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찰 2000명 늘리겠다...폭풍전야 ‘노동의 역습’ [스페셜리포트]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제조 공장. 현장 관리자 박상철 씨(가명)는 “요즘은 산업안전 점검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얼마 전 노동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에는 ‘산업재해 예방 특별근로감독 실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출해야 할 자료만 수십 가지, 담당 직원 세 명이 일주일을 꼬박 매달렸다. 현장을 방문한 근로감독관은 추가 자료 보완을 요구하고 재방문을 기약했다. 박 씨는 “예전엔 가장 두려운 기관이 국세청이었는데 지금은 노동청으로 바뀌었다”며 “한번 감독이 들어오면 사실상 수사 대응 수준으로 모든 인원이 달라붙는다. 업무 강도와 압박감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최근 노동청 조사 통보가 잇따른다. 산업안전·근로시간·임금체불 등 항목별 점검이 동시에 이뤄지며 인사팀과 법무팀은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며 “노조 요구도 덩달아 늘어나 요즘은 노무 대응이 업무 대부분이 됐을 정도”라고 한숨 쉬었다.
경기 지역에 위치한 중견 제조 업체 A사는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근로감독을 네 차례나 받았다. 임금체불, 산재 특별감독, 근로시간 기획 감독, 하도급 근로자 계약 실태 조사 등이다. A사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이 서류를 보고 ‘의심이 든다’고 하면, 그때부터는 조사 절차로 넘어간다”며 “검찰·경찰보다 더 무섭다. 계속되는 서류 업무를 못 버티고 이직을 결정한 직원도 여럿”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 무게 중심이 ‘자본’에서 ‘노동’으로 이동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시장 원리가 희미해진 자리를 노동 우선주의가 대체하는 움직임이 확연하다. 기업을 향한 정책에서 투자와 육성 같은 키워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노동 안정과 근로자 보호가 그 앞에 서 있다. 친(親)노동 정부에 힘입어 노동권 보호를 외치는 근로자 목소리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이른바 ‘노동의 역습’이다.
이재명정부는 최근 근로감독관 2000명 증원을 천명하며 기업 현장 통제력을 강화 중이다. 노동권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도 끊이지 않는다.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코앞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촉구는 거세며, 정년 연장 논의도 한창이다. 정부·여권·노동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기업 한숨은 커지고 있다. “노동권 보호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요즘은 해도 너무하다” “원활한 기업 활동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등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노동경찰 증원, 노동계 인사 중용
“근로감독관 2000명을 증원하겠다.”
올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발표한 근로감독관 증원 계획은 이번 정부 들어 강화된 노동 우선주의를 잘 보여준다. 산업재해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에 배치된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감독관(약 3000명)을 기존 대비 무려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건설·조선업 등 산재 빈발 업종은 현장을 상시 점검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문재인정부 시절, 근로감독관을 기존 2000명에서 3000명까지 1000명 늘렸는데 이번엔 그 두 배 수준이다.
근로감독관은 단순한 행정 공무원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101조에 따라 사법경찰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무원이다. 기업과 사업주를 피의자로 조사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수 있는 ‘노동경찰’이다.
근로감독관 증원은 숫자 그 이상 의미를 가진다. 노동부는 행정 권력을, 노동계는 제도적 정당성을 얻는다. 반면 기업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과 여론이 자연히 확산된다. 한국 사회 권력 중심이 노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익명을 요청한 한 행정대학원 교수는 “근로감독관 증원은 단순한 공무원 확충이 아니라 노동 권력의 제도화”라고 분석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 중심 사회’를 주요 국정 기조로 내세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임명은 상징적인 조치였다. 김 장관은 철도노조위원장과 전국운수산업노조 초대위원장, 민주노총위원장을 지낸 국내를 대표하는 노동 운동가다. 사상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 등장은 “노동계가 정책 전면에 복귀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김 장관뿐 아니다. 최근 신설한 대통령실 공공갈등조정비서관에 선발된 주진우 전 서울시 정책특보는 과거 민노총 정책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내정이 철회되긴 했지만, 한노총 출신으로 노동전문매체 ‘참여와혁신’ 대표를 역임했던 박송호 대표 역시 노동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었다. 노동권 인사는 아니지만, 과거 참여연대 위원으로 노동권 강화 목소리를 내왔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임명도 결이 비슷하다.
