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 이야기 통해 전하려던 진심, '위키드 2막'이 특별한 까닭
[장혜령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위키드: 포 굿>은 정의로움을 지닌 엘파바(신시아 에리보)가 사악한 마녀로 낙인 찍힌 후 착한 마녀로 칭송받게 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본격적인 심리전이 관전 포인트다. 우정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치적인 메시지까지 아우른다. 마법의 힘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던 엘파바와 외모의 잣대로 허황된 신념 때문에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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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 |
| ⓒ 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로 탄생한 위키드는 사실 뮤지컬 <위키드>와 더 가깝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원작으로 하며,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2차 창작물이다. <오즈의 마법사>와 연결성이 <위키드: 포 굿>에서 명확히 드러나며 재해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날씨 마법을 부린 마담 모리블(양자경)은 토네이도를 일으켜 캔자스의 도로시를 오즈로 데려온다. 그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하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마리사 보데)가 휩쓸려온 집에 깔려 죽음으로 이어진다. 종국에는 엘파바에서 물을 끼얹으면서 자매의 죽음에 관여한다. 글린다가 멋대로 준 네사로즈의 구두를 신고 귀환을 위해 마법사(제프 골드블룸)를 찾아 노란 벽돌길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심장 없는 양철나무꾼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허수아비, 피예로(조나단 베일리)와 엘파바가 구해준 겁쟁이 사자까지 등장하며 모든 복선이 회수된다.
2막에서 등장인물은 깊이 있는 감정 교류와 복잡한 관계성을 겪으며 다소 혼란스럽다. 하지만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용기에 대해 말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며 서로를 위한 최선의 우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다. '너로 인해 달라졌어'라고 반복적으로 공표한다. 부제 포 굿(For good)은 '영원히'라는 단순한 관용어를 넘어 진정한 선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를 취한다. 모든 것이 달랐지만 서로를 통해 올바른 길로 변해가는 과정은 혐오와 갈등이 만연한 21세기에 어울리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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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컷 |
| ⓒ 유니버설 픽쳐스 |
끝내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내적으로 성장하는 데 주력한다. 선악 구도는 변화라는 상징성의 도구일 뿐이다. 사악한 마녀와 착한 마녀로 그려진 두 인물이 사실은 정치적으로 선동되어 있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지켜본 제3자인 관객은 진실을 알고 있어 긴장감이 동반된다. 나치의 선동과 조작에 현혹된 독일 국민의 극단적 동조가 떠오르며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대체 역사물로도 느껴진다. 히틀러는 마법을 쓸 줄 모르는 마술사 오즈, 괴벨스는 그를 조정하는 마담 모블리로 상징된다.
인종, 국가, 장애, 젠더에 따른 차별 없는 다양성도 아우른다. 초록 피부로 차별받던 엘파바, 걷지 못하는 네사로즈, 말하는 동물의 억압 등이 대표적이다. 아웃사이더를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올바름이 유려하게 다뤄진다. 오즈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위대한 마법사의 추악한 진실, 선민의식에 빠진 글린다의 각성,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엘파바의 용기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처럼 보이는 이유다.
지난 11월 5일 <위키드>가 재개봉했다. 1막과 2막을 연달아 관람한다면 최적의 관람을 누릴 수 있다. 뮤지컬 영화답게 음악을 오롯이 체험할 사운드 특화관을 추천한다. 오리지널 넘버 외에 <위키드: 포 굿>을 위해 만들어진 신곡이 담겼지만 임팩트는 약하다.
더불어 주디 갈런드의 고전 <오즈의 마법사>(1939)나 샘 레이미 감독의 재해석이 깃든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2013)을 함께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특히 <오즈의 마법사>는 영화 <주디>(2020)에서 다룬 아역 배우의 인권 유린과 겹치며 낯선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야만의 시대에서 만들어진 20세기 명작의 어두운 단면을 포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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