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R&D 수장에 박홍근…한국인 첫 하버드 종신교수
연구개발(R&D)은 대폭 변화, 사업은 안정 유지.
정기 사장단 인사에 나타난 삼성전자의 2026년 기조다. 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DS)와 제품(DX)부문 R&D 수장을 모두 교체하고, 전영현·노태문 양대 부문장의 핵심 사업부장(메모리·모바일경험) 겸직은 유지하는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전영현·노태문 ‘양대 대표이사, 양대 겸직’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대행’을 떼고 정식 부문장이자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됐다. 회사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지난 4월 전임 한종희 DX부문장의 유고로 부문장 직무를 대행하며 기존의 MX사업부장 업무도 맡아왔는데, 이제 정식으로 둘을 겸하게 됐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도 메모리사업부장 겸직을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인 MX, 메모리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양 부문장의 겸직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장 승진 단 1명, 역대 두 번째 소폭 인사
이번 인사는 ‘사장 승진 1명, 위촉업무 변경 3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2017년 사장·부회장 승진이 아예 없었는데, 당시엔 국정농단 사태와 미래전략실 해체 직후의 특수 상황이었다.
이번 인사 규모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사업 안정’ 의지를 반영한다. 회사는 2023년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 15조원을 내는 최악의 시기를 겪었으나, 지난 3분기 D램 시장 1위를 재탈환하고 테슬라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대형 고객 수주에 성공했다. MX사업부도‘갤럭시 AI’를 내세워 호실적을 올린 만큼, 기존 리더십 유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인사에선 DS부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장과 DX부문 영상·생활가전·네트워크·의료기기 사업부장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사장급 업무 변경은 종료됐지만, 부사장 직급이 사업부장을 맡을 경우 다음 주 후속 인사에 발표된다. DS부문 사업부장을 부사장급이 맡는 경우는 드물지만, DX부문 사업부장은 종종 부사장 직급이 맡는다.
R&D 수장 동시 교체, 기술 변화 예고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 폭은 최소화했지만, 양대 R&D 조직 수장을 동시에 교체해 변화를 예고했다.

DS부문 R&D 조직인 SAIT(구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박홍근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내년 1월 1일 자로 사장으로 입사해 맡는다. 서울대·스탠포드대에서 화학 전공 학·석·박사를 마친 박 교수는 지난 1999년 32세 나이로 하버드대 교수로 부임했고 200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종신 교수로 임용됐다.
SAIT 원장을 외부 영입 인사가 곧바로 맡는 것은 30년 만이다. 지난 1995년 임관 원장(미 아이오와대 교수, KAIST 총장 출신) 영입 외에는 줄곧 반도체 사업부 인사들이 맡아왔다. 황성우 전 원장(2020~2021)도 교수 출신이지만 삼성전자 합류 8년 후에 SAIT를 맡았다. 삼성 반도체 선행기술 연구 수장으로, 오랜만의 외부 수혈이 이뤄진 것이다.
박 교수는 기초과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연구를 해왔고, SAIT에서 양자 컴퓨팅, 인간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양자 컴퓨팅 연구를 가속하는 신호로 본다.

DX부문 R&D를 책임지는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 장은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가 사장 승진해 맡는다. 과거 MX사업부 IoT & 타이젠 개발팀장, 소프트웨어 플랫폼 팀장, 소프트웨어 담당 등을 맡았고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로 옮겨 AI·로봇·바이오·반도체 등 기술 투자를 주도했다.
윤 신임 사장은 삼성리서치에서 모바일·TV·가전 등 주력 사업과 AI·로봇 등 미래 기술의 시너지를 만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시대 기회 선점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과감히 보임했다”고 설명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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