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여상원 논란에 다시 불붙은 장동혁 vs 친한계 충돌

잠잠했던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출발은 장애인 비하로 읽힐 수 있는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의 발언이었다.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시각장애인이자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예지 의원에 대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비례대표에) 할당해서 문제” “한동훈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 등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대변인은 17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장 대표는 이를 반려하고 경고 조치로 끝냈다.
그러자 김예지 의원은 같은날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김 의원이 지난달 발의했다가 철회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박 대변인이 “장기 적출 범죄 일당에게 적출을 당해도 합법” 등 발언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대변인이 유튜브에 나와 소속 의원을 저격한 일도, 의원이 대변인을 고소하는 일도 모두 이례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임기를 두 달 여 남긴 여상원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교체도 갈등을 증폭시켰다. 앞서 여 위원장은 최근 당내 인사로부터 '자리에서 물러나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은 뒤 사퇴 의사를 밝혔었다. 당 안팎에선 윤리위가 지난 3일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당내 분열 조장 혐의에 대한 징계 수위가 '주의'에 그치자, 장 대표가 불만을 토로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여 위원장은 18일 통화에서 “지도부가 사퇴 요구를 한 건 아니다”면서도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당 내에선 윤리위원장 교체를 기점으로 ‘당원게시판 의혹’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원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 글에 한 전 대표가 연루돼 있다는 게 골자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보수 유튜브 채널인 이영풍TV에 출연해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한다”고 했다.

당 지지율이 침체된 상황에서 장 대표가 친한계를 겨냥한 듯한 스탠스를 보이자 당 안팎에선 “장 대표가 내부 동요를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친한계 압박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최근 보수 유튜버 등에선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감사가 늦어지자 “장 대표에게 실망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장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묶기 위해 친한계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친한계에선 “한 전 대표가 항소 포기 국면에서 치고 나오자 입지가 흔들린 장 대표가 오히려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초선 의원)는 반발이 나왔다. 한 전 대표가 최근 ‘대장동 저격수’로 주가를 올리자, 장 대표가 이를 견제한다는 게 친한계의 시각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자꾸 친한계가 내부 총질한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던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들쑤셔서 갈등을 키우는 건 바로 장 대표”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당 상황을 걱정하는 공개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국민의힘 의원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재선 엄태영 의원은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하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항소 포기 논란 등 확실한 반등 찬스를 잡았는데도 당이 내부 다툼만 하고 뚜렷한 활로를 못 찾는 걸 두고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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