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카르보나라가 아냐"…이탈리아 발칵 뒤집은 벨기에 '소스'

윤슬기 2025. 11. 2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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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의회 매장에서 판매된 벨기에산 '카르보나라' 소스를 두고 "정통성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벨기에 식품기업이 만든 비정통 카르보나라 소스가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건물 내에서 판매돼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을 달고도 전통과는 동떨어진 재료가 들어간 벨기에산 소스가 유럽의회 매장에서 판매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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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서 판매된 벨기에산 카르보나라 소스
이탈리아 "정통성 훼손" 반발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의회 매장에서 판매된 벨기에산 '카르보나라' 소스를 두고 "정통성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카르보라나. 픽사베이

20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벨기에 식품기업이 만든 비정통 카르보나라 소스가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건물 내에서 판매돼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카르보나라 조리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 레시피로는 파스타와 돼지고기, 치즈를 달걀노른자와 후추에 바로 섞어 만드는데, 간단하지만 섬세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을 달고도 전통과는 동떨어진 재료가 들어간 벨기에산 소스가 유럽의회 매장에서 판매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특히 유럽의회는 이탈리아가 자국 전통 음식을 모방 제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주 의존해온 기관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벨기에 회사인 델하이즈가 만든 카르보나라 소스. 델하이즈

논란의 소스는 벨기에 식품업체 델라이즈가 만든 것으로, 이탈리아산이라고 표기하지 않았지만 일명 '금기 사항'으로 꼽히는 훈제 판체타(돼지 배를 소금, 후추 등으로 절여 건조·숙성한 이탈리아 전통 식재료)를 사용됐다.

이탈리아 매체 '라 쿠치나 이탈리아나'는 "정통 카르보나라에는 돼지 볼살(관찰레), 페코리노 치즈, 그라나 치즈 등이 들어가며 판체타는 대체 재료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은 브뤼셀 건물 내 매장에서 해당 제품이 판매된 데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페이스북에 "판체타 사용뿐 아니라 이런 제품들은 '이탈리아처럼 보이는' 최악의 사례"라며 "유럽의회 슈퍼마켓에 비치된 것 자체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리법 문제를 넘어 "국가적 자부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자국 요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전 세계에서 퍼져 있는 '이탈리아처럼 보이는 제품'(Italian sounding)이 정통 요리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탈리아 요리는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해 조리법의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 로비단체 콜디레티도 "이탈리아산처럼 꾸민 가짜 제품들 때문에 연간 1200억 유로(약 204조)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콜디레티는 또 모차렐라, 살라미, 모르타델라, 페스토 등 다수의 이탈리아식 식품이 세계 곳곳에서 모방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국기 색상·이탈리아풍 상품명·이탈리아 명소 사진 등을 사용하는 행위가 유럽연회(EU) 규정상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시라고 주장했다.

벨기에 업체는 CNN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유럽의회 측은 문제가 된 제품이 매장에서 이미 철수됐다고 밝혔다.

카르보나라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소스 브랜드 하인즈가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통조림을 출시하면서 관찰레 대신 판체타를 사용해 "고양이 사료 같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정통성만을 강조하는 이탈리아의 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역사학자 알베르토 그란디는 2023년 출간한 '이탈리아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이탈리아 요리는 사실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마케팅적 발명품'이며, 진짜 전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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