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경계선지능인... "법적 지위 확보해 달라"
[느린I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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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계선지능인 지원법'에 관한 입법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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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입법공청회에서는 정치권과 학계, 현장 모두가 "더는 미뤄선 안 된다"며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생애주기 전반의 공백을 지적했다. 이어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최소한의 출발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별도 법 제정의 시급성을 확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복지위 소관으로 발의된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제정안 7건에 관한 관련 단체와 학계,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청회는 그동안 교육·고용·복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제도적 공백에 놓여 있던 경계선지능인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첫 공식 논의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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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은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진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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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교수는 법률의 목적을 단순 보호가 아니라 '자립 지원'과 '권리 보장 강화'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법안 제1조에 이를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향후 범부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자립, 사례관리, 개인별지원계획 등 핵심 개념 정의를 폭넓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법안에 담긴 '가정의 책임' 조항은 "부모와 가정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는 내용"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배 교수는 조기진단과 지원은 반드시 연계돼야 하며, '지원이 없는 진단'은 낙인만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동복지시설·가정위탁 등 가정외 보호 아동·청소년에 대한 의무적·우선적 진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상 성과 중심 지원방식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장기적 관점의 사례관리 체계 구축과 종합지원센터 시범사업 도입을 제안했다.
송연숙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현장에서 활동하며 '경계선지능인은 실존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국가가 맡아야하는 국민의 실존을 시민단체가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이사장은 법 제정을 통해 경계선지능인의 법적 지위와 제도적 보호근거를 마련해야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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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에서부터 최윤경 한국공학대학교 연구교수, 이재경 한신대학교 연구교수,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 배은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7일 진행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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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적절한 진단과 발굴에 실패한 취약계층 경계선지능인은 철저하게 배제된다"며 생애주기 내 전환기마다 반복되는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인기 자립지원 부재로 인해 부모가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다가 죽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부담이 극심하며, 은둔고립청년·중장년 고독사·미혼모 문제 등 사회문제와도 깊게 중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복지지원은 한국 사회 여러 난제를 풀어낼 실마리"라며 평생토록 지속되는 이들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복합적, 다면적인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윤경 한국공학대 연구교수는 "경계선지능인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복지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주로 언급됐던 경계선지능인의 정의 문제를 짚었다. 최 교수는 "DSM-5는 진단 기준을 지능 중심에서 적응기능 중심으로 전환했다"면서도 "이 변화는 경계선지능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능지수 하나로 포착되지 않는 지원 필요군을 더 정확히 발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외에는 개별법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외는 통합된 다층적 복지·교육·고용 체계 안에서 개별법 없이도 지원이 가능하다"면서도 "한국은 장애/비장애 이분법으로 인해 제도적 공백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애주기 전환기마다 발생하는 지원 단절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 중심의 범정부 협의체, 중앙–광역–기초를 잇는 사례관리 기반 전달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이어 "경계선지능인 지원법은 새로운 집단을 만드는 법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던 국민을 국가책임 아래로 포괄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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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열린 입법공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질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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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능지수 중심 기준의 한계를 지적하며 "어떤 평가 지표가 적절한가"를 질문했다. 이에 이재경 교수는 "1차 선별은 지능지수를 활용하되, 심층 진단에서는 적응기능 평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윤경 교수 역시 "한국은 해외와 제도 조건이 달라 한국형 통합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공청회 전반에서 경계선지능인의 정의·선별 기준 문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법안소위 이후에도 이번 공청회 내내 핵심 논점으로 다뤄졌다.
주무부처 및 보건복지부 내 담당부서에 대한 질의도 다수 나왔다.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이 주무부처에 관한 내용을 묻자 손호준 보건복지부 국장은 "생애주기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교육·고용 등 타 법과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여러 의원들은 "컨트롤타워는 복지부가 맡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고, 손 국장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처럼 부처마다 역할을 미루는 '핑퐁 구조'로는 전환기 단절을 해결할 수 없다"며 "경계선지능인 지원은 발굴–교육–고용–복지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복지부 중심의 조정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의원(국민의힘)은 "현재 복지부 인력과 조직만으로는 경계선지능인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경계선지능인 문제는 여야와 정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인 만큼, 복지부가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추가적인 재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애주기 전체의 복지욕구를 세밀하게 챙길 수 있는 곳은 결국 복지부뿐"이라며 복지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지난해 7월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된 '경계선지능인 지원 방안' 이후, 복지부의 후속 계획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실태조사 이후 구체적 추진 계획을 물었으나, 손호준 국장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처별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면서도 "복지부 차원의 내년도 예산은 별도로 배정되지 않았다"고 답해 우려를 낳았다.
당시 부처합동 논의 과정에서 국방부 등 주요 부처가 포함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은 "군 복무 과정에서 경계선지능인이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음에도 국방부가 논의 테이블에 없었다"며 "관계부처 연계가 되지 않으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후반부에서는 군 복무 문제, 미혼모 지원, 직무상 의무자 제도 등 현안이 추가로 논의됐다. 의원들은 "경계선지능인은 이미 존재하는 국민이며, 이들을 외면해온 것이 문제"라며 법적 근거 마련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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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미화 의원이 마지막 발언을 하며 이번 공청회의 의미를 짚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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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화 의원 또한 "공청회에서 복지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기대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며 "논의된 내용을 반영해 앞으로 어떻게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의원실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공청회는 그동안 개인·가족·민간이 감당해온 무거운 부담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첫 관문으로 평가된다. 여야를 막론한 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향후 입법 논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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