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의 시시각각] 임은정·백해룡 드림팀 아니었나

강주안 2025. 11. 21. 00: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주안 논설위원

지난달 12일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백해룡 경정이 함께 세관 마약 외압 의혹을 파헤치게 됐다는 발표에 더불어민주당에선 환호가 나왔다. “3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속 시원한 결정이다. 임 검사장과 백 경정을 믿는다”는 김병주 최고위원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임 지검장과 백 경정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과 경찰의 대표적 내부고발자였다. 그런 두 사람이 지난 정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그런데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임 지검장과 백 경정이 근무 중인 동부지검에선 불협화음만 흘러나오고 있다.

「 7월엔 “눈빛만 봐도 위로”라더니
세관 마약 의혹 사건 수사 충돌
이 대통령 지시 불구 불협화음만

백해룡 경정이 10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세관 마약 사건은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이 필로폰을 밀수하는 과정에 세관 직원이 가담했고, 백 경정팀이 수사에 나서자 검찰·경찰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특히 백 경정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내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사업을 했다는 공개 발언까지 했다. 이 수사는 최소한의 성과가 보장돼 있다. 백 경정과 사건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김찬수 경무관은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실 외압과 관련해 상반된 증언을 했다. 최소 한 명은 거짓말했다는 얘기다. 두 경찰 간부 중 누가 허위 증언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이 정반대 증언을 하면 진실 규명이 쉽지 않다. 1997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 두 명의 미국인 중 범인을 확정하는 데 19년이 걸렸다. 그러나 다른 목격자가 없었던 이태원 사건과 달리 이번 외압 의혹은 수사에 관여한 인물이 많다. 20명 넘는 수사팀이 달라붙으면 퍼즐을 금세 맞출 수 있다.

핵심은 검경과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이다. 더 나아가 백 경정이 언급한 대통령 내외 마약사업 주장까지 밝혀낼지도 관심이다. 백 경정 참여 없이는 규명하기 힘든 수사다. 임 지검장과 백 경정의 합동수사는 여기서 틀어졌다. 임 지검장은 수사 외압의 피해자인 백 경정이 자기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이 대통령의 판단과 배치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백 경정을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라”고 했다. 누가 봐도 사건의 몸통인 수사 외압을 규명하라는 취지다.

백 경정은 “이 사건의 실제 범죄자는 대검”이라며 “검찰이 ‘셀프 수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수사 외압 피해자라는 백 경정의 말을 믿는다면 검찰이 범죄자란 얘기도 귀담아듣는 게 순리다. 그러면 검찰 역시 당사자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10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건 아이러니다. 백 경정을 동부지검에 초대한 사람이 임 지검장이다. 임 지검장은 지난 7월 검사장으로 파격 발탁된 직후 백 경정과 채 해병 사건의 폭로자인 박정훈 대령을 초청했다. 당시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 지검장은 “내부고발자의 애환, 의심, 불안을 잘 알고 있다”며 일정을 강행했다. 박 대령은 불참했으나 백 경정은 동부지검을 방문했다. 임 지검장과 면담한 뒤 “검사장님과 비슷한 고난을 겪어 눈빛만 봐도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에 참여하게 된 백 경정이 동부지검 합수단 역시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독자적인 수사팀을 요구하면서 두 사람의 대립이 지속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백 경정이 보라는 듯 임 지검장은 자신 휘하에 있는 합수팀원에 대해 “대견하다 못해 존경스럽다”는 칭송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를 자임하며 공소청의 보완수사권까지 반대해 온 임 지검장이 검사가 주도하는 직접수사를 치켜세우니 어리둥절하다.

이들의 대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답답하다. 두 사람은 의혹이 증폭돼 온 이 사건에 대해 이제는 답을 내놔야 한다. 자신들이 비판해 온 검경 수사 방식을 탈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두 사람이 협업은 고사하고 지리멸렬한 잡음만 발산한다면 이 대통령과 여권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강주안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