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송출하면 끝? 일반인 출연자의 권리 보장은 어디에 물어야
[한국여성민우회]
<무엇이든 물어보살>(KBS), <솔로지옥>(넷플릭스), <고딩엄빠>(MB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 <이혼숙려캠프>(JTBC) 등 일반인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단번에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방송 내용이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편집·왜곡·재확산되어 출연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연 장면이 조롱거리가 되거나, 신상 정보가 노출되고, 혐오·차별적 악성댓글에 시달리는 사례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특정 검색어만 입력해도 노출되는 'OO녀', 'OO남' 같은 표현들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온라인에서 편집·재생산되며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밈은 유머를 빌미로 타인을 조롱하고, 사회적 규범과 차별적 인식을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한편 촬영 단계에서부터 일반인 출연자의 인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4년 SBS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 촬영 중 발생한 여성 출연자 사망 사건은 제작 과정에서조차 출연자의 권리와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에도 10여년 전, 자신이 출연한 방송 장면이 편집·재확산되면서 현재까지도 성희롱, 명예훼손, 사이버불링, 트롤링 등의 심각한 온라인 괴롭힘을 겪고 있다는 일반인 출연자의 사례가 접수되었다. 해당 사례는 법적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성차별적·여성혐오적 괴롭힘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피해 사례다. 이러한 피해는 단순히 방송 출연을 수락했다는 이유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는 없었으며, 콘텐츠 제작·송출 과정에서 책임있게 개입했다면 피해를 경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방송사·제작사·유통 플랫폼은 이러한 피해의 현황과 대응 및 예방 책임을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을까?
일반인 출연자의 권리를 묻다
| 공문 질의 내용 |
| · 일반인 출연자의 온라인상 성차별적 괴롭힘 및 사이버불링 피해 방지를 위한 지침, 매뉴얼 또는 가이드라인 운영여부 및 내용 · 출연자 계약서에 피해 예방 및 지원 관련 보호조항 포함여부 및 내용 · 운영 중이거나 마련 중인 출연자 보호 제도의 구체적 내용 |
본 공문에서 말하는 '일반인 출연자'란, 전문적인 미디어 활동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개인이 방송·온라인 콘텐츠·OTT 프로그램·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제작물에 일회적 또는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한 직장인이나 연애·관찰 예능에 출연한 대학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소속사나 전문 매니지먼트의 지원 없이 출연하는 만큼, 제작 과정과 산업 구조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공문은 지상파 4곳(KBS, EBS, SBS, MBC)과 종편·OTT·제작사 12곳(MBN, TV조선, JTBC, 채널A,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코리아,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티빙, 유튜브 코리아, 유튜브 본사) 총 16곳에 발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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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우회가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을 질의하기 위해 발송한 공문 |
| ⓒ 한국여성민우회 |
그러나 질의 과정에서 확인된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질의의 목적은 방송사, 제작사, 유통 플랫폼의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 제도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질의할 창구를 찾는 일부터 어려웠다. 대표메일조차 공개하지 않았으며, "어느 부서에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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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코리아 문의 카테고리 |
| ⓒ 넷플릭스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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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코리아에서 회신한 가이드라인·신고 절차 |
| ⓒ 유튜브코리아, 한국여성민우회 |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성희롱, 사이버불링,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의 온라인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방송사·제작사·유통 플랫폼에 이를 예방하거나 대응할 제도와 절차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곳은 극히 적었다.
지상파 가운데서는 KBS와 EBS만이 회신했다. KBS는 현재 운영 중인 '방송제작 가이드라인(https://guide.kbs.co.kr/)'과 을 첨부했다. 반면 EBS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해당 문서인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영상 출연표준계약서(비드라마 분야)』는 처음부터 일반인 출연자를 전제로 작성된 계약서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전문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개정본조차 출연료 지급, 사후 논란 시 배상 책임 등 재정적 위험 관리에 집중되어 있어, 촬영·편집·유통 전 과정에서 출연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할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계약 내용이 출연자에게 충분히 안내되기 어려운 구조임도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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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영상 출연표준계약서(비드라마), 25.7.31 개정 |
| ⓒ 문화체육관광부 |
이번 질의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이라는 주제가 방송사·제작사·유통 플랫폼 제도 안에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이었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접수하고 책임을 요구할 명확한 창구조차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현재 미디어 산업이 개인의 권리보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 효율성을 우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송은 송출로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평범한 시민의 얼굴과 이름은 수년간 조롱과 낙인의 대상이 된다.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은 개인의 대응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OTT 플랫폼·제작사가 공동으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다.
이에 방송사·OTT 플랫폼·제작사는 앞으로 일반인 출연자의 인격권과 초상권의 보장, 인권침해 기준의 검토, 피해 예방과 책임 있는 대응체계 구축 등 표준계약서와 제작·편집·유통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은 단순히 출연자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미디어 산업 전반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https://womenlink.or.kr 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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