여론마저 ‘노동 편’에 가깝다. 리얼미터가 올해 10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정부가 기업을 더 강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응답은 62.3%이었다. “과도한 규제”라는 답변율은 23.8%에 불과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제 노동을 보호해야 표를 얻는 시대가 됐다”며 “노동 표심으로 정권을 얻은 정부인 만큼, 앞으로도 정책 드라이브를 더욱 거세게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노동 정부와 여대야소 정국 속에서 기업은 외롭다. 경영계는 근로감독 강화와 노동 우선주의에 따른 ‘정책 리스크’를 토로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 노동 정책이 경제 논리보다 정치 공학에 매몰된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시행에 이어 근로감독관 숫자까지 늘어나면 서류 업무가 급증하고 산업 현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형사수사도 가능한 ‘노동경찰’
이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선포하며 ‘근로감독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이다. 근로기준법 제101조에 따라 근로조건을 감독하고, 위반이 발견되면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한다. 행정조사와 형사수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유일한 공무원 직종이다. 임금체불을 비롯해 장시간 근로, 산업재해,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등 6대 지방청에 광역감독관이 배치돼 있고, 그 아래 각 지청에 소속된 근로감독과가 일선조직 역할을 맡는다. 대부분 6~7급 공무원이다. 2000명 증원이 확정되면 내년 특별채용으로 감독관을 충원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감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매년 특정 산업군이나 지역을 순회 점검하는 ‘정기감독’, 산재다발 업종이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을 겨냥한 ‘기획감독’, 근로자 진정·청원 또는 익명 제보에 따라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에 착수하는 ‘수시감독’이다. 근로감독관이 소속된 지역이나 부여된 역할에 따라 주 업무가 다르다.
보통은 수시감독 비중이 가장 높지만 요즘에는 기획감독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장 증언이다. 서울청에 근무 중인 한 현직 근로감독관 B씨는 “1년 단위로 사전 계획된 조사 물량을 처리하는 게 기본 업무”라면서도 “새 정부 들어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겨냥한 기획감독 건수가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은 형사사건과 다를 바 없다. 감독 대상이 된 사업주는 ‘자료제출요구서’를 받고 기한 내 요청 받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근로계약서, 임금대장, 출퇴근 기록 등을 비롯해 산재보험 가입자료, 안전점검표, CCTV 영상도 포함된다. 근로감독관 입장에서 사업장이 제출한 서류가 미흡하거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할 경우, 근로자와 사업주를 각각 불러 면담을 하고 진술조서를 작성한다. 위반 정도가 경미하면 시정지시나 과태료로 끝나지만, 중대 위반은 형사입건으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근로감독 실시 건수는 약 11만6000건이었다. 그중 형사입건은 약 3만건, 과태료 부과는 약 6만건이었다.

“대응법 찾아라”…로펌 자문 껑충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노란봉투법 통과, 65세 정년 연장, 4.5일제 도입, 근로감독관 증원까지.
친노동 정책이 쉴 새 없이 몰아치자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대다수 정책이 규제와 처벌 일변도란 점에서 고심이 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해 10월 정기국회 입법 우려사항을 조사한 결과 ‘노사관계 부담 증대’를 꼽은 곳이 38.6%에 달했다. 법인세 인상 등 비용 증가(50.5%), 기업 규제(4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응답률이다.
