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결과는 '선방' 경기력은 '물음표'... 중원 문제 등 해결할까?

이준목 2025. 11. 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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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 상대로 보인 경기력은 걱정스러워... 중원 조합 등 풀어야 할 숙제 남아

[이준목 기자]

▲ 굳은 표정의 홍명보 감독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5년 A매치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축구대표팀은 11월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전에서 2-0(손흥민, 조규성),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전에서 1-0(이태석)으로 승리하며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축구는 2025년 A매치에서 13전 8승 3무 2패(승률 62%)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2024년 4승 2무)에 이어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을 무패(2승 2무)로 통과하며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11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아르헨티나(이상 14회), 스페인(12회)에 이어 역대 6번째이자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는 국가로는 최초다.

6월에 월드컵 예선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홍명보호는 이후 본격적으로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경쟁과 실험 체제로 재정비됐다. 7월 국내파로 치러진 동아시안컵(2승 1패)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후 9월부터 총 6차례 평가전을 치르면서 4승 1무 1패의 성적을 남겼다. 동아시안컵 일본전(0-1)에서 출범 첫 패, 10월 브라질전(0-5)에서는 5골 차 참패의 수모를 당하며 주춤하기도 했으나, 이후 파라과이-볼리비아-가나를 상대로 무실점 3연승을 내달리며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월드컵 대진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조추첨 '포트2'를 사상 최초로 확보했다는 것도 중요한 성과다. 조 추첨 포트는 이달 A매치 결과까지 합산한 FIFA랭킹을 기준으로 나눈다. 포트가 높을수록 강팀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22위인 한국은 최근 A매치 3연승으로 포트 2 마지노선인 23위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로써 한국은 내달 5일 예정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좀더 수월한 대진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변화 시도했던 홍명보호, 불완전한 모습도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 확정 이후 선수발굴과 전술변화를 위하여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월드컵 3차 예선까지 줄곧 포백 수비를 유지해왔던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부터 여러 차례 스리백 전술을 점검했다. 미국(2-0), 멕시코(2-2) 등 강팀들을 상대로 잘 싸운 경기도 있었지만, 브라질전 대패처럼 아직은 불완전한 모습도 보였다.

선수층도 한결 넓어졌다. 한국축구 최초의 해외국적 국가대표 선수가 된 옌스 카스트로프를 비롯하여 양민혁, 권혁규, 이한범 등이 올해 홍명보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오현규, 김진규, 박진섭, 이태석, 배준호 등 영건들이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A대표팀에서도 비중있는 선수들도 성장했다. 한동안 부상과 슬럼프로 고전했던 김승규, 조규성, 원두재 등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하여 경쟁구도에 힘을 보탰다.

김민재-이강인-조현우-이재성 등 기존 붙박이 주전들의 활약도 건재했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유럽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LA FC에 입단한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홍명보호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손흥민은 올해 A매치 통산 140경기에 출전하며 한국축구 역대 최다출장 1위를 경신했고, 득점도 54골(2위)을 터뜨리며 차범근(58골)의 대기록에 4골 차이로 근접했다. 2025년 A매치에서는 9경기에서 3골 2도움을 올렸다.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결과'로만 보면 분명히 준수하지만, '경기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홍명보호가 출범 1년여간 패한 것은 단 두 번 뿐이지만, 일본과 브라질이라는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강호'를 만났을 때 지나치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건, 강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본선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약팀을 상대로 확실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월드컵 3차예선에서도 결과는 무패였지만, 최약체 팔레스타인에게 두 번이나 비기는 등 내용상 고전하다가 어렵게 승점만 챙긴 '꾸역승'이 많았다. 11월 A매치에서도 피파랭킹 70위권의 두 팀(볼리비아, 가나)을 상대로 내용상으로는 계속 밀리다가 세트피스나 선수들의 개인능력으로 만들어낸 득점으로 겨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벌써 1년여가 지났음에도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확실한 '전술적 콘셉트'가 무엇인지 누구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비 라인이 뒤로 밀리거나 빌드업 과정에서 볼 간수를 제대로 못 해 역습을 얻어맞는 장면이 속출하며 팬들의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의 '압박축구'나 2020년 벤투 감독의 '점유율 축구'처럼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한국축구만의 강점을 살린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고질적인 중원 문제 해결 시급
▲ 드리블 하는 손흥민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으로 이처럼 답답하고 기복 심한 경기력의 배경에는 고질적인 중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팀은 정우영의 노쇠화와, 부상으로 고전중인 황인범을 대체할 3선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벤투호 시절부터 중원의 사령탑 역할을 해왔던 황인범은 최근 두번이나 부상으로 A매치 소집에 빠졌고, 그의 공백이 대표팀의 중원 장악력과 패스 플레이의 정교함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다른 대체자로 꼽히던 백승호 역시 11월 A매치에 부상으로 결장했고, 홍 감독이 중용하던 박용우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내년 월드컵 출전조차 불투명해졌다.

부득이하게 홍명보 감독은 최근 A매치마다 다른 중원 조합으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볼리비아전은 김진규과 원두재 콤비를, 가나전은 권혁규-옌스 카스트로프 콤비를 각각 가동했다. 하지만 2경기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조합을 발견하지는 못했고, 중원의 불안정은 점유율 약화와 롱패스 전략에 의존하는 부작용으로도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이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중원 조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대표팀의 거듭된 부진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 홍 감독의 리더십과 선임 과정의 절차적 논란 등으로 인하여, 국가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지지가 예전만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때 흥행보증수표로 꼽히던 A매치 경기가 연이어 매진에 실패하는가 하면, 홈경기장에서 감독과 축구협회장을 향한 야유가 쏟아지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은 우려를 자아낸다. 이런 분위기가 길어진다면, 향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사기와 동기부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은 북중미월드컵이 열리는 내년 3월 다시 소집되어 전력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남긴 홍명보호가 내년에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까지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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