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우리 동네 상권이 무너졌다

이혁진 2025. 11. 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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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 앞 도로 주변 가게 20군데 문 닫아... 조명도 사라져 음산해

[이혁진 기자]

요즈음 주민센터 체력강화실(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나오면 오후 7시, 주민센터 앞 20M 도로는 번잡한 곳인데도 어두컴컴하다. 주변의 상점과 가게들이 폐업하거나 장사가 안돼 일찍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주민센터에서 가까운 동네 골목은 더 어두워 음산하기까지 하다.
 동네 빈 가게에 붙은 임대문의 표지. 이 곳은 2년 이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이혁진
이른 저녁인데도 주민센터 앞 어둡고 썰렁... 폐업 가게 많아
예전에는 경기가 어려워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주민센터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고 그런대로 식당과 가게들이 영업을 했다. 헬스장에서 나오면 인근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곤 했다. 하지만 오후 8시만 되면 거의 모든 식당에서 손님을 볼 수 없다. 현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골목과 동네상권이 붕괴했다는 항간의 걱정이 실감 난다.
특히 주민센터 바로 앞 삼거리에 있는 20년 넘은 '노포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충격이다. 나는 오래전에 주인 혼자 운영하는 이 식당에 자주 드나들었다. 간판 이름 대로 옛날짜장의 맛을 간직했다. 짜장면 가격이 2천 원이던 시절이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괜찮은 곳이었다.
 20년 이상된 노포식당이 임대물건으로 나왔다. 임대료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곳 주변에 폐업하거나 문 닫은 가게가 20곳이 된다.
ⓒ 이혁진
5평 정도 소규모 식당에 나처럼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아 한 줄로 이어진 식탁에서 벽을 보며 짜장면을 먹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갈 때마다 식당에 손님 한 두 명은 꼭 있었다. 단골이 적지 않았다.
이 식당은 2천 원짜리 짜장면을 시작으로 점차 가격을 올렸다. 치솟는 식자재값에 가격을 올린 것이다. 처음에는 5백 원을 올리고 나중에는 1천 원 올렸다. 최근엔 자장면값이 5천 원으로 인상됐다. 이후 이곳을 자주 가지 못했지만 오가면서 식당에 손님이 있는지 살피던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식당 문에 임대문의 표지가 붙은 걸 확인했다. 이제는 임대료마저 보전할 수 없는 상황인 모양이다. 크게 벌지 못해도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는 식당주인의 과거 말이 새삼 떠오른다.

현장 실사를 해보니 주민센터 반경 50미터 내 80군데 가게 중 20곳이 임대문의 딱지가 있었다. 폐업하거나 문 닫을 예정인 가게들도 다양하다. 짜장면 노포 외에 노래방, 오토바이 가게 두 곳, 네일숍이 임대로 나왔다. 횟집 두 곳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고 30년 된 터줏대감 공구업체와 페인트가게도 공실이다.

잘 나가던 부동산중개업소 2곳도 폐업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도로에 자리한 유명 편의점 2곳은 비싼 임대료를 피해 좁은 골목으로 이전했다. 텅 빈 편의점은 낮이나 밤이나 안이 음침하다. 동네에 오래 살면서 이렇게 빈 가게가 많을 줄 몰랐다.
 민생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표지가 붙은 동네의 한 수퍼
ⓒ 이혁진
경제 살리는 정부 특단대책 기대... 온기가 살아있는 동네 다시 그리워

임대 문의 딱지를 2년 이상 붙이고 있는 가게 주인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우리 집에 세든 가게도 사정이 어렵다며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가게를 내놓고 한숨 쉬는 임차인과 종업원들의 스트레스와 심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안타깝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갔더니 임대물건은 많아도 찾아오거나 묻는 고객이 없으며 중개소에 알선을 요청하지 않고 임대인들이 직접 내놓는 부동산까지 감안하면 빈 가게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네 가게와 상점들은 경제불황에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맬 수 없어 문을 닫았을 것이다. '민생지원금 업소'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로 가게들이 썰렁하다. 횡단보도에 걸린 시민경제 살리겠다는 구호의 정당 현수막도 공허하게 들린다.
 동네 도로와 골목에 설치한 비상벨, 어두운 곳의 안전사고 신고와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신고 장치,
ⓒ 이혁진
해가 넘어가면 가게 조명도 꺼져 도로까지 어두워 반짝이는 빨강 비상벨이 유달리 눈에 들어온다. 비상벨은 인적이 드문 곳에 치한들의 범죄예방과 안전사고 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한 안전장치다.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남에 따라 남아있는 가게가 장사가 잘되는 '제로섬게임'을 예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돈이 안 돌아 '불황의 도미노현상'은 언젠가 남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 장사하는 사람들도 점점 다가오는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동네시장도 암울한 상황은 비슷하다. 문을 닫았거나 임대문의를 붙인 곳이 여럿이다. 올초 시장에 문을 열어 손님이 몰리던 대형 식품마트도 어제는 고객보다 직원들이 많았다. 전남 여수에 살고 있는 한 친구도 산단의 불황과 지역경제가 어려워 상가의 반이 폐업하거나 문을 닫아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장기 경제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겨울이 곧 다가온다. 풍족하지 않더라도 예전의 밝은 도로와 온기가 있는 동네를 다시 보고 싶다. 동네상권의 힘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는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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