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레시피,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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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감자튀김, 감자 스낵, 해쉬브라운이라면 먹던 밥도 팽개치고 감자 메뉴를 찾는 아이기에 우리 부부는 감자만 보면 아이가 먼저 생각이 나곤 한다.
눅진해진 것 이라 해도 감자전이 먹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와 나 또한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 나의 삼시세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 남편 이제는 좀 쉬게 해주고, 하루하루 할 수 있는 레시피들을 더해가면서 오늘과 같은 수많은 오늘들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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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이전 기사 : 늙은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먹어보고 죽어야겠다)
최근 어디서 먹어봤는지 기억에는 없는데, 감자를 채로 썰어 전을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다. 남편에게 어리광 비슷하게 말을 걸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먹고 싶다고 하면 좋아라 함박 웃음 웃어주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미안하여서 목소리는 작았다.
감자를 채 썰고 튀김 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전으로의 모양새를 갖춰본다. 튀김 가루 덕분인지 감자들은 서로 이리저리 잘 엉켜 붙어주었다. 감자채전 넉 장이 완성되었다.
"아들 좋아하겠는데?"
남편이 말하며 전 두 장을 따로 접시에 옮겨둔다. 평소 감자튀김, 감자 스낵, 해쉬브라운이라면 먹던 밥도 팽개치고 감자 메뉴를 찾는 아이기에 우리 부부는 감자만 보면 아이가 먼저 생각이 나곤 한다. 전 두 장이 낼름 아이 몫으로 옮겨진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오히려 남편이 아이 몫을 빠트리기라도 하면 눈을 흘기곤 하였는데. 두 장을 빼앗긴 전 앞에서 슬퍼진다. 암 수술 후 도통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가 겨우 한 가지 메뉴를 생각해냈는데 내가 1순위가 아닌 것이 순간 서운하다. 이튿날, 남편은 유튜브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바삭한 감자전' '감자전 바삭하게 만드는 방법'
간밤에 어쩐 일인지 아이는 두 장의 전을 먹지 않았다. 밤새 놓인 감자전은 눅진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눅진해진 것 이라 해도 감자전이 먹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와 나 또한 검색하기 시작했다. 눅진한 감자전을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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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집 짜장면 맛을 그대로 재현한 내가만든 짜장면 서툰솜씨로 갖은 재료들을 썰어 넣어 흉내 내어 본 나만의 짜장면 사진입니다. |
| ⓒ 김민정 |
한참 아프고 난 지금 생각하며 처절하게 후회한다. 나에게 말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상대방의 노력에 칭찬하지 않고, 건의와 배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부분 나만 옳다고 하고 나 아닌 많은 것을 배척하였다. 나만이 옳다는 건 아니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데 몹시 인색하였다.
23년 4개월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세 번의 암 수술을 받게 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나의 의지로 그만둔 일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련도 컸다. 건강을 돌보고 치료에 전념 해야하는데 수많은 날을 그렇게 보내지 못하였다. 억울하고 서러움에 몸부림 치느라 고통스러웠다. 병상에 누워 하나하나 다시 들춰가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20일, 유튜브를 보고 짜장면을 만든다. 지난 명절에는 육전을 만들어보기도 하였다. 친정어머니가 보내주신 고구마가 너무 많아 고구마 튀김을 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만들 음식을 생각하며 주방 불을 켠다. 오늘 하루 살 수 있음의 허락을 받았으므로 하루를 살아간다.
돼지고기 140g, 양파 반쪽, 애호박을 조금 썰어 넣고, 간장, 굴소스, 전분가루 등을 가져다 중국집
짜장면 맛이 나는 짜장면 세 그릇을 만들어낸다. 내가 정답이라는 아집은 진작 내려놓았다.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짜장면 세 그릇이 나오는 오늘의 현실이 재미있다.
고집부리며 살지 말 걸, 도움 받고 배려하고 조금씩 나눠가며 살아올걸. 후회하는 마음은 아프다. 사는 동안 점점 더 많은 레시피들을 가지고 싶다. 지난 2년 나의 삼시세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 남편 이제는 좀 쉬게 해주고, 하루하루 할 수 있는 레시피들을 더해가면서 오늘과 같은 수많은 오늘들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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