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멀고도 빠른 AI의 길

AI는 모방에서 오감으로, 데이터에서 표현으로, 그리고 결국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향할 것이다. AI는 인간 감각을 확장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감각을 창조할 잠재력을 지닌다. 노래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상황에 맞춰 스스로 행동하는 기계를 상상해보라.
하지만 ‘AI의 대부’ 중 한 명인 얀 르쿤은 단언한다. “AGI는 생각보다 훨씬 느리게 온다.” 현재 AI는 디지털 언어를 예측하는 도구일 뿐,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처럼 보고 듣고 사고하며 행동하려면,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 처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움직이는 AI가 아니라, 실제 세계를 감지(sensing)하고 판단하는 ‘진짜 지능’이 요구된다.
AI 혁명의 토대는 데이터와 연산력이다. 제프리 힌튼은 1980년대 이미 신경망(Neural Network)의 가능성을 내다봤지만, 당시 컴퓨터는 속도와 메모리 한계가 컸다. 2010년께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병렬 처리 능력이 AI 발전의 핵심이 될 것을 간파하고, 회사를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 결정이 오늘날 AI 붐을 촉진했다. 하지만 연산력만으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구현할 수 없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경험을 쌓지만, AI는 아직 이런 감각 기반 학습이 미약하다.

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접근이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월드 모델은 AI가 단순히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그 작동 원리를 내재화(on-device)하도록 설계된다. 특히 원격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AI모델·센서·구동장치를 모두 기기 내에 내재화한 ‘온디바이스 월드 모델(on-device World Model)’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첨단 전동화 휴머노이드이다. 이는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GI(Physical AGI)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다음 단계는 ‘피지컬 이코노미(physical economy)’, 즉 AI가 실제 사물과 인프라를 움직여 가치를 창출하는 물리적 경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비공개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제조·물류·로보틱스·항공우주 전반에서 ‘피지컬 이코노미 AI’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자율주행차와 로보택시는 이미 상용화가 시작됐고, 센서 입력부터 제어까지 통합하는 LLM 기반 종단간(end-to-end) 시스템이 이러한 전환을 가속할 것이다.
피지컬 월드모델과 AGI는 인간을 닮으려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이해하려는 기술이다. AGI의 도래가 더딘 것은 후발주자인 우리에게 기회다. 모쪼록, 우리가 이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되기를.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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