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개발주의자 오세훈의 '서울 12년'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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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25 전쟁 유엔 참전국 후손 교류캠프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며 6·25 전쟁 22개 참전국과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될 감사의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2025.6.8 |
| ⓒ 연합뉴스 |
오 시장은 지난 보궐선거 당선 후 "제가 물러나 있는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많이 망가졌다"고 했다. 서울의 도시경쟁력 저하와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 도시경쟁력이란 것이 건물과 시설의 대형화로만 키워지는 건 아닐 것이다. 서울 시민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들고 일상을 다채롭게 하는 데서 경쟁력은 돋보인다.
오 시장과 관련한 논란에 꼭 따라붙는 것은 개발 지상주의다. 종묘 앞 고층개발 계획이 그렇고, 한강버스 운행과 광화문광장 조형물 설립도 그런 범주에 해당한다. 남의 눈에 잘 띄고, 시간이 지나도 존재하는, 그래서 치적으로 남을 상징물에 공력을 들인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것들이 시민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일상에서의 문화적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개발을 목표로 한 정책의 단점은 밀어붙이기다. 오 시장은 논쟁적 사안을 처리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종묘 문제도 '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는 유네스코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애초 서울시가 할 일은 세계적 문화재 보존과 사유재산권 사이 갈등 조정이었다. 그런 고민과 노력 없이 초고층 개발 계획만 고집하니 사달이 난 것이다. 다수가 원하는 건 개발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고층건물이 종묘의 유산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해보자는 것 아닌가.
안전 논란에 휩싸인 한강버스도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출근용이냐 관광용이냐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시민들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리는 자세로 신중을 기하는 게 마땅했다. 자신이 유럽 시찰 도중 얻은 아이디어가 하루라도 빨리 실현되는 것을 오 시장은 보고 싶었던 건 아닌가. 그의 말대로 한강버스를 "서울의 품격·문화가 흐르는 '한강르네상스'의 정점"으로 만드려는 마음이 앞섰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개발지상주의에 매몰된 서울시장... 약자와의 동행?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것 말고도 오 시장의 개발 본능을 드러내는 사업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한강의 노들섬을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노들 글로벌 예술섬'으로 조성한다며 공사를 시작한 데 이어, 서울 여의도공원을 파헤치고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앞서 광화문광장에 100m높이 초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겠다고 했다가 국가주의 논란이 커지자 보류했고, 마포구 상암동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서울링' 프로젝트를 띄웠으나 1조원 넘는 막대한 예산 부담으로 좌초될 상황을 맞았다.
오세훈의 '서울시장 12년'에 대한 평가에서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할 과제다. 진보정부에서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비난하지만 그간 서울시장으로서의 책임은 쏙 빼놓는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치솟는 동안 주택 공급에 손놓고 있기는 정부나 서울시나 매한가지 아니었나. 이제와서 수십만 채의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나서고, 대상 지역을 '한강 벨트'로 삼은 점도 걸린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지방선거 표심을 겨냥한 것이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시장 선거에서 맘다니를 당선으로 이끈 건 도심을 개발하고, 경제성을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그 반대로 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무슬림이라는 출신의 벽을 넘게 했다. 임대료 동결, 교통비 무료화, 무상 보육, 시 직영 식료품점 운영, 최저임금 인상 등 주거·생활비 부담 완화가 뉴욕 시민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오 시장이 내세운 서울시정은 '약자와의 동행'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정은 서민과 약자보다는 부자들에 경도된 모습이다. 주거비 부담 상승으로 인한 '탈서울' 등 서울은 점점 서민들이 살기 어려운 도시가 돼가고 있다. 오 시장이 진정 약자와 함께하는 서울시를 만들고 싶다면 맘다니의 '더 저렴한 뉴욕'처럼 '더 저렴한 서울'을 추구해야 한다. '서울시장 5선'에 집착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서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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