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로 만든 진짜 과메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맛이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운규 기자]
|
|
| ▲ 통영산 생물 청어의 아름다운 자태 |
| ⓒ 김은하 |
나는 어릴 때부터 청어를 좋아했다. 천성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해서 흰 살 생선보다 등 푸른 생선을 더 즐기는 터다. 등 푸른 생선 하면 고등어를 먼저 떠올리겠으나, 청어는 고등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고등어처럼 탄력 있고 졸깃한 맛은 없어도 부드럽고 포슬한 청어 속살은 고소하고 향기롭다. 잔가시가 매우 성가시긴 하지만 발라 먹는 재미가 있고, 굳이 발라 먹을 것도 없이 가시 몇 개 정도야 꼭꼭 씹어서 삼키면 그만이다. 그러나 청어의 진짜 매력은 살코기에 있지 않다.
알배기 청어의 고소한 맛
어린 시절, 어머니가 시장에서 청어를 사 오시면 내 눈은 빛나기 시작했다. 저 중에 알배기는 어떤 걸까? 물컹한 곤이 말고 알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 청어는 뱃 속 가득 찬 곤이나 알을 먹는 재미가 있다. 잘 구운 청어 뱃속에 오독한 알이 가득 들어 있기를 기대하면서 젓가락을 대던 순간은 또 얼마나 짜릿했던가.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경우는 흐물흐물 곤이였다. 그것도 그냥 먹을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알보다는 못했다. 어린 내 입맛에는 그랬다.
그랬던 내가 먼 훗날, 어느 눈 오는 밤에 종로5가 허름한 동태국 집에 앉아 소맥 말아 들이키면서 빨간 동태국 위에 함박눈처럼 가득 덮인 곤이를 좋아라 떠먹는 걸로 모자라서 "이모, 여기 곤이 사리 추가요!" 를 외칠 거라고는,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
|
| ▲ 을지로 3가에 있던 선술집 '전기'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던 안주였던 청어구이. 뱃속에 명란이 들어있었다. 최고의 하이브리드랄까. 지금은 당일바리 해산물을 취급하는 실비집으로 바뀌었다. |
| ⓒ 여운규 |
자신의 알 대신 명란을 품은 청어라니. 뭔가 이상한 느낌도 있지만 한 번 먹어보면 이것처럼 좋은 구이가 없었다. 이거야 말로 최고의 조합, 이상적인 하이브리드가 아니었을까. 어릴 때 기억이 절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가게가 '당일바리'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실비집으로 바뀐 다음부터 청어를 먹을 수는 없게 됐다. 물론 더 싱싱한 회며 해산물이 많아져서 좋긴 하지만 청어가 없는 건 아쉬웠다.
옛날엔 청어가 정말 흔했다. 먹을 거 없는 가난한 선비들도 청어가 제철일 때는 나물 반찬을 면할 수 있었다 해서 선비를 살찌게 하는 생선이라는 뜻의 '비유어(肥儒魚)'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발음이 변해서 '비웃'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이순신 장군도 청어를 대량으로 잡아 쌀과 바꿔 군량으로 했다고 할 정도니, 도대체 우리 앞바다에 청어가 얼마나 흔했던 건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청어의 왕성한 번식력을 개미에 비유하기도 한다니 그야말로 물 반 청어 반이었던 것 같은데, 이젠 그렇게 흔한 생선이 아니다. 찬 물에서 잘 잡히는 청어가 수온이 올라가며 다른 데로 가버렸다는 말도 있고, 남획으로 씨가 말랐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청어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청어를 즐겨 먹는다. 그 중 특이한 건 메밀국수에 구운 청어를 넣어 먹는 '니신 소바'다. 교토 명물이라는데, 서울에도 파는 가게가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청어 요리의 대표는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일 터이다. 푹 삭힌 청어를 통조림에 넣은 것인데, 통조림 안에서도 발효가 계속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냄새로 악명 높은 음식이다.
시식하는 동영상을 찾아보면 깡통을 따는 단계부터 울상이 되어 부들부들 떨고들 있던데,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이 고약한 음식을 찾아 먹는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역시 발효 음식은 그런 것이다. 인이 박이면 어쩔 수가 없는 거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냄새가 심할까? 삭힌 홍어 좋아하는 사람이면 충분히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다.
|
|
| ▲ '야소주반' 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께서 직접 널어 말린 청어 과메기 |
| ⓒ 김은하 |
포항 근처에서나 먹을 수 있던 과메기가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건 20년이 채 안 된 얘기다. 초심자에겐 약간 비릿한 냄새가 역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특유의 감칠맛에 적응하는 순간 과메기는 겨울철 첫손에 꼽히는 제철 음식으로 변모한다. 나 역시 과메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안타깝게도 청어로 만든 것은 최근까지 먹어보지 못했다. 꽁치도 물론 맛있긴 했지만, 청어로 만든 원조 과메기를 한 번 맛보고 싶었는데 영 기회가 닿지 않았다.
|
|
| ▲ 꽁치와는 또 다른 매력의 청어 과메기. 맛이 깊고 풍부하다. |
| ⓒ 여운규 |
아빠를 닮아 가리는 음식은 딱히 없지만 유일하게 과메기만은 입에 대지를 못하던 아들 녀석마저 정말 맛있다며 먹는 걸 보니 이건 진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니 올겨울에도 또 만드실 계획이 있다고 하신다. 신난다. 당장 막걸리부터 몇 병 사서 쟁여둬야겠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빠루' 나경원 벌금 2400만원, 의원직 유지...법원 "정치적 성격 참작"
- 풀려난 김용현 변호인들 막말... "우리에 대적하는 놈들은 죽는다"
- 또 여인형 밟은 윤석열… "피고인!" 꾸짖은 홍장원
- 유튜브에 담긴 국힘 당직자의 충격적 발언들, 이걸 그냥 둔다고?
- 2008년 광화문의 공포, 전경의 행렬... 옥자연이 길어올린 기억들
- 도주한 '도이치 공범' 충주서 체포... 김건희 재판 문자 속 남성
- [단독] '교사 비하' 책임 임태희·교협회장 방송 시청하라? 가정통신문 논란
- [이충재 칼럼] 개발주의자 오세훈의 '서울 12년'
- [오마이포토2025] 김건희특검 피해 도주 34일만에 체포된 주가조작 공범
-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