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 '살림꾼'이었던사키, 하나은행 '기둥'으로
[양형석 기자]
하나은행이 안방에서 10년 가까이 이어지던 '우리은행 공포증'에서 탈출했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17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BNK 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우리은행 우리WON과의 홈개막전에서 66-45로 완승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지금으로부터 9년9개월 전이었던 2016년 2월 13일 마지막으로 우리은행에게 승리를 거둔 후 안방인 부천에서 우리은행에게 내리 27연패를 당했다가 이번 시즌 홈 개막전에서 21점 차 대승을 거두며 길었던 터널에서 벗어났다.
하나은행은 5년 차 가드 박소희가 3점슛 2방을 포함해 14득점8리바운드1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고 진안이 10득점 6리바운드,정현이 9득점 7리바운드, 고서연이 6득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BNK 썸의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가 이번 시즌 하나은행으로 이적한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는 11득점 6리바운드3어시스트1스틸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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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시즌 BNK 우승의 주역이었던 사키는 지난 6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
| ⓒ 한국여자농구연맹 |
BNK는 작년 4월 FA시장에서 통산 9개의 우승 반지를 가진 베테랑 가드 박혜진을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2000만원에, 2022-2023 시즌 득점왕(18.9점) 출신의 혼혈선수 김소니아를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4억 원에 영입했다. 뿐만 아니라 2021-2022 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어시스트 여왕에 등극했던 포인트가드 안혜지와도 계약기간 4년,연봉 총액 3억1000만원에 재계약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렇게 BNK는 안혜지와 이소희, 박혜진, 김소니아로 이어지는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했지만 의외로 성적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고 전망하는 농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2019년 창단 때부터 BNK를 이끌어왔던 안혜지와 이소희는 물론이고 새로 영입한 박혜진, 김소니아 모두 소속팀에서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활약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 일을 해줄 '살림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BNK에는 지난 시즌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를 통해 BNK에 합류한 사키가 있었다. 173cm의 포워드 사키는 일본리그 4개팀에서 8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뛰어난 수비와 준수한 외곽슛 능력을 인정 받은 선수다. 하지만 1992년생으로 WKBL에 입성한 아시아쿼터 선수들 중 나이가 가장 많았고 실제 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키는 지난 시즌 BNK의 완벽한 '퍼즐 조각'이 됐다.
지난 시즌 BNK에서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한 사키는 경기당 평균 33분47초를 소화하면서 9.6득점5.3리바운드1.5어시스트1.6스틸 3점슛 성공률 33.9%를 기록했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팀 내 3위, 어시스트는 주전 5명 중 가장 적었지만 상대 에이스를 수비하고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에이스들이 해주지 못하는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그렇게 사키는 지난 시즌 BNK 첫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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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은행으로 이적한 사키는 시즌 첫 경기부터 안정된 플레이로 하나은행의 대승을 이끌었다. |
| ⓒ 한국여자농구연맹 |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의 덕을 보지 못했던 대표적인 팀이다. 전체 3순위로 지명했던 와타나 유리베는 주전가드로 활약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 때문에 하나은행과 계약을 해지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2라운드에서 선발한 이시다 유즈키는 지명 후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면서 화제가 됐지만 27경기에서 6.1득점2.5리바운드1.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하나은행에게 전체 1순 아시아쿼터 사키의 합류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의외로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는 크지 않을 거라고 전망하는 농구팬들도 있었다. BNK에서 주로 궂은 일을 소화했던 사키의 플레이 스타일이 젊은 선수가 많은 하나은행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물론 하나은행에는 김정은이라는 '정신적 지주'가 있지만 WKBL 최고령 선수 김정은은 더 이상 30분 이상 소화하며 팀을 이끌긴 무리다.
하지만 높은 농구지능(BQ)을 자랑하는 사키는 하나은행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17일 우리은행과의 홈 개막전부터 이를 코트에서 보여줬다. 홈 개막전에서 27분58초를 소화한 사키는 3점슛 1개를 포함해 11득점6리바운드3어시스트1스틸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하나은행의 승리를 견인했다. 특히 4쿼터에서 한 번에 2명을 속인 후 골밑 득점을 성공시키며 우리은행의 사기를 떨어트렸다.
아직 시즌 개막 후 단 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하나은행의 이번 시즌 전력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홈27연패를 비롯해 56경기에서 4승52패로 철저하게 밀렸던 우리은행을 상대로 21점 차의 대승을 거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결과였다. 그리고 지난 비 시즌 동안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었던 하나은행이 첫 경기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준 비결은 역시 사키의 합류가 결정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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