“정부 친노동 기조가 노사 갈등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도 변화에 따라 노조 요구 강도가 높아지고, 변화에 아직 적응 못한 기업의 방어적 대응이 겹치면서 갈등이 예년보다 더 빈번하고 과격해졌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최근 최고조에 달한 쿠팡과 민주노총 사이 갈등 역시 친노동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을 등에 업은 민주노총에서 사측이 전에 없던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갈등이 심화됐다는 의견이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쿠팡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요구 중이다. 과로사를 부르는 심야배송을 제한하라며 노동부에 쿠팡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노조는 “기업 이윤과 소비자 편의가 노동자 수면권과 건강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노총 요구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야배송 중단 시 기사 월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데다 이제는 전 국민 일상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새벽배송을 없애는 것이 무리라는 주장이다. 정작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는 “조합원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노동조합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에 반발하는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다수 야간배송 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만 새벽배송 금지를 고수하는 것은 그들 조합 내 야간 배송기사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이라며 “쿠팡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데 대한 보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늘어난 노사 갈등 외에도 기업들이 현 정부 노동 정책 강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점이 여럿이다. 기업 입장을 종합해보면 크게는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첫째, 새로운 정책이 너무 급격하게 추진됐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일례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노동조합법에서는 ‘사용자’라는 단어가 60여회 이상 사용될 정도로 기본적인 개념이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본 개념을 변경하면서 마련한 유예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과거 주 5일제 도입 당시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 시기를 달리하면서 최장 8년에 가까운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급격한 변화다.
둘째, 불확실성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들어 기업에 대한 ‘불시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 불시 점검을 통해 보여주기식 근로 관리를 근절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기업 경영진은 부담이 크다. 언제 수사관이 들이닥칠지 몰라서다. 한창 작업 중에 조사가 들어온다면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셋째, 규제·처벌 일변도 정책이다. 노동 관련 규제를 크게 강화하면서도 기업 입장에서 충격을 완화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 과거 복수노조가 허용될 때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도입됐고, 주 5일제가 도입될 때는 연차 휴가에 상한이 설정됐다. 반면, 최근 도입되는 노동관계법령 개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완충장치가 없다.
앉아서 불만만 표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업들은 노동 강화 기조에 맞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노무사를 포함한 인사(HR) 담당 인력 채용 증가, 로펌 자문 등을 통한 법률 리스크 대비, 전체 채용 규모 축소 등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은 노무·안전·보건 관련 인력을 집중 채용 중이다. 노동 관련 계약 관리(노무·HR)와 산업안전(안전·보건)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인크루트가 올해 1~9월 대기업 채용 공고를 17개 직종으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 ‘의료·간호·보건·복지’ 직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15%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0.6%) 대비 4.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며 산업 현장에서 안전 제고를 위해 안전·보건관리자 직종을 적극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뒤를 이어 ‘생산·정비·기능·노무(12.2%)’ ‘경영·인사·총무·사무(10.8%)’ 직종 순으로 채용 공고가 많았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채용 문의는 더욱 증가했다. 8~10월 인크루트에 올라온 인사기획·관리, 노무관리 직종 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 167.6% 증가했다. 노무관리의 경우 2배 가까이 공고가 늘었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업마다 인사 이슈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추세다. 특히 전직 근로감독관을 비롯, 사내 노무사 채용이 대폭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업 내부적으로 노동관계법령이나 노동 정책에 관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자문을 통한 법률 리스크 대비도 활발하다. 이슈가 워낙 많다 보니 최근 들어 로펌 자문이 대폭 늘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대비 노동 관련 자문이 30% 증가했다. 법무법인 YK 역시 30~40% 늘었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노란봉투법 통과,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대출 규제·과징금 신설·입찰 제한 등 엄정 대응 방침까지 거론되고 있다.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존에 법적 자문을 구하지 않던 기업 고객도 로펌을 찾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대비를 위해 아예 채용 규모 자체를 줄이는 기업이 많았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채용 규모를 줄여서라도 노무·인사 비용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복안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10곳 중 6곳(62.8%)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정년이 65세로 늘고 근로시간이 4.5일로 줄어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구조가 한 번에 뛰게 된다.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직원을 안 뽑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며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친노동 정책에 따른 미래 비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공포가 채용 축소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승진 적체 해결,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기업 부담 호소에도 정부는 ‘근로감독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근로감독관 전문성 확보보다 숫자 늘리기에만 치중한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근로감독관은 2141명, 산업안전감독관은 895명으로 총 3025명이다. 반면 국내 노동자 수는 약 2500만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적정 근로감독관 수는 ‘근로자 1만명당 1명’이다. 한국은 이미 ILO 권고 수준을 웃도는 인력을 보유 중이다.
