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수준 낮은 한국" 통렬한 지적, 근원적 문제는 '오프더볼 움직임 부재' [가나전 현장]

김희준 기자 2025. 11. 19. 07:31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솔직히 일본은 굉장한 강팀이다. (…) 한국과 가나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나 대표팀의 오토 아도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묻자 답한 내용이다. 제3자의 시선으로 봐도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벌어졌다. 그 차이를 전술적으로 구분하면 오프더볼 움직임의 부재로 이야기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치러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14일 볼리비아에 2-0으로 승리한 데 이어 11월 A매치 2연전을 2승으로 마무리했다.

10월 파라과이전까지 합치면 3연승을 거둔 셈이었지만 뒷맛은 개운치 못했다. 3연승 과정에서 경기력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파라과이전에는 엄지성이 전반 15분 선제골을 넣으며 비교적 평탄한 흐름으로 경기가 흘러갔지만, 이번 11월 A매치에서는 전반 내내 고전하며 오히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시간도 있었다.

볼리비아와 가나의 전력을 고려하면 의아한 일이다. 볼리비아는 자국 명문 볼리바르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카를로스 람페, 롭손 마테우스, 에르빈 바카, 카를로스 멜가르 등 4명이 한국전은 빠지고 일본전만 참가하는 걸로 합의됐다. 추가로 핵심 센터백이자 주장인 루이스 아킨이 비자 발급 문제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오토 아도 가나 감독. 서형권 기자

가나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가나는 11월 A매치 전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멀티골을 넣었던 공격수 모하메드 쿠두스를 비롯해 조던 아이유, 어니스트 누아마, 토마스 파티, 엘리사 오우수, 알렉산더 지쿠 등 핵심 6명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일본전에도 부상 악령이 가나를 덮쳤다. 대표적으로 미드필더 아부 프란시스는 일본과 경기에서 후반 10분 다나카 아오의 슛을 막으려다 정강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현지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앙투안 세메뇨와 모하메드 살리수도 일본전 이후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들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비자 문제로 선수 수급마저 온전히 이뤄지지도 않았다.

한국도 황인범, 백승호, 박용우 등 주전 미드필더들이 모조리 빠지는 악재가 있었지만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나머지 핵심 선수들이 건재했다. 게다가 한국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였기에 결과는 물론 내용도 챙겼어야 한다. 최우선 목표가 승리를 거두는 것이었다며 그것에 만족하는 건 평가전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일이다.

11월 A매치에서, 특히 두 경기 전반전에 한국은 공격과 수비가 되지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뜻이다. 관련해 홍 감독은 가나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두 경기 다 전반에는 썩 좋지 않았다. 중요한 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은 것"이라며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 한편 "전반에는 잘 되지 않고 후반에 잘 된 것은 미드필더의 대각선 움직임, 두 명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올라가면 한 명이 내려가는 일, 수비수와 거리 유지 등이 있다. 수비수에게 공을 받아서 나오면 상대 선수를 끌어내서 제3자의 움직임으로 가져가야 한다. 전반엔 잘 되지 않았고, 후반에는 잘 됐다"라며 부진 이유도 분석했다.

홍 감독도 오프더볼 움직임이 승패를 가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11월 A매치 2경기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아니 홍 감독 부임 후에 대표팀에서 선수들이 가져갔던 움직임은 오프더볼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지도자의 그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이강인(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볼리비아전 대표팀의 전술적 움직임 부재는 후반 5분 이강인의 '11초 드리블'로 대표된다. 수비 진영에서 끊어낸 공을 이강인이 이어받아 전진하기 위해 공을 소유했는데, 그가 공을 갖고 있는 동안 수비 진영에 있던 다른 7명 중 이강인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가져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멈춰있었다. 소유권은 유지했지만, 빠른 역습에 나갈 수는 없었다. 이를 단순히 선수 개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가나전에는 수비 상황에서 전방압박이 헐거웠다. 가나가 토마스 파티와 같이 조금 더 중원에서 공을 소유하는 데 탁월한 선수를 보유했다면 이번 경기는 제2의 브라질전이 될 수도 있었다. 공격진 3명과 미드필더진 2명은 사실상 따로 노는 수준이어서 수비 진영에서 한 번만 공이 방출되면 가나가 편안하게 공을 소유했다. 개인 기량에 의존한 전방압박은 브라질전 이미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음에도 이번 경기까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 2경기는 전반에 득점이 없고, 후반에 득점이 있었을 뿐 경기력에서는 극적인 차이가 없었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선수들은 상황에 맞게 공간을 점유하기보다 강박적으로 포지션 플레이에 맞추려는 듯한 모습에 가까웠다. 공격 상황에서도 공격진 3명 외에 추가로 쇄도하는 선수가 있어야 공격 확률이 올라가는데, 선수들은 좀처럼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가나전 선제골이자 유일한 득점 장면은 드물게 이태석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며 나왔다. 한국이 오픈 플레이에서 답답한 전개로 일관하고, 세트피스에서 기회를 잡는 것도 페널티박스 안에 선수가 많다는 간단한 이유에서 나온다.

김진규(오른쪽, 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다. 일본이 볼리비아를 상대로 쐐기골을 넣은 장면에서 왼쪽 윙백으로 나온 마에다 다이젠은 우에다 아야세가 공을 잡고 전진하는 그 순간부터 페널티박스로 맹렬히 돌진했다. 상대 수비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일본이 공격 상황에서 각 포지션의 움직임을 지정하고 그대로 이행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공격 시 페널티박스 안에 수적 우위를 가져간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경기를 해나간다는 것도 이 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오프더볼 움직임이 아니라 온더볼 상황에서 공을 가진 개인의 순수 기량에 많은 걸 의존한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진규는 "소속팀에서는 50%는 온더볼, 50%는 오프더볼 움직임을 요구한다면 대표팀에서는 많은 비중을 직접 공을 받아 플레이하기를 원한다"라고 전북현대와 대표팀에서 자신의 역할 차이를 이야기했다. 김진규가 전북보다 대표팀에서 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 공수 양면에서 활발한 오프더볼 움직임이 특장점인 옌스 카스트로프가 대표팀에서 그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 등을 짐작 가능한 발언이다.

물론 홍 감독 말대로 결과적으로 승리하는 건 중요하다. 어떻게든 이기는 힘은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전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신력은 무의미하며, 승부욕이나 근성만을 이야기하는 건 요행을 바라는 것에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1월 A매치에서 얻은 두 번의 승리는 지속성이 없다. 앞으로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요행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