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찬반? 현실은 배송 중 목숨 잃어"

유성애 2025. 11. 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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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유족 기자회견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쿠팡 CLS 현장 찾아

[유성애, 남소연 기자]

▲ 숨진 쿠팡기사 오승용씨 유족 기자회견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 유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 정당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제 동생은 살기 위해 일했습니다. 아빠 장례 뒤에도 하루 밖에 못 쉬고 새벽 어둠 속으로 나갔다가 죽었습니다. 노동자가 죽었는데도 기업(쿠팡)의 첫 마디는 '우리 책임 아니'라는 책임 회피였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당신들 눈에 사람이 보이는 겁니까?"

새벽배송 중에 사고로 숨진 쿠팡 택배노동자 오승용씨 친누나의 울음기 섞인 호소다.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선 그는 "새벽 배송 기사들이 몇 시간이나 자는지, 얼마나 시간에 쫓기며 목숨 걸고 운전해야 하는지 쿠팡은 알고 있나. 혹시 알면서도 방치한 것 아닌가. 죽어도 또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라며 "즉각 사고의 모든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자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씨는 지난 10일 새벽, 쿠팡 택배 탑차를 몰던 중 전신주를 들이받고 숨졌다. 아버지 장례식을 마친 뒤 업무에 복귀한 첫날이었다. 유족과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 등에 따르면 오씨는 사고 직전 주 6일 동안, 매일 11시간 30분씩 근무했다. 이에 따라 유족 측은 초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영업점 대표 측은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다", "악의적"이라며 과로사가 아니라 주장하는 상황이다.

"구조적 살인" 강조한 참석자들... 민주당 을지로위 "법 뜯어고쳐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
 제주시 오라동 길가의 도로 전신주가 크게 휘어진 모습. 지난 10일 새벽배송 중이던 쿠팡 택배기사가 이곳에서 사고로 숨졌다.
ⓒ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누나, 아내, 모친 등 유가족들뿐 아니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쿠팡과로사 대책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회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등 '을'들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전날인 18일 저녁 고인이 근무하던 '퀵플렉서'의 관리협력업체 쿠팡 CLS를 찾아가 노동 현장 및 쿠팡의 개선 약속이행 실태를 점검했다.

을지로위원회 민병덕 위원장은 이날 "대체 인력 하나 없이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갈아 넣는 이 야만적인 시스템이 바로 쿠팡의 민낯"이라며 "명백한 책임은 원청인 쿠팡에 있다. 쿠팡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각지대, 최소한의 휴식조차 보장하지 않는 약탈적 계약 구조, 위험은 외주화하고 이익은 독점하는 원청의 책임 회피를 당장 중지하라. 이 모든 걸 바로잡기 위해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면 을지로위는 그렇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 또한 '구조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새벽 배송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현실에선 기사들이 새벽 배송 중 목숨을 잃고 있다, 이건 구조적 살인"이라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렵사리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도 쿠팡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택배 현장의 장시간 노동은 택배 노동자들의 연속된 죽음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인의 죽음이 언론보도로 공론화되자, 고인이 일하던 대리점 측은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고인은 휴식을 취한 뒤 출근했다"라면서 "음주운전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란 취지로 주장해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 숨진 쿠팡기사 오승용씨 유족 기자회견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 유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 정당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회견장에 선 고인의 아내는 "고인 사고 뒤 병원 초기 진료 의무기록과 혈액 검사를 확인했는데, 음주 관련 어떤 성분도 검출 안 됐다"라며 "유족은 해당 유언비어가 고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한다. 유족은 오늘 오후에 산재 신청을 위한 변호인단 면담에서 해당 유언비어에 대한 법정 대응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근거없는 의혹제기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김광석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회견문을 낭독하며 "2년 전 군포에서, 24년 남양주와 동탄에서 그리고 올해 제주에서 쿠팡 새벽 배송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매년 계속되어야 하나"라며 "주 5일을 일해도 60시간이 넘는 노동, 안 그래도 높은 노동 강도에 교대도 없는 야간 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쿠팡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원내 5당(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진보당·사회민주당)은 "유족에 대한 쿠팡의 사과를 받아내고 유족과 함께 계속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해 나갈 것"이라며 "쿠팡은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인 새벽 배송 시스템이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대화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선 지난 13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배달노동자와 택배기사 등이 표준계약서를 쓰는 것을 의무화하고, 영업점이 종사자 등의 운송보험 가입과 교통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게 해 고용불안 및 과로사를 줄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토교통부 장관의 불참에 항의하며 퇴장한 뒤 재석 151명 중 찬성 15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 숨진 쿠팡기사 오승용씨 유족 기자회견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 유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 정당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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