숫자는 많은데 전문성은 떨어진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에 착수한 1224건 중 검찰 송치 건은 268건(22%)에 그쳤다. 열 건 중 여덟 건은 법리적으로 미비하거나 수사 보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경력이 짧아서다. 조직 수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전담해온 베테랑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근로감독관 대다수가 사실상 ‘신입’에 가깝다는 것이다.
근로감독관은 원래 일반 행정직에서 별도 시험 없이 발탁되던 구조였다. 문재인정부 시절 처음으로 노동직렬 공채를 통해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 갑작스레 정원이 늘어난 탓에 인사 적체와 열악한 처우 등 문제가 나타났다. 조직에 불만을 느낀 경력직 직원이 이탈하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현직 근로감독관 B씨는 “근로감독 현장을 직접 부딪혀보면 노동 관련 법령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해당 업종과 기업, 또 지역 특수성까지 전부 감안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공부와 경험
이 필요하다”며 “특히 산업안전감독관의 경우에는 기계나 공정을 잘 모르는 일반직 공무원에게는 버겁다. 내부에서도 ‘요즘은 감독이 단순 서류 점검으로 끝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신입 위주 채용 구조로는 복잡한 노동법 해석과 현장 수사까지 감당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감독관이 전문성을 갖추려면 최소 5년은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정부 때 처음으로 노동직을 대거 뽑았는데, 이들도 전문성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민간 기업 노무 담당자로 이직한 전직 근로감독관 C씨는 “과거 근로감독관이 늘었는데도 업무 강도는 더 세졌고 성과도 나아지지 않았다. 중간관리자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쏟아지는 결재로 업무 정체가 발생했고 승진 적체로 동기부여도 사라졌다”며 “격무에 워낙 이직이 많다 보니 노동부는 현재 근로감독관 정원도 다 못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2000명 증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근로감독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근로감독관이라는 명칭을 노동경찰로 바꾸고 독립적인 근로감독청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거론된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 부서에 불과한 감독 조직이 순환 보직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근로감독관 수사권 확대 논의도 맞물려 있다.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인 근로감독관은 통상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다만 최근 검찰청 폐지 등 관련 법안 논의로 이러한 지휘 체계가 변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특사경 제도와 관련된 사안을 검찰개혁 후속 입법 과정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검찰수사권 없이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노동 현실을 고려할 때, 과감한 개편도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충분한 교육과 경험 기반의 체계적인 운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노동 정책, 잘되려면
사용자도 국민…‘균형’이 핵심
친노동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균형’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노동권을 강화하면서도 과잉 통제 부작용을 막아야 기업 수용도가 오른다는 분석이다. “근로자 보호라는 대의가 사용자 권리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희성 교수는 “근로자만 인권이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도 인권을 가진 국민”이라며 “노동행정이 일방적으로 근로자만 보호한다면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 감독 강화가 아닌,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수용 가능한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가 함께 운영하는 ‘명예 산업안전감독관’ ‘명예 근로감독관’과 같은 제도를 확대 시행하자는 목소리다.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도입된 명예 고용평등감독관 제도다. 사업장 소속 노동자 중 노사가 추천하는 사람을 감독관으로 위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 노동자에 대한 상담·조언을, 또 법령 위반 사항을 사업주에게 개선 건의하고 감독기관에 신고하는 업무 등을 수행한다. 노사가 함께 추천한 인원인 만큼 정당성과 명분 측면에서 갈등 소지가 적다. 하종강 교수는 “노사가 함께 운영하는 ‘명예 근로감독관’ 제도가 잘 정착된 기업 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교육 훈련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권 강화에 무조건 거부감을 느끼는 현재 사용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양승엽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법 준수를 비용이 아닌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대가 됐다”며 “노동권 강화로 권리 의식이 확대되고 법원의 해석 또한 엄격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동법 줄타기는 경영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강 교수도 “기업이 노동비용을 감당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시민의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며 “노동 문제에 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에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들을 참고해 ‘경영 마인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건웅·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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