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견고한데, 주가 내린 LIG넥스원 왜?
미사일과 레이더 체계를 제작하는 방산 회사 LIG넥스원의 주가가 심상찮다. 40만원대로, 최고점(65만원) 대비 38% 넘게 빠졌다. 증권사 일부에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렸다. 매도 의견을 잘 내지 않는 국내 증권사 특성상,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주가가 급격히 빠질 만한 악재는 없다. 오히려 3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 정도로 견고했다. 갑작스레 주가가 하락한 배경은 ‘4분기 부진 예상’이다. 다만, 방산 업계에선 증권가 우려가 과도하다고 내다본다. LIG넥스원의 4분기 실적 하락은 회사 특성상 매번 반복되는 ‘예상된 부진’인 탓이다. 또 실제 실적과는 별개인 장부상 손실에 가까워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하루 만에 주가 17% 하락
LIG넥스원 주가는 11월 7일 하루 만에 17.15% 급락했다. 40만원 선이 무너지며 주가는 한때 39만원까지 내려갔다. 11월 중순 현재 주가는 40만원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11월 6일 LIG넥스원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이유는 없었다. 성적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LIG넥스원은 3분기 매출 1조492억원, 영업이익 8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2.5%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도 주가는 이를 비웃듯 급락했다. 일반적으로 깜짝 실적이 나오면 주가는 상승한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내려간 이유는 두 가지다. 4분기 부진 예고와, 대형 수주를 비롯한 호재의 부재 탓이었다.
실제로 실적 발표날 잔치가 예상될 것이란 반응과 달리 증권가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LS증권, 미래에셋증권, iM증권 등 일부 증권사를 리포트를 내며 4분기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일부는 매수 의견 대신 ‘중립’ 또는 ‘보유’로 투자의견을 바꿨다. 최정환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가 집중되는 4분기 특성상 개발 관련 손실충당금이 3분기 대비 늘어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61만원에서 56만원으로 내렸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LIG넥스원에 대한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51만원으로 하향하면서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그는 “6년치 일감 기반의 안정적 실적 성장과 앞으로 2∼3년간 수출 비중 확대로 인한 이익 개선이 명확하다. 다만 우리의 기대보단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눈높이를 낮췄으나 속도감이 붙는 시점에 실적 추정치 상향 여부를 고려하여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를 (추가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변용진 iM증권 애널리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수주·실적 등 여러 측면에서 모멘텀(동력)이 부재하다며 LIG넥스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변 애널리스트는 “(3분기) 호실적 원인은 연간 계획했던 연구개발(R&D) 투자계획이 일부 지연돼 비용 투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히려 4분기 실적에는 비용 요인이 추가로 반영돼 이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 부진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패닉셀’이 이어졌다. LIG넥스원을 담은 방산 ETF의 비중 조정까지 이뤄지며 방산주 전체가 주가 조정을 받기도 했다. 투자 업계 일각에선 방산주 주가가 고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 분석까지 나왔다.


손실충당금 많을수록 장기로는 호재?
시장의 움직임을 두고 업계에서는 ‘과한’ 걱정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LIG넥스원 회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사일과 레이더 등 체계를 중점으로 만드는 LIG넥스원은 미사일, 어뢰 등에 대한 개발 용역 수주를 4분기에 집중적으로 받는다. 개발 수주를 받으면,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특정 기한 내에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 기한 내에 개발을 못하면 비용을 일부 배상해야 한다. 기한 내 개발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손실충당금을 설정한다. 손실충당금은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비용이 급격히 치솟는 탓에 LIG넥스원은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급감한다. 4분기 실적이 늘 좋지 않은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지만, 이는 재무제표상 부진일 뿐, 실제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손실충당금이 많을수록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그만큼 개발 수주 용역이 많이 들어왔다는 뜻이라서다. 단기적으로는 개발비, R&D 비용 증가로 회사에 부담이 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추후 매출이 늘어난다는 신호다. 회사 존속을 위한 ‘성장성’이 확보됐다는 의미다.
대형 수주 건수가 적다는 점도 악재는 아니다. 대형 사업은 적지만 현궁, 비궁, 신궁, KGGB 등 주력 상품 수주는 꾸준하다. 지대공미사일인 천궁-Ⅱ의 중동 수출도 순조롭다. UAE, 이라크, 사우디 등 ‘큰손’ 국가와 수주 계약을 완료했다. 중동 사업은 이익률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르면 올해 4분기 UAE에 천궁 인도를 시작할 전망이다. 무기가 인도되면 수주액은 매출로 전환된다. 실적 상승세 기대를 점치는 이유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5~2027년 영업이익이 2배 성장할 것으로 본다. 2028년까지 수출 성장이 기대된다. 장기 투자를 권고할 만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본업인 방산은 이상 無
신사업 안착이 다음 목표
LIG넥스원의 시선은 ‘사업 다각화’로 향한다. 방산 빅4(한화, 현대로템, LIG넥스원, KAI) 중 민수 사업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이 LIG넥스원이다. 지금 당장은 방위 산업이 잘나가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주요 고객이 각국 정부로 한정되는 탓에 시장 규모 자체가 한계가 있다. LIG그룹만 해도, 과거 생명보험과 건설 사업을 영위할 땐, LIG넥스원이 그룹 주력이 아니었다.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성이 높은 민수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 LIG넥스원은 민수 사업 확대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통신 소부장 기업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했고, 지난해엔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2억4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들 기업이 성장 궤도에 올라서면 LIG넥스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르게 올라올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민수 사업 시장 규모, 이익률 등이 방위 산업보다 높다. LIG넥스원 자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낸다면 주가는 물론 직원 성과급 지급, 임금 협상 등 기업 운영 부문에도 숨통이 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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