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볼드모트' 한동훈? 론스타 승소에도 이름 안 불리는 까닭
[곽우신, 남소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의 이름이 국민의힘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과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볼드모트'라고 한 전 대표를 비꼰 바 있는데, 결은 다르지만 이 별명이 자당에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볼드모트'는 J.K.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악역으로, 작중 인물들은 그를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자'라며 거명을 피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승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공'을 가로채지 말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한 차례 패소에도 불구하고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취소 소송을 주도했던 '최대 공로자' 한동훈 전 대표의 이름은 끝끝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장관 등 여권에서조차 뒤늦게 한 전 대표의 공을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과 사뭇 대조된다(관련 기사: 정성호 "한동훈 론스타 항소 잘한 일, 모든 관계자 헌신으로 승소" https://omn.kr/2g41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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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 ⓒ 남소연 |
송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 고위 인사들이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황당함을 넘어 '철없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항소 결정을 하니, '승소 가능성 제로이고, 국고만 축낸다'는 식으로 막무가내식 비난을 퍼부었던 사람이 현재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로 있는 황당한 인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이라면 '국정의 연속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론스타 문제는 여야 진영의 문제가 아닌 국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잘 되면 내탓, 잘못되면 남탓'의 자세로는 국정을 온전히 이끌 수 없다"라며 "성공한 역사든, 실패한 역사든, 모든 유산을 물려받아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약 4조 원에 매각해 이미 엄청난 이익을 확보하고서도 우리 정부에 6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전형적인 탐욕적 투기자본"이라며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철없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우리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다시는 이 같은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이날 송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동훈'이란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모든 공직자'로 통칭됐을 뿐이다. 공식 논평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이번 승소는 전 정권에서부터 이어진 공직자들의 노고로 빚어진 성과"라고만 표현했고, 박성훈 수석대변인 또한 19일 논평에서 "이번 승리는 대한민국이 법리에 근거해 끝까지 싸워 얻어낸 성과"라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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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 공동취재사진 |
결과적으로 이때 실책이 오랜 세월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론스타는 2006년 4조 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재매각했으면서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론스타는 오히려 한국 정부 탓에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손해를 입었다면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5조 원의 중재 신청을 건다. 매각 지연과 부당 과세를 이유로 들었다.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과 비용이 들어간 소송전이 이어졌다. 2022년 한국이 2억 1650만 달러의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내라는 결정이 나왔다. 론스타 측의 요구액 대비 약 4.6% 규모였기 때문에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수천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는 비판도 혼재했다.
특히 당시에는 항소해도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보수언론의 논조조차 비슷했다. 오히려 불복해봤자 그 과정에서 세금만 더 들어간다는 회의론에 힘이 실렸다. 당시 가장 목소리 높였던 인사 중 하나가 송기호 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이다.
하지만 이때 법무부장관이었던 한동훈은 다른 판단을 내린다. 본인이 검사 시절 참여했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론스타가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도 벌였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1972년부터 내린 503건의 판정 중 취소 신청이 수용된 것은 25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판정이 '전부 취소'된 것은 8건에 지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여권 일각에서도 한동훈 전 장관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지원 의원도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잘한 건 잘했다고 얘기해 줘야지"라며 "법무부장관으로서 판단 잘한 것"이라고 평했다.
"한동훈 띄우지 않고 지방선거 치르겠다는 것... 장동혁 '협량'만 부각될 수도"
한동훈 전 대표는 론스타 승소를 발판삼아 '자기 홍보'에 집중했다. 여러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기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민주당의 자화자찬을 '숟가락 얹기'라고 꼬집으면서 현 여권 인사들의 과거 오판을 하나씩 끄집어내며 꼬집고 있다.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연일 대여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분명 호재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에서 이토록 한동훈 전 대표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심사가 복잡한 것 같다"라며 "한동훈 전 대표를 띄워주는 꼴이 되면,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동훈 역할론'이 당 안팎에서 불거질 수 있다. 이 점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엄 소장은 "장동혁 대표는 정치적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잠재적 보수 대권 주자들을 띄우지 않고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차기 주자로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자칫 본인의 협량(좁은 도량) 이미지만 새롭게 부각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승리의 공을 온전히 장 대표 본인이 가져가기 위한 정치적 견제라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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