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달리면 퀀텀점프 [‘롤러코스터’ 코스피 시나리오는]
4000선 돌파 뒤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투자자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현재 증권가에서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룬다. 주도주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부 차원 증시 부양 의지도 확실하다는 평가다. 기업가치 관점에서도 여전히 “더 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불안한 환율과 공매도 순보유 잔액 증가다. 특히 원화 약세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 현상이 감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7일)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7조2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순이익 168조 → 215조원
낙관론 진영의 핵심 근거는 코스피 이익 상승이다. 코스피 랠리가 단순 기대감이 아닌 이익 상승에 기반한 ‘구조적 성장’인 만큼 단기 조정 이후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수준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항상 이익의 연속 상승이 동반됐다”고 강조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코스피 1000선을 넘어선 시점(2005년 3월) 전후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순이익 상승이 나타났다. 2000선을 돌파한 2016년 12월도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순이익이 큰 폭 치솟았다. 현재도 동일한 구조다. 2024년 168조원이던 순이익은 2025년과 2026년 각각 215조원, 289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 한 번 이익 상승 국면이다.
코스피 이익 상승을 이끄는 건 반도체 ‘투톱’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37조7261억원, 2026년은 75조3651억원이다. 2배 이상 영업이익 확대를 점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하다.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68조9748억원으로 2025년(41조9102억원) 대비 64.5% 증가다. 양 사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 합산액은 2025년 79조6363억원에서 2026년 144조3399억원으로 81.2% 늘어날 전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반도체 부문 실적 추이는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2017~2018년)보다 월등한 편”이라며 “반도체 이익 상승기에는 코스피지수도 올랐다”고 강조했다. 2017년과 2018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은 각각 67조3663억원, 79조7303억원이다. 증가폭은 18.3% 수준이다.
낙관론 진영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조정 국면을 단기 과열을 소화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강세장에서는 과열에 따른 단기 조정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중장기 랠리 측면에서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유사했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한국 증시(코스피) 강세장은 2025년 4월부터 시작됐다. 현 시점(2025년 11월)은 약 200일쯤 된다. 그런데 과거 3번의 2~3년 강세장 때도 정확히 200일 부근에서 단기 조정이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하인환 애널리스트가 언급한 과거 강세장은 ① 1998~1999년 ② 2009~2011년 ③ 2020~2021년을 말한다. 대체로 랠리 시작 시점 200일을 전후로 조정이 시작돼 50~60일 뒤 재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조정폭은 10% 안팎을 기록했다. 하인환 애널리스트는 “11월은 보수적인 대응을 유지하되, 12월 초중순부터 다시 강세장이 재개될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도 낙관론 진영의 근거다. 특히 정부 차원의 ‘자본 투입’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단 점을 주목한다. 대표적인 게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다. 정부는 해당 펀드를 활용해 전략 산업 직접 지분투자(약 15조원)도 고민 중이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도 증권가에서 주목한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AI·반도체 분야에 한정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현실화될 경우 전략 산업 내 기업이 자산운용사와 수조원대 합작투자를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당초 국민연금은 올해 전체 자산의 최대 17.9%까지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했다. 그런데 최근 한도를 19.9%로 올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약 30조원을 국내 주식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선 ‘증시의 정치화’란 지적이 나오지만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는 랠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남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전 세계적인 AI 투자 붐과 정부 주도의 주주환원 정책이 맞물렸다”며 “2026년 코스피는 6000 이상을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쏠림 현상’은 장기 랠리에 부적합
코스피지수 4000을 기준으로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부문은 급등 중이지만, 절대 다수 종목이 상승 대열에서 소외됐다. 통계로도 확인 가능하다. 연초 대비 코스피지수 상승률(11월 11일 기준)은 71.2%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자료를 재가공한 결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웃돈 종목(우선주 포함)은 코스피 958개 종목 중 116개에 그쳤다. 연초 대비 주가가 떨어진 종목(286개)보다 적다. 증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 수혜를 받는 신성장 산업과 달리, 전통 제조업 부문은 부진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통적인 중장기 강세장은 다양한 산업군이 순환적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성장 동력을 형성할 때 나타난다. 주도 업종과 별개로 전체 시장 상승을 뒷받침할 후발 주자가 없다면, 코스피는 일정 수준에서 횡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뷰티와 식품 부문이 힘을 실어줬지만 최근 들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현실화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뷰티 부문 주요 종목으로 꼽히던 달바글로벌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16만원→12만7900원으로 급락했다. 영업이익(167억원)이 시장 전망치(241억원)를 크게 밑돈 탓이다. 국내 대표 뷰티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도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에 주가가 급락했다.
쏠림 현상이 변수에 취약하단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반도체 부문 리스크로 꼽히는 건 인공지능(AI) 거품론이다. 수익성에 비해 과잉투자 등으로 거품이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빅테크 투자 부담이 실제론 더 클 수 있어 거품론이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영화 ‘빅쇼트’ 모델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AI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자산 사용 수명을 길게 잡아 감가상각비를 줄이고 있다”며 “흔한 ‘이익 부풀리기’ 수법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칩과 서버처럼 2~3년 주기로 교체되는 장비를 대거 구입하면서도, 오히려 자산 수명을 연장하는 식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I 인프라에 적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코스피 랠리를 이끌고 있는 만큼 AI 거품론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부문 타격은 불가피하다.

불안한 환율…‘셀 코리아’ 우려
코스피 랠리를 향한 비관적 시선도 있다. 주된 이유는 불안한 환율 흐름이다. 최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0원을 등락한다. 지난 4월 트럼프 미 대통령발 관세 전쟁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문제는 고환율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단 원화 약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와 북미 등으로 기업 생산기지가 옮기면서 실물 경기와 금융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한풀 꺾이기 전에는 원화값이 좀처럼 반등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는 수요가 늘어 자연스레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오르고 있단 의미다. 최근에는 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까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6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리면서 달러가 약해질 수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시 안전자산 수요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어 방향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인덱스 대비 원화의 상대적 약세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달러 선호가 강화되면 추가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11월 11일 기준 99.5다. 일반적으로 달러인덱스 상승은 달러 수요 확대 →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을 피하려 한국 투자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 매도 랠리를 원·달러 환율과 엮어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코스피에서 7조244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 1460원 돌파로 원화 약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확대 시 글로벌 자산 시장 상승 동력인 폴리시믹스(Policy Mix)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 상승이 미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 조기 종료로 이어져,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정책이 더해진 ‘폴리시믹스’ 조합이 깨질 수 있단 우려다. 이 경우 증시에선 안전자산을 향한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 순보유 잔액까지 불어나고 있다는 건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 늘고 있다는 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10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2조6357억원이다. 한 달 전(11조9671억원)과 비교하면 약 5.6% 늘었다. 대차 거래 잔고도 심상치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2일 기준 대차 거래 잔고는 122조8822억원이다. 한 달 전(106조9116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확대됐다. 대차 거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는 것을 가리킨다. 대차 거래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한국 증시에선 ‘공매도 선행 지표’로 통한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모멘텀이나 정부 정책 기대감이 훼손될 경우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대형주를 바라보는 시장 기대치가 꺾이면 증시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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