천피’ 가려면 ‘뒷바람’ 불어야]
올해 코스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지난 6월 이재명정부 출범 후 자본 시장 선진화를 외치며 코스피 5000 목표를 내걸 때, 2000대 수준이던 코스피가 이렇게 빨리 4000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5000선에 도달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파다했다.
이 분위기는 불과 반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단, 코스피 앞 자리가 또 한 차례 바뀌려면 제도적 뒷바람(Tail-wind)이 받쳐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뒷바람’은 순풍의 우리말 표현으로 영어로는 ‘Tail-wind’다. 비행기 후단 꼬리(Tail) 부분을 밀어 예상보다 더 빨리 날아가게 하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일시적 랠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 참에 투자자 자산 배분과 기업 자본 구조를 확 바꿀 전환기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주식 시장 체질을 개선할 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조건 1자사주 의무 소각
기업 자본 구조 변화
자사주 의무 소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단추로 꼽힌다. 그동안 자사주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수 상장사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해 경영권 방어 용도로 썼다. 기업가치 제고보다 대주주 경영권 방어용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관한 3차 상법 개정안을 11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벼른다. ‘즉시 소각’부터 ‘5년 유예’까지 여러 법안이 상정됐다. 발의된 상법 개정안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규 자사주는 즉시, 기존 자사주는 6개월에서 1년 안에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동시다발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이뤄질 경우 자본이 급감할 수 있어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이 부여될 수도 있다. 법이 시행되면 상장사는 임직원 보상용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는 모두 없애야 한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자본 효율성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유통주식 수가 줄면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코스피 재평가가 활발할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여전히 아시아 평균(2.2배)보다 낮다. 국내 기업 자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환원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자 ROE를 높이는 직접적인 방법”이라며 “그동안 한국 기업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했지만 본래 취지로 돌아간다면 증시 체질 개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시 강화와 예외 조항 최소화가 최대 쟁점이다.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취득·보유·소각 등 전 과정을 공시하고 기존 보유분과 특수관계인 보유에 과도한 예외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증시로 ‘머니무브’ 가속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투자자 자산 배분과 기업 자본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정책이다.
정부는 내년 세법 개정을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시화와 최고세율을 25%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최대 49.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행 제도에서 개인이 4% 배당을 받더라도 세후 수익률은 2.46%에 불과하다”며 “같은 조건에서 미국은 세후 수익률 2.52%로 우위라는 점에서 국내 배당주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25%안이 확정될 경우, 시차를 두고 투자자 자산 배분 전략에도 포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배당과 이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불로소득이었고 고율의 징벌적 세금이 부과됐다. 시장 눈높이에 맞는 방향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실현되면 배당에 대한 인식이 불로소득에서 자산 형성 수단으로 달라진다는 의미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 자본 배치 전략 변화도 기대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주주는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 배당을 늘릴 것”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대주주에게 배당 성향을 높일 유인을 제공해 자본 구조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봤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정착되면 개인 투자자의 배당 기반 포트폴리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연금계좌와 연계할 경우, 세후 누적 수익률이 복리로 계산돼 장기투자 인센티브가 커질 전망이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자금은 증시를 끌어올리는 견인력은 강하지만 연속성이 떨어진다”라며 “코스피가 6000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의 장기성 자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용 효율성 제고
퇴직연금 기금화는 자금 응집력을 높여 효율적인 운용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기업별로 운용되던 퇴직연금 자산을 하나의 공적 기금 형태로 모아 전문기관이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올 3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누적 적립금은 459조원 수준이다. 2023년 말(382조원)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2030년엔 적립금이 1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퇴직연금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수익률은 연 2%대로 저조하다. 운용 효율이 낮은 이유는 비효율적인 구조적 영향이 크다. 개인별 확정기여(DC)형과 기업별 확정급여(DB)형 자금이 분산돼 있어 운용 전략이나 리스크 관리가 제각각이다. 이를 통합해 운용하면 자본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퇴직연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공적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운용을 전문 기관이 맡고 정부가 기금형 제도로 감독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처럼 운용 전략·리스크 관리·성과 평가를 표준화해 장기성과 중심 운용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단,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운용사 간 경쟁 구도가 단기성과 중심으로 흘러가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해외 OCIO 시장은 수탁자 책임을 기반으로 한 성과보수형 구조다. 국내는 여전히 저가 수수료 중심이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퇴직연금 기금화는 자금 응집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확대가 병행될 경우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건 4MSCI 선진국지수 편입
증시 패시브 ‘마중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역시 수급 개선 측면에서 중요 과제다. 한국은 2008년 MSCI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이후 선진국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2014년부터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돼 11년 동안 신흥국 시장에 머무른다. 외환 시장 접근성, 공매도 규제, 세제 불투명성 등으로 선진국지수 편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부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내년부터 각종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외환 시장 24시간 운영제와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순차 도입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외환 거래 자유화, 공매도 제도 개선, 세제 투명성 제고 등 세 가지 과제를 2026년까지 완비하겠다는 목표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실현되면 약 50조~70조원 규모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5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12조원)의 4~6배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대와 한국 시장을 향한 투자자 신뢰를 키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글로벌 표준으로 인식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 당장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 지정이 빨라야 2027년 6월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2028년 6월 선진국지수 편입이 공식 발표된다. 실제 편입은 2029년 6월 이뤄진다.
조건 5스튜어드십 코드 등
기관투자자 주주활동 촉진
그 외 남은 과제도 여럿이다.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 코드) 개정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의 주주활동을 확대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기업 주주환원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 후 9년간 개정된 적 없다. 이로 인해 자산군 확대나 지속가능성 요소 반영 등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의무공개매수 또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다. 이는 25% 이상 지분을 인수할 경우, 잔여 주식을 모두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기업 인수·합병(M&A) 절차 투명성을 높여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제도 도입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인 매수 범위와 가격 산정 방식 등 세부 기준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는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이 가진 자료와 증거 제출을 요구하면,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형한 제도다.
“내년 1500 전망도…바이오·2차전지 살아난다”
그러나 내년에는 판이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부분 증권사는 내년 코스닥이 1000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본다. 대신증권(1250)·신한투자증권(1200)·메리츠증권(1100)·다올투자증권(1100)·현대차증권(1070) 등이 내년 코스닥 밴드 상단을 1000 이상으로 제시했다.
1500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내년 코스닥이 최대 1500선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비중이 높은 코스닥 특성상, 반도체 업종 온기가 코스닥 시장까지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공모 시장 정상화, 퇴직연금 자금 유입 등이 맞물려 중소형 성장주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스닥 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와 2차전지 업종도 실적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관계자는 “2차전지 업종은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현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바이오 업종은 점점 기술이전 금액과 횟수가 증가하는 등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비만약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이 강화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정책 방향도 코스닥 시장에 긍정적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성장 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시행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코스닥 시장 유동성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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