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이 '이태원 참사' 책임 피해 간 까닭... 이걸 놓쳤다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개정된 헌법은 현재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개헌넷은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개헌의 방향과 내용을 쟁점별로 소개하고 필요성과 절차를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하고 시민 주도의 개헌 공론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기자말>
[오민애]
|
|
| ▲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던 2023년 9월 7일, 사회적참사 유가족들과 생명안전 분야 시민단체, 각 정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안전 의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 ⓒ 유성호 |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생명권'은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인정해왔다. 모든 권리 행사의 근본적인 전제가 '생명'이기 때문에, 규정을 두지 않아도 당연히 보호 받아야 할 기본권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생명이 정말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보호 받아 왔을까.
한편 '안전'의 경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비롯하여 관련 법령에서 지키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되기는 했지만, 안전에 관한 권리(안전권)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명명되지 못했다. 시민사회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요구가 계속되고 국회에서 지난 회기부터 입법이 추진되면서 '안전권'을 담고자 함께 논의되고 있지만, '권리'로 법문화되지 못한 상태다. 2018년 개헌 논의가 있을 당시 '안전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담고자 하는 안이 추진되었지만, 실제 개헌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안전은 권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생명·안전권을 헌법에 담는다는 것의 의미
이 두 물음에 대한 답이 '생명권', '안전권'을 헌법에 담는 것이다. 헌법에 기본권으로 규정을 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를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동안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가치보다는 '비용'으로 치부해 왔던 우리 사회에 변화를 주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모든 법령의 상위법인 헌법이 기본권으로 선언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법기관인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모두 이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천명하는 것이다.
2018년 개헌 논의 당시, 한 언론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헌법에 담아야 할 기본권 중 '생명권', '안전권'의 응답 순위가 1, 2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많은 재난 참사의 경험에 더하여, 2014년 세월호참사의 경험과 기억으로, 생명과 안전이 권리로 요구되어야 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를 부담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 분명해진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재난 참사의 교훈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만으로 국가의 정책 결정, 예산 편성 등 사회가 구조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는 반영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생명과 안전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문화되지 않고, 침해를 호소할 때 기본권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다루어져 왔다. 기본권으로서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선제적으로 입안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이 침해되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침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문제되는 상황이 되어서야 국가의 의무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책임을 물을 때에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이태원 참사에 관한 책임을 물을 때에도 그랬다. 이들이 국가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포괄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의무를 모두 부담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
|
| ▲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지난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의 공동선언문이 낭독되고 있다. |
| ⓒ 이정민 |
지금까지는 생명과 안전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담을 것인지 모두 정책결정자의 의지에 맡겨져왔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문화된 이후에는 이에 관한 국가의 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해온 보호의무의 기준이 유효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서 실제 헌법과 법령에 필요한 내용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지금 무엇을 중시하고 지키려고 하고 있는지 분명히 하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필자 소개] 오민애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로 노동과 생명안전, 집회·시위 분야와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세훈이 놓친 3번의 기회... 2011년 '흑역사' 잊었나
- 10조 AI, 777억 돌봄…이재명표 예산이 던진 질문
- "격노 아래 이뤄진 권력형 범행"... 특검, 윤석열·이종섭 등 12명 기소
- 체포 전 극우 유튜브 공유한 윤석열 "한남동 지키는 시민 생각해야"
- 오토바이 타고 가서 본 우리 읍성, 일본과 뭐가 다르냐면
- 이재용식 삼성인사 본격화... '기술인재' 전면에 내세운다
- 노인복지관에서 배운 AI로 '손자 출연' 그림책 뚝딱
- 잠긴 문 붙잡고 있던 국회 직원들 "계엄군에 뚫릴까봐..."
- 교사에게만 사과한 임태희 교육감에게 "학생에게도 사과하라"
- [오마이포토2025] 거리로 나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차별 끝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