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1년차' 김수지, 여전히 건재한 맏언니

양형석 2025. 11.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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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6일 정관장전 5블로킹 포함 9득점 활약, 흥국생명 3-0 승리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외국인 선수가 없는 정관장을 완파하고 승점 3점을 적립했다.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25-14,25-20)으로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엘리사 자네테가 부친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정관장을 상대로 1시간 15분 만에 3-0 완승을 거두면서 2위그룹에 승점 3점 뒤진 5위로 올라섰다(3승5패).

흥국생명은 레베카 라셈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52.94%의 성공률로 21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최은지가 8득점, 아닐리스 피치가 6득점, 김다은이 5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왼쪽 새끼손가락을 다친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2경기째 결장했지만 팀 블로킹에서 11-5로 정관장을 압도했다. 흥국생명의 맏언니 김수지가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중앙을 완벽하게 지배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흥국생명-기업은행 거친 미들블로커
 김수지(왼쪽)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절친' 김연경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 선수이자 지도자 김동열 원곡중 감독과 홍성령 전 원곡중 코치의 두 딸 중 장녀인 김수지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배구여제' 김연경과 안산서초, 원곡중,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를 함께 다닌 오랜 친구 사이다. 원곡중 시절까지는 키가 늦게 자란 김연경 대신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을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였던 김수지는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입단했다.

김수지는 현대건설에서 정대영, 양효진 같은 뛰어난 미들블로커 파트너를 만났고 2010-2011 시즌 챔프전 우승 멤버로 활약했지만 뛰어난 이동공격에 비해 블로킹이 뛰어난 미들블로커는 아니었다. 현대건설에서 9시즌 동안 활약한 김수지는 2014년 계약 기간 3년, 연봉 1억7000만원에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물론 김수지가 흥국생명으로 이적했을 때 김연경은 V리그를 평정하고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흥국생명 이적 후 팀의 핵심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김수지는 이적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5-2016 시즌 세트당 0.47개의 블로킹과 함께 287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그리고 2016-2017 시즌 세트당 0.64개의 블로킹으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0득점을 기록하면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하고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하지만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1승3패로 패했다).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계약 기간 3년 연봉 총액 2억7000만원의 좋은 조건에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에서 활약한 6시즌 동안 김수지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30대에 접어들면서 블로킹 감각은 더욱 노련해졌지만 아무래도 공격에서는 현대건설이나 흥국생명 시절의 파워를 기대하기 힘들었고 그에 따라 공격 점유율도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성기가 지나가는 듯 했던 김수지는 2022-2023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블로킹(세트당0.69개)과 서브(세트당 0.19개), 이동공격(38.71%) 5위를 기록하며 한 시즌 개인 최다득점 기록(303점)을 세웠다. 그렇게 또 한 번 FA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2023년4월 흥국생명과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3억1000만원에 FA계약을 체결했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절친' 김연경과 같은 팀에서 활약하게 됐다.

주전 미들블로커 부상 속 노익장 발휘
 김수지(오른쪽)는 피치와 이다현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는 중에도 흥국생명의 중앙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김수지는 흥국생명에서 이주아(기업은행)와 함께 전·현직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콤비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적하자마자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세트당 블로킹 0.45개와 함께 155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흥국생명 역시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우여곡절 끝에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김수지의 데뷔 구단이었던 현대건설에게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이 좌절됐다.

흥국생명은 작년 FA시장에서 이주아가 팀을 떠났지만 새 아시아쿼터 피치가 블로킹(세트당 0.82개)과 이동공격(52.96%) 2위에 오르는 등 46.85%의 성공률로 373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피치와 짝을 이룬 김수지는 정규리그에서 세트당 0.46개의 블로킹으로 피치를 보좌했다.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정관장을 3승2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김수지는 현대건설 시절이던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팀의 핵심선수 김연경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김수지와 포지션이 겹치는 미들블로커 이다현을 FA로 영입했다. 지난 시즌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던 이다현과 피치가 이번 시즌 주전으로 활약할 경우 김수지의 입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피치와 이다현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요시하라 감독은 맏언니 김수지를 찾았다.

흥국생명은 아시아쿼터 피치가 부상으로 개막 후 3경기에 결장했고 최근 2경기에서는 이다현이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했다. 하지만 주전 미들블로커들이 부상으로 결장할 때마다 김수지가 빈자리를 채우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9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던 김수지는 16일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3세트 동안 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블로킹 10위(세트당0.54개)에 이름을 올렸다.

김수지는 V리그 원년부터 활약하고 있는 임명옥(기업은행)과 황연주(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이어 리그에서 3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다(1987년생). 게다가 이번 시즌이 끝나면 2023년에 맺었던 흥국생명과의 3년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현역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역대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최다 출전(53경기)에 빛나는 '백전노장' 김수지의 활약은 배구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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