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해조류 어때요?' 시민과 함께 '바다숲'을 복원하는 이들
희망제작소의 '소셜디자이너 인터뷰 시리즈'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지역에서, ‘먹고사는 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기자말>
[희망제작소]
늦가을 바람이 차가웠던 지난 10월 울진 직산항, 잠수복을 입은 세 청년이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한국에서 민간 주도로 바다 생태계 복원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오션캠퍼스의 윤병현(30), 서보국(29) 전형훈(31) 팀장입니다.
'바다 사막화'를 들어보셨나요? 바닷속이 사막처럼 황폐해졌다고 합니다. 수온 상승, 부영양화, 해양 산성화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져갑니다. 그만큼 어종도 줄지요.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저장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2019년 대학생 연합 스쿠버 동아리로 시작해 지난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본격적 사업을 시작한 오션캠퍼스는 "시민과 함께" 바다숲을 복원해갑니다. 해양 쓰레기를 치우고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를 바다에 심습니다.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해양복원가'를 양성하고, 시민들에게 반려해조류 '분양'도 합니다. 이들이 '복원'하려는 건 해양 생태계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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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보국, 전형훈, 윤병현 팀장(사진 왼쪽부터) |
| ⓒ 희망제작소 |
- 오늘은 무슨 작업을 하셨나요?
윤병현(아래 윤): "요즘 오션캠퍼스 배 수리도 하고 샤워장, 가두리 등을 만들며 기반 시설 작업을 하고 있어요. 12월엔 미역을 심어야 해서 11월부터 준비해요. 3월엔 모자반, 감태를 심고요. 웬만하면 매일 바다에 들어가려고 해요. 저희가 심은 해조류 관리랑 모니터를 해야 하니까요. 석다현 이사장은 365일 중에 250일은 잠수해요. 암반, 생물 종과 개체수 등을 기록하는 매핑작업도 합니다."
- 해조류 이식은 어떻게 하나요?
서보국(아래 서): "암반에 구멍을 뚫고 앵커를 고정한 뒤에 해조류 모종을 로프에 감아 앵커에 연결해요. 직접 이식하죠. 포자 주머니 방식도 해봤는데 이식률이 낮았어요. 해조류 이식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에요. 해외는 우리랑 바다 환경이 너무 달라서 거기서 성공한 방법을 가져올 수가 없어요. 모자반이 녹아 없어지기도 하고 조류가 너무 세서 흩어져버리기도 했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과 협력해 이식한 해조류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포항 방석리, 울진 직산리 연안 88ha 규모 바다숲 복원사업을 벌였습니다. 해조류는 블루카본 연구가치가 크고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죠. 해조류 착생을 방해하는 무절석회조류를 제거하고, 성게 개체수도 조절하고 있습니다."
- '바다 사막화'라는 말이 생소해요.
서: "바닷속이 사막처럼 변하는 거죠. 해조류, 어류 등 생명체가 사라져가요. 수온 상승, 부영양화, 해양 산성화 등 이유는 복합적이에요. 잘못된 바다 관리 정책도 원인이고요. 예를 들면 성게 우니가 고부가가치라고 성게 씨를 많이 뿌렸어요. 그리고 관리를 안 했죠. 중국산 우니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다 보니 어민들이 성게 수확을 잘 하지 않았고 성게 개체수가 갑자기 늘었어요. 농업, 산업 폐수들도 바다로 흘러들고요. 또 무절석회조류가 암반 표면에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백화 현상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해조류가 착생을 못하죠.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정부에서도 2030년까지 바다숲 5만4천ha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끼신 순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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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과 2021년에 찍은 바닷 속 모습 |
| ⓒ 오션캠퍼스 |
- 복원사업에 따른 탄소포집량 같은 데이터는 어떻게 산출하세요?
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진과 협력하고 있어요. 울진에 잘피가 많이 자라는데 잘피는 탄소포집량이 많은 해초입니다. 저희가 복원하고 있는 '바다숲'의 탄소 흡수력이나 생태적 회복력을 앞으로도 정량적으로 검증해가려고 해요. 그래야 시민들에게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죠."
- 작업이 위험하진 않아요?
윤: "이식하려면 암반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 하거든요. 진동이 심해요. 그런 작업은 다이빙과 작업에 능숙한 석다현 이사장이 주로 해요. 한 번은 바닷속에서 이사장이 뇌진탕을 겪은 적도 있어요. 힘들고 위험한 건 자기가 하려고 해서 저희가 걱정이에요."
- 자원활동이 아니라 본격적 사업으로 바다숲복원을 하시는 까닭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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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션캠퍼스가 작업하는 모습 |
| ⓒ 오션캠퍼스 |
- '오션캠퍼스' 활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시민 참여'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되기 전부터 '해양환경복원 활동가 양성과정'을 운영하셨더라고요.
윤: "제가 '해양환경복원가' 프로그램 5기에요. 2023년이죠. 일반 회사 다니다 복원가 과정 공고를 봤어요. 취지가 좋았어요. 대학 때 환경동아리 활동을 했거든요. 저는 수영도 못하고 물을 무서워했는데 이번에 한번 부닥쳐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냥 레저로 스쿠버 가르쳐주는 거였으면 안 했을 거예요. 스쿠버 교육은 당연히 포함하고요. 그밖에 해양학을 배워요. 그때까지 저는 바다 사막화라는 개념을 잘 몰랐어요. 수중 체결(매듭짓기) 같은 정화 활동에 필요한 기술들도 배우고 이식 모니터링도 하죠. 지금도 인턴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까지 교육받은 사람은 100여명 정도 돼요. 시민이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변화가 이뤄지죠. 처음 바닷속에 들어갔을 때 어땠냐고요? 너무 긴장해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요."
