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GM '탈중국' 드라이브…LFP 키우는 K-배터리 기회 왔다

정진주 2025. 11.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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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GM, 중국산 배터리·부품 배제 전략 본격화
LFP 핵심 공백에 국내 배터리사 대체 공급처로 부상
다만 EV 수요 둔화·OEM 자체 생산 등 신중론 병존
LFP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완성차들이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과 배터리 사용을 잇달아 배제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장기 대체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들은 엔트리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 이를 대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중국권에서 LFP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사실상 국내 배터리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와 GM 등은 최근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초부터 미국 생산 전기차에는 중국 기반 공급망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우선 협력사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핵심 부품은 이미 중국 외 생산품으로 교체됐고 나머지 품목도 향후 1~2년 내 중국산을 제거하는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 역시 수천 개 협력사에 원자재와 부품 공급처로 중국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공급망을 완전히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업체에는 2027년까지 대체 공급망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희토류와 자석 등 전략 자원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도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공장. ⓒLG에너지솔루션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의 대체 공급망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탈중국 전략에서 배터리가 사실상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 완성차들은 엔트리 전기차와 하위 트림에서 핵심으로 쓰이는 LFP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는 순간 큰 공백이 발생한다. LFP 배터리는 원가 경쟁력과 안전성으로 글로벌 완성차의 엔트리 전기차 전략에서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해 북미 OEM에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반면 국내 기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양산 경험과 품질관리 체계를 이미 보유했고 북미 현지 생산 기반도 갖추고 있어 미국 OEM의 전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북미 OEM의 탈중국 기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 배터리사에 구조적 수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성훈 중앙대 교수는 “비중국권에서 LFP 배터리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 기업뿐”이라며 “미국 OEM이 중국산을 배제하면 대체 공급망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OEM사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해도 대량 양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단기 변수는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배터리사 수혜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전기차용 LFP 체제를 본격 강화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앞서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르노에 이달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9기가와트시(GWh)를 공급하며 폴란드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중저가 배터리 제품군에서 처음으로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따낸 대규모 공급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한,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2공장에서 LFP 셀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말 라인 전환에 착수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엔트리 모델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삼성SDI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LFP와 미드니켈 각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원가 효율화와 공정 속도 향상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복수의 글로벌 OEM과 2028년 양산 프로젝트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부 프로젝트는 연내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국내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전기차용 LFP 시제품을 공개했다. 현재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 수주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사용 제한과 엔트리 수요 확대가 겹치며 LFP가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전략적 비중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북미 전기차 시장 둔화와 미국 OEM의 자체 생산 확대 기조 등 불확실성이 상존해 국내 업체의 판매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이 9월 말 사실상 일몰된 상태에서 중국산을 쓰지 말아야 할 직접적인 ‘가격 페널티’는 약해졌다”며 “테슬라와 포드는 이미 중국 LFP 기반 자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GM은 관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중국산 LFP 사용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EV 시장은 보조금 축소로 성장성이 둔화돼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K-배터리가 메울 만큼의 ‘공백 시장’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은 원래 중국 공장 생산분이 투입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중국산 LFP 배제 자체가 미국 시장 물량에 큰 영향이 없다”며 “국내 3사는 EV용 LFP 양산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차량 설계 변경부터 양산 반영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 수혜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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