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잡고 김현수까지? '짠돌이' 두산이 달라졌네

이준목 2025. 11. 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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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영입에도 관심... 적극적인 외부 영입으로 새 시대 열까

[이준목 기자]

▲ 소감 밝히는 김현수 10월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김현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현수는 5경기 17타수 9안타, 타율 0.529에 홈런 1개,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연이은 파격 행보로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두산은 지난 11월 18일 올해 'FA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격수 박찬호를 4년 총액 80억 원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박찬호는 건대부중-장충고 등 학창 시절을 서울에서 보낸 선수다. 박찬호는 FA 계약 체결 이후 구단을 통해 "어린 시절 두산 베어스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는 소감을 밝혔다. FA A등급자인 박찬호를 영입한 두산은 KIA에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200%(9억 원) 또는 전년도 연봉 300%(13억 5000만 원)를 내줘야한다.

또한 두산은 같은 날 내부 FA였던 도루왕 출신 외야수 조수행도 4년 총액 16억 원의 조건으로 잔류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어 19일 비공개로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는 NC 다이노스로부터 투수 이용찬을 지명하며 친정팀으로 복귀시켰고, 한화 이글스에서는 외야수 이상혁도 영입했다.

두산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4명의 외부 선수를 영입하는 데 들인 비용만 벌써 100억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두산은 올해 LG의 통합우승 주역이었던 FA 김현수의 영입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역시 이용찬과 더불어 두산에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출신 선수다.

과감한 투자 나선 두산, 달라진 행보

현대야구에서 전력보강을 위한 투자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 대상이 하필 두산이라는 것은 야구팬들에게는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두산은 2010년대 프로야구의 '왕조'를 호령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프로야구계에서 가성비와 효율성만 강조하며 과감한 투자에는 인색한 '짠돌이 구단' 이미지도 강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외부 자원 영입에 굉장히 인색했다. 내부 FA들도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싶으면, 굳이 붙잡지 않고 다른 팀으로 보낸 사례도 수두룩하다. 두산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수분야구'도 기존 주전들이 이적하면 곧바로 새로운 유망주들을 내부에서 육성하여 빈 자리를 메우는 두산의 선수단 운영 기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 이전까지 두산이 대어급 외부 FA를 영입한 사례는 2012년 홍성흔, 2014년 장원준, 2022년 양의지까지 단 3번 뿐이었다. 그나마 홍성흔과 양의지는 본래 두산에서 스타로 성장했고 첫 번째 FA에서 다른 팀으로 갔다가 두산에서 재영입한 사례다. 두산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순수 외부 FA에 투자한 것은 박찬호가 장원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올시즌 두산의 행보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박찬호
ⓒ 두산 베어스
현재까지 두산의 영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박찬호의 경우, 계약금 50억 원에 연봉이 총 28억 원으로 보장액만 78억이다. 인센티브는 고작 2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화가 박찬호와 동갑내기이자 유격수 FA 최대어였던 심우준과 맺은 계약 규모(4년 5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박찬호의 시장 가치를 고려할 때 과도한 금액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박찬호는 2014년 KIA에서 프로 데뷔한 1088경기 통산 타율 .266, 23홈런 187도루를 기록했고, 2024시즌에는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최근 5시즌간 유격수 소화 이닝 리그 1위(5481이닝)에 도루왕 2번(2019·2022년), 수비상을 2번(2023·2024년) 수상하며 '공수겸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두산에게 박찬호의 영입은 이전 외부 FA와는 상황이 다르다. 11년 전 장원준의 영입 당시 두산에게는 오직 우승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당시 두산은 매년 우승에 도전할 만한 최전성기의 전력이었고, 실제로도 장원준 영입으로 탄탄한 선발진이 완성되며 본격적인 왕조를 열 수 있었다.

그에 비하여 현재 두산은 지난 시즌 9위에 그쳤다. 더딘 세대교체와 몇몇 주축들의 노쇠화로 인하여 우승권 전력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박찬호와 몇몇 베테랑 선수들이 가세한다고 해서 당장 다음 시즌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재석·박준순·오명진 등 그동안 두산의 미래로 꼽히며 적지 않은 경험치를 투자했던 젊은 야수들의 출전기회나 포지션 경쟁구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두산의 변화한 영입정책은 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내부 육성' 체제의 한계와 함께 급격한 세대교체보다는 '신구조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가을야구 진출권을 오락가락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여러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어중간한 경쟁구도 속에서 각 포지션에서 확실한 주전이나 올스타급의 선수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팀에 어려움 처했을 때 흔들리기 쉬운 젊은 야수들의 중심을 잡아줄만한 리더도 없었다.

김원형 두산 신임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내야수비의 중심축이자 리드오프가 되어줄 수 있는 확실한 주전급 유격수 박찬호를 취임 선물로 받았다. 이용찬의 재영입과 김현수의 영입 가능성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비록 내년 우승권은 아니지만, 야수진과 마운드에서 각각 젊은 선수들의 모범을 되어줄수 있는 베테랑들을 영입하며 안정적인 신구조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두산은 이번 스토브리그의 파격 행보를 통하여 투자에 인색하다는 이미지를 벗어내고, '명가 재건'을 위하여 언제든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만일 두산이 2026시즌 FA 영입 효과를 증명하여 반등에 성공한다면, 1~2년 내에 다시 FA시장에서 언제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셈이다. 두산에게 올해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는 단순한 전력보강 차원을 넘어서, 구단의 새로운 방향성과 철학 전환을 알리는 시작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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