- 바다숲 살리기에 왜 시민 참여가 중요한가요?
서: "바다숲 복원을 국가에서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실패했죠. 관리를 지속적으로 안 했거든요. 그래서 시민들의 인식이 중요해요.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연구도 되고 국가도 적극적으로 나서죠. 한 번 이식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바다숲을 돌보려면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해요."
- 시민참여 '바다농장'이 재밌더라고요.
윤: "반려 해조류라고 할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다가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해조류 군락을 '바다농장'에 입양하는 거예요. 반려 해조류를 저희가 이식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해 자료를 후원자에게 보내주죠. '당신 해조류가 이렇게 자라고 있고, 탄소를 이만큼 흡수했다'고요. 외국에 '코랄가드너스'라는 단체가 있어요. 반려 산호초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여주죠. 이런 프로젝트는 한국에선 처음이에요. 지난 10월부터 공익법인 지정을 받아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제 '바다농장'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요."
- 포항 방석리 어촌계, 울진 직산리 어촌계와 MOU도 체결하셨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대구에 사시는데 이곳 어촌계와 협력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윤: "아무런 연고 없이 와서 무턱대고 협력하자 하면 경계부터 하셨을 거예요. 석다현 이사장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포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했어요. 20년 됐죠. 제주도에서 잠수함을 탔는데 물고기가 예뻐서 스쿠버를 시작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거의 동네 아들이에요. 그런 네트워킹이 큰 자원이죠. 저희가 해양폐기물 수거 자원봉사도 꾸준히 해왔고요. 마을 행사에 참여하고 일손도 돕고요. 바다 환경을 복원해 생물다양성이 증가하면 윈윈이기도 하니까 도와주시죠."
- 이제까지 수거하신 해양폐기물 양이 엄청 나더라고요.
서: "2020년도 태풍 마이삭 때 쓸려왔던 폐기물이 아직도 수거가 다 안됐어요. 바닷속에 노란 박스가 2천 개 정도 가라앉았는데 절반 넘게 남아있어요. 꾸준히 작업하고 있어요. 쓰레기를 결속해 부양백을 매달아 띄어 올리거나 육상에서 크레인으로 끌어당겨요. 어망, 통발, 폐어구들도 많아요. 어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제까지 8만kg 해양폐기물을 수거했어요. 해양정화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처리하는 양이 늘어나고 있지만, 발생량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죠. 우리나라 연간 해양폐기물양이 14.5만t이나 돼요."
- 정화작업이 힘들진 않아요?
서: "스쿠버에 미쳐 살던 사람이라서 저는 괜찮았어요.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했으니 10년째입니다. 저는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좋아요. 부력 때문에 중력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에요. 지난 해 6월 오션캠퍼스 활동가로 시작해 올해 7월부터 상근자로 일하고 있어요. 바다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오션캠퍼스가 열심히 하니까요."
- 수거한 성게 껍질로 비료도 만드시더라고요.
서: "바다숲 복원 과정에서 성게 4000kg을 수거했어요. 불가사리를 비료화한 선례에서 착안했죠. 올해엔 성게껍질로 액화비료 시제품을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배포했어요. 수거한 성계의 우니는 해녀들에게 드려요. 해조류가 사라지니 우니도 별로 없긴 하지만요. 성게가 칼슘 함유량이 많아요. 화장품 등도 만들 수 있어요. 해양폐기물 등으로 공예품 개발도 하고요. 버려지는 자원을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죠."
- 수익은 어떻게 내요?
윤: "이제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산나눔재단, 한국해양재단, 경상북도 등 다양한 기관의 지원을 받았어요. 이제부터는 시민 기부 캠페인도 확대해 가려고 해요. 제품 개발도 하고요."
- 오션캠퍼스의 목표는 바다숲 복원에서 그치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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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션캠퍼스 홈페이지 갈무리 |
| ⓒ 오션캠퍼스 |
- 바다가 이렇게 넓은데, 바다숲 복원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어요?
서: "작은 지역에서 복원할 방법을 찾으면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잖아요. 포항, 울진을 중심으로 경험을 쌓고 시민 참여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향후엔 여러 지역으로 확장해 가야죠."
전형훈(아래 전): "오션캠퍼스가 실질적인 복원, 과학적 연구, 시민 참여라는 세 가지 축이 함께 돌아가는 해양 복원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 언제 가장 이 일이 좋아요?
서: "잠수했다 올라오다 중간에 안전 멈춤을 하거든요. 팀원들이 말은 못 하지만 서로 바라보며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요."
윤: "해넘이에 배 타고 항구로 돌아올 때가 많아요. 제가 이들과 일원이 돼 오늘 하루 1인분을 했다는 게 뿌듯해요. 꼼지락 꼼지락 조금씩 변화를 쌓아가고 있다는 걸 아니까 보람 있죠."
전: "저는 원래 실용음악 보컬을 전공했다 목이 다쳐서 그만뒀어요. 지난 7월 오션캠퍼스에서 스쿠버를 시작했죠. 우리 케미가 좋아요. 짜증 안 내고 잘 챙겨주고. 제 손으로 해조류를 심고 자라는 걸 보는 게 정말 재밌어요. 여기 직원 숙소에서 자고 먹고 하는 날이 많으니 대구 집에선 '집엔 언제 올 거냐'라고 해요. (웃음)"
인터뷰 및 정리: 희망제작소 시민연결팀 김소민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및 소셜임팩트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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