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쿠팡기사, 8일 연속 야간배송했다… 19일 연속 야간노동 기사도"

전선정 2025. 11. 18. 20: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 회견, "대리점 권유로 '타인 ID 돌려쓰기' 만연" 폭로…쿠팡 쪽 '주 7일 연속 로그인 불가·격주 주5일제 시행 중' 주장에 정면 반박

[전선정 기자]

 18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유족 및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쿠팡이 책임져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1.18
ⓒ 연합뉴스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쿠팡 택배기사 고 오승용씨가 회사의 방치와 대리점의 권유 아래 타인의 ID를 사용해 주 8일 연속 야간노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같은 '아이디 돌려쓰기'로 오씨의 대리점 기사들이 주 7일 이상, 최대 19일까지 야간 노동이 이뤄진 사례도 추가로 공개됐다.

그동안 쿠팡 쪽은 '출근 관련 어플에 7일 연속 로그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 씨와 직원들의 야간 노동 사실이 드러나면서, 쿠팡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씨의 유족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아래 대책위) 등은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전국택배노동조합 제3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극심한 과로 구조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라며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책임져라"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족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극을 부른 쿠팡의 장시간·고강도·연속적인 고정 야간노동의 문제는 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주도의 많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이 고인처럼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많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도 고인처럼 일하고 있다"라며 "최근에만 2023년 군포에서, 2024년 남양주와 동탄에서, 그리고 올해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5일을 일해도 60시간이 넘는 노동, 안 그래도 높은 노동 강도에 교대도 없는 야간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쿠팡에서의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새벽배송 개선안,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는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 실질적 과로방지대책 즉각 마련 ▲ 주 60시간 초과 노동 규제·분류작업(통소분) 업무에서 배제 등 1·2차 사회적 합의 준수 ▲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휴식권·건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오늘도 어제 사용했던 아이디입니다"
 2024년 9월 6~7일 고 오승용씨에게 대리점 관리자가 타인 ID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 유족 제공
이날 대책위는 "이번 3차 진상조사 결과의 핵심은 고인이 타인의 ID를 사용해 7일을 초과하는 연속 장시간 노동을 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한 것"이라며 오씨와 대리점 관리자가 나눈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 내역 캡쳐본 3개와 오씨가 지난 8월 1일부터 8월 8일(입차일 기준)까지 총 8일 연속 야간노동을 한 내역을 제시했다. 대책위의 설명에 따르면, 근무일이 7일째가 되는 8월 7일에 오씨는 대리점의 권유로 동료기사(김○○)의 ID를 빌려 새벽배송을 했다.

대책위는 3개의 캡쳐본 중 지난해 9월 5일에 이뤄진 대화 내역을 강조했다. 해당 자료에서 회사 관계자가 "이번달 다른 아이디 배송 없어?"라고 묻자, 오씨는 "김○○ 7일 319건, 한 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쿠팡의 수수료 정산이 매월 26일부터 익월 25일을 기준으로 익월 15일에 지급되는 방식임을 고려할 때, 관리자는 8월분(7/26~8/25) 수수료 정산을 위해 고인이 타인 아이디로 근무한 내역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또 "노동조합이 확보한 대리점 업무 카카오톡 채팅방 근태기록(위 사진 참고)에 따르면, 고인이 김○○ 기사의 ID를 사용했다고 답한 주의 8월 7일, 관리자는 근태기록에 '김○○ 휴무', '오승용 209B'라고 명시했다"라며 "이는 김○○ 기사가 휴무인 날, 고 오승용님이 김○○기사의 아이디로 근무했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고 오승용씨가 지난해 8월 1일부터 8월 8일까지 총 8일 연속 야간근무 한 내역
ⓒ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이외 다른 카카오톡 채팅방 캡쳐본을 통해 '아이디 돌려쓰기'가 오씨가 속한 대리점 내부에서 만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캡쳐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6일에도 관리자는 타인 ID와 비밀번호로 보이는 것을 오씨에게 전달했고, 오씨는 이에 "이 아이디로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음날에도 회사 관계자는 "오늘도 어제 사용했던 아이디입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오씨는 "옙 확인요"라고 답했다.지난해 11월 18일에 있었던 대화 내역에는 관리자가 "그때 아이디 다른 거 썼어요"라고 묻자, 오씨가 "네 계정 다른 거 개인 톡 드렸었어요"라고 답한 기록도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쿠팡의 '7일 로그인 제한' 시스템이 현장에서 얼마든지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쿠팡CLS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캠프에서 쿠팡 CLS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쿠팡CLS는 장시간 과로노동과 꼼수를 모를 수 없으며, 이를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소한의 과로 방지 시스템, 쿠팡에서 완전 붕괴"
 대책위가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고 오승용씨가 속한 대리점 업무 카카오톡 채팅방을 분석해, 대리점 관리자가 매일 공지한 기사들의 근무 및 휴무 기록을 전수조사해 정리한 근태기록(2025년 9월 8일~11월 10일)
ⓒ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또 "이런 과로 노동은 고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었다"라며 "고인이 사망하기 직전 두 달간의 기록(9월 8일~11월 10일)을 분석한 결과, '격주 5일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사들이 다수였고, 7일을 초과해 연속 근무한 기사들(위 사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빈번하게 발견됐다"라고 지적했다.

대책위가 제시한 기록에 따르면, 총 24명의 택배기사 중 14명이 주 7일 이상 연속 야간노동을 한 경험이 있으며 이중에서는 18일, 19일까지도 연속으로 야간노동을 한 택배기사들도 발견됐다. 이 기록에는 13일 연속 야간노동을 하고, 하루 쉰 뒤, 다시 19일 연속 야간노동을 한 택배기사와 10일 연속 야간노동 하고, 하루 쉬고, 18일 연속 야간노동을 한 택배기사도 발견됐다.

대책위는 "고인이 근무한 쿠팡 제주1캠프(배송터미널)에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통소분)을 전가해왔다는 동료 기사들의 일관된 증언을 확보했다"라며 "이는 지난 1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쿠팡이 했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고인이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연속 야간근무로 주 83.4시간의 초장시간 노동을 해왔음이 드러났다"라며 "이 역시도 주 60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사회적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짚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유족 및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1.18
ⓒ 연합뉴스
대책위는 "고인은 사망 직전까지 일 평균 300개가 넘는 물량을 배송하며 극심한 과로 상태에 시달렸다"라며 "특히, 고인은 아버님의 장례(11월 5일~7일)를 치르는 와중에도 제대로 쉬지 않았으며, 장례를 마친 후 단 하루(11월 8일)를 쉬고, 11월 9일 야간 업무에 복귀해 다음날인 11월 10일 새벽 참변을 당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오승용님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쿠팡의 무책임한 관리와 탐욕이 부른 '구조적 과로'가 만든 비극"이라며 "이는 쿠팡이 1, 2차 사회적 합의를 기만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관리 감독조차 포기했음을 보여준다"라고 짚었다.

한편 오씨는 지난 10일 새벽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배송터미널(캠프)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오 씨는 사고 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고정 야간노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단 하루만 쉬고 다시 야간노동을 했다.
 18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유족 및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11.18
ⓒ 연합뉴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