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년지기의 책을 읽다가 눈물이 '왈칵'한 순간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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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자 산문 <삶은 도서관> 붉은 공작단풍 나무의 계절인 가을에 벚꽃 같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
| ⓒ 이수정 |
손만두처럼 먹음직스러운 이야기
작가의 책을 읽으면 어쩌면 이렇게 딱 안성맞춤인 표지색을 입혔을까 싶다. 책을 펼치면 그런 표지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위트 있고 생동감 넘치면서, 일상의 따뜻함과 진솔함이 오롯이 녹아 있다. 거창하지 않다.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오늘 겪었을지도 모를 '바로 그 이야기들'이 작가의 손끝을 지나 조물조물 다듬어져, 마치 손만두 빚듯 먹음직스럽게 차려진다.
우리는 모두 공간에 머문다. 대개 일상적으로 집과 일터가 가장 우리가 오래도록 머무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운명이란 있는 것인가 보다. 결국 타고난 글꾼 인자 작가는 중년이 되어 마치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맞춰 입듯이 천지가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어쩌면 오랜 세월 애써 외면하듯 글쓰기와 떨어져 있었지만 '운명의 끌어당김'은 인자 작가를 다시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게 했다. 그 수많은 책들의 들숨 날숨에 작가는 결국 다시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도서관은 작가에게 유쾌하다. 그의 눈과 귀에 비친 도서관은 절대 조용하지 않다. 사람들의 이야기, 책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로 늘 소란스럽다. 잔잔한 미소와 폭소와 먹먹함이 하루에도 몇 번씩 뒤섞이며, 도서관은 작가에게 삶의 축소판이자 끝없는 글감의 보고가 되었다. 다시 읽는 기쁨, 쓰는 기쁨,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쁨을 선물한 공간. 이 책은 그렇게 유쾌하고 따뜻하다. 유쾌한 인자작가의 도서관 세상은 이렇게 유쾌하게 시끌시끌 재미나다. 그 일부를 옮겨 본다.
퇴화하는 것은 청력만이 아니다. 기억력도, 순발력도 예전 같지 않다. 생각해 보면 퇴화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마음 뿐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보청기를 끼는 그날까지. 나는 '마음의 소리'라는 보조 배터리를 완벽히 가동해 볼 생각이다.
- <'젓가락 살인'은 우리 도서관에 없습니다> 중 일부 발췌.
2부 인생의 서가
봉합의 달인 닥터 허가 남긴 깊은 치유의 여운처럼, 우리는 오늘도 책이 입은 상처와 흉터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 이 연결이야말로 도서관에서 대일같이 펼쳐지는 가장 본질적인 치유 행위이자 다정한 의식이다.
- <책 봉합의 달인, 응급 닥터 허> 중 일부 발췌.
3부 서가의 안쪽
언제나 완벽한 추천일 수는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라면, 조용히 북카트 위에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반납 뿐 아니라 '반품'도 언제든 환영한다. 우리는 당신의 취향을 존중하고, 그 여정을 응원하는 도서관의 대출 상담 가니까.
- <우리는 대출 상담가> 중 일부 발췌.
4부. 추억의 서가
이 샛노란 파일의 주인도, 어쩌면 나처럼 당황스러운 실수가 빚어낸, 웃음 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간직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라, 내가 잃어버렸던 추억 하나를 되찾은 기분으로 분실물 보관함의 문을 닫았다. - <클리어 파일 실종사건> 중 일부 발췌.
인자작가는 나와 삼십년지기 친구이다. 우리는 같은 학과 동기이다. 우리의 진한 우정의 시작. 그 상징적인 책이었던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이번 인자 작가의 책은 첫 시작부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해 주었다. 중간중간에는 큰소리로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5부 꿈의 서가를 읽다가 <여전히 우리의 생은 '생의 한가운데' 있다>에 나오는 우리의 이야기에 그만 눈물이 왈칵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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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표지 |
| ⓒ 싱긋 |
낡은 책 한 권이 반납되었다. <생의 한가운데>. '반갑다 친구야'. 나는 낡은 책의 표지를 어루만지며 속으로 외쳤다. 이 책은 30년 전 내 친구가 읽었던 책이자,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상징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방금 읽은 책 제목도 가물가물한 판국에 그 옛날 친구가 읽은 책을, 기억하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잠시 생의 시계를 내 청춘의 한가운데로 돌리려 한다. P. 223.
스무 살의 내가 이해하기에는 니나의 생은 너무나 복잡하고 뜨거웠다. 읽고 싶었으나, 끝내 읽히지 않던 책. 하지만 이제는 다시 읽을 수 있으리라. 여전히 우리는, 생이 끝나는 그날까지도, 저마다의 생 한가운데를 헤매고 있을 테니까. P.226
- <여전히 우리의 생은 '생의 한가운데' 있다> 중 일부 발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의 친구이자, 인자 작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우리는 여전히 '생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인자 작가로서의 삶의 시계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나의 친구 인자작가의 그 발걸음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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