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는 지금 봄, 사진만 봐도 떠나고 싶네요

최한결 2025. 11. 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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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시장, 동네 길, 대학 축제에서 찾은 다채로운 일상... 만개한 자카란다도 만났습니다

지난 11월 7일부터 11월 15일까지 호주(시드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시도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했습니다. <기자말>

[최한결 기자]

겨울이 문 앞으로 찾아온 11월, 따뜻한 햇빛이 그리워 호주로 휴가를 떠났다. 지금껏 다양한 여행지를 다녔지만 늘 지향하는 한 가지가 있다. 유명 명소보다 먼저 그 도시의 '생활'을 느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시드니도 마찬가지였다. 토요일 오전 공항에 내린 뒤 가장 먼저 주말 시장을 찾아봤다. 시드니는 주말마다 여러 지역에서 시장이 열리는데, 지역마다 또 요일마다 분위기가 달라 시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시장이 되는 학교
 하버브릿지 다리 아래 공간에서 열리는 킬리빌리마켓
ⓒ 최한결
첫 방문지는 글리브(Glebe) 마켓이었다. 글리브 마켓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글리브공립학교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주말 시장이다. 학교에서 시장이 열린다고? 맞다. 겉보기엔 평범한 학교지만, 정문을 지나자 북적북적한 시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건물 현관 앞, 농구 골대 아래까지 늘어선 가판대가 이색적이었다. 한쪽에선 디제잉 공연이 펼쳐졌다.

교육 공간이 주말이면 지역 커뮤니티의 장으로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점은 글리브 마켓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곳은 사전에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다. 학생, 이민자, 여행자가 뒤섞여 중고 의류, 소품,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내놓고 있었다. 다양한 삶이 모여 활기를 만드는 모습을 통해 시드니의 다양성과 젊은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일요일에는 킬리빌리(Kirribilli) 마켓을 찾았다. 이곳은 보통 일요일에 열리지만, 때에 따라 토요일에도 열리기도 해 미리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시장은 시드니의 랜드마크 하버브릿지의 아래를 중심으로 열렸고, 글리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글리브가 젊고 다채로운 에너지라면, 이곳은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주말 공기에 가까웠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가판대마다 수제 비누, 향수, 일러스트,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창작품들이 놓여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주민들이 천천히 걸으며 물건을 고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그야말로 '동네 장터'였다. 관광객 중심의 랜드마크 바로 옆에서 주민들은 평소처럼 일요일을 보냈다. 킬리빌리 마켓은 시드니가 관광 도시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시드니에는 빈 창고를 활용해 토요일 새벽에 열리는 캐리지웍스 파머스(Carriageworks Farmers) 마켓, 예술가들이 모이는 더 록스(The Rocks) 마켓 등 개성 강한 시장이 곳곳에 있다. 주말 시장만 따라다녀도 시드니라는 도시가 얼마나 다양한 결을 갖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보랏빛 자카란다
 밀슨스포인트 지역 인근 자카란다 길
ⓒ 최한결
킬리빌리 시장을 뒤로 하고, 시드니의 계절을 느끼고 싶어 밀슨스포인트(Milsons Point)로 향했다. 현지에 살고 계신 이모님이 "이곳의 자카란다를 꼭 봐야한다"라고 추천해주셨기 때문이다. 아직 한글 검색에는 정보가 많이 없지만, 영어로 지도 앱에 'jacaranda trees'라고 입력하면 위치가 나타난다.

하버브릿지에서 몇 분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이 골목길의 공기는 시티와 전혀 달랐다. 평범한 주택가 골목에 보랏빛 자카란다 꽃이 만개해 꽃잎이 흩날렸고, 유모차를 밀거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이 그 아래를 천천히 지나갔다. 어르신들이 단체로 찾아와 환하게 웃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자카란다는 원래 시드니 토종 나무가 아니다. 남아메리카에서 온 외래종이지만, 지금은 시드니의 봄을 대표하는 풍경이 되었다. 오래된 주택이 늘어선 동네에 보랏빛이 드리워지는 장면은 봄 시드니의 일상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동네 주민과 하나 되는 대학교
 커뮤니티축제 중인 시드니 대학교, 남녀노소 지역주민 모두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최한결
지난 8일 찾은 시드니대학교에서는 이 도시가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지 볼 수 있었다. 시드니대는 담장이나 경계를 크게 두지 않은 개방형 캠퍼스로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학생 뿐 아니라 동네 주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까지 자유롭게 드나든다고 한다.
축제장은 학교라기 보다 동네의 광장에 가까웠다. 잔디밭에 마련된 무대에선 학생 밴드가 무대에 올랐고, 건물 곳곳에서 학사모를 쓴 학생들이 가족과 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즐겼다. 체험 부스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녔고, 나는 평소라면 들어가볼 일이 없었을 시드니대학 강의실에 들어가 잠시 쉬기도 했다.
 시드니대학교 커뮤니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 최한결
남녀노소,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섞여 축제를 함께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커뮤니티'였다. 내가 '시드니에 왔구나'를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대학이라는 교육 공간이 지역 사회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경험한 대학 축제는 대부분 학생 중심 행사였지만, 이곳에서는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고 학생과 가족, 동네 사람이 함께 어울렸다. 이름 그대로 '커뮤니티'를 위한 축제였다. 시드니에 사는 이모님께서는 "시드니대는 원래 이런 걸 자주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대학도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일부 강의실까지 개방되어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최한결
주말의 끝은 일몰 명소로 알려진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Mrs Macquaries Point)에서 보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일상적이다. 잔디와 절벽 위에서는 가만히 책을 읽거나 그대로 누워서 쉬는 주민들이 있었다.
관광지 풍경에도 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시장도, 동네 골목도, 대학 축제도 모두 이 도시가 매일 이어가는 일상의 장면이었다.
 미세스 맥쿼리 포인트에서 바라본 오페라하우스
ⓒ 최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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