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끊은 지 5년째, 딱 한 번만 했다가

김은주 2025. 11. 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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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지금은 넘어지기엔 튼튼한 몸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타인의 권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야 한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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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아야겠다는 깨달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은주 기자]

커피를 끊은 지 오 년째. 그 대신 녹차, 홍차, 캐모마일, 민트티 같은 순한 차들을 마셨다. 직장생활 할 때는 하루 네다섯 잔도 끄떡없었건만 퇴사 후에는 커피 한 잔도 어렵다. 속도 쓰리고 잠도 못 자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거나 하늘이 잔뜩 흐린 날은 커피 특유의 진한 향에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꾹 참는다. 남이 시킨 커피 향만 맡을 뿐, 내 차에만 집중한다.

얼마 전, 독서 모임에서 식사를 마친 후였다.

"커피는 제가 살게요."

청일점인 중년 남성이 훌륭한 곳이 있다며 여자 세 명을 이끌었다. 카페 이름이 특이했다. 아니, 겸손했다. '커피 맛을 조금만 안다는' 듯한 카페명.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조금 안다니.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다. 맛집으로 평가되는 '블루 리본'만 네 개를 받은 곳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여기 커피는 꼭 맛봐야 해요."

자칭 미식가인 지인이 목소리를 높이며 추천했다.

"디카페인이 있으니까 그걸로 시켜봐요."

좋아하는 사람들의 강력 추천이라 오 년간 지켜 온 신념이 흔들렸다.

"오늘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자면 여기 온 사람들한테 새벽에 전화 돌립니다."
 다른 사람에겐 맛있는 음료라도 나에겐 아닐 수 있다.
ⓒ molnj on Unsplash
농담하며 커피를 시켰다. 오랜만에 커피를 마셔서인지 맛을 알 수가 없다. 다들 맛있다고 하니 홀짝홀짝 마셨다. 서비스가 좋은 곳이라 한 잔을 더 내어줬다. 두 잔째는 자제력을 발휘해 조금만 마셨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갑자기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 같지 않은 느낌. 갑자기 외로운 마음이 들었다. 몸도 좀 추웠다. 길을 걷는데 어지러웠다. 비틀거리다가 왼쪽으로 넘어졌다. 나이 오십 넘은 아줌마가 휘청대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할까 싶어 얼른 일어났다. 예전에 극심한 다이어트로 십 킬로그램 이상 감량해 몸의 균형을 잃고 와장창 넘어진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넘어지기엔 튼튼한 몸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자려고 누우니 심장이 마치 폭주하는 것처럼 뛰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세 시간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도 몸 상태가 안 좋더니 다섯 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몸이 추워지더니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누런 가래와 콧물까지.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 모든 일들이 커피 때문인 듯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사람마다 몸에 맞는 게 다른 걸 느낀다. 다른 사람에겐 맛있는 음료라도 나에겐 아닐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승환의 '물어본다'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이제부터는 타인의 권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야 한다. 진짜 마시고 싶은지.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먹어야 한다. 아직도 낫지 않은 감기를 생각하며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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