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톡방에 폐경 사실 알린 엄마가 털어놓은 이야기

김주희 2025. 1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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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딸이 '폐경'을 묻다 ④] "인생의 절반은 폐경 이후의 삶" 다른 삶에 대한 기대 생겨

'갱년기 여성'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열을 내고 있는 여성일까요. 정말 그 모습 뿐일까요. 여성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할 폐경에 대해 우리는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20대 딸 4명이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에게 폐경을 물었습니다. 여성들의, 우리 엄마의, 그리고 언젠가는 나의, 우리의 이야기가 될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질문으로 남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김주희 기자]

▲ 실제 마혜숙 씨의 가족 단체 메시지방 캡쳐본 (1) 마혜숙씨가 폐경 진단 후 가족 단체 메시지방에 폐경 소식을 알린 부분. 그리고 그 당시 마혜숙씨 가족의 대화 내용.
ⓒ 김주희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폐경. 학교 수업 도중에 처음 알게 됐다. 다른 엄마들은 보통 폐경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폐경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드문 일이라는 걸 말이다. 엄마가 가족에게 폐경을 알린 방법은 비장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엄마는 폐경 소식을 가족 단체 메시지 방을 통해서 전했다.

엄마 : "오늘은 엄마를 위한 파티. 폐경되셨답니다."
아빠 : "헐, 뭐 사줄까요? 🧡"
딸 : "헉 파티하자."

우리 엄마, 마혜숙씨는 2024년 1월 25일. 폐경, 완경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부터 점점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잠도 잘 오지 않고, 열이 확 올랐다 내렸다 하는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산부인과 검사 결과, AMH(항뮬러관호르몬) 수치가 거의 0에 수렴했단다. 그렇게 폐경 진단을 받았다.

엄마는 산부인과에서 나오자마자 단체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의 폐경 소식은 그저 그날, 우리 가족 메시지 방 하나의 소식이었을 뿐이었다. 아빠는 엄마의 폐경을 축하하기 위한 꽃들과 복권을 사 왔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저녁에 모여 앉아 치킨을 먹으며 축구를 봤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폐경 진단 받은 엄마의 기분

엄마는 그때 꽤 덤덤했다고 했다. 건강을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부작용을 걱정하는 약이긴 하지만, 그래도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엄마는 폐경, 완경이라는 얘기를 듣고 우울하지는 않았어?"
"딱히?"

폐경을 진단 받은 뒤, 많이들 느낀다는 우울감에 대해서 물었다.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고 했다.

"이제 지금까지 살아온 여자로서의 인생과는 다른 인생이 펼쳐지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혜숙씨가 더 크게 느낀 것은 '건강, 갱년기'였다.

"폐경, 완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제야 이해되는 것들이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던 것이었구나 알게 됐어. 건강을 챙기는 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 실제 마혜숙 씨의 가족 단체 메시지방 캡쳐본 (2) 마혜숙씨가 폐경 진단 후 가족 단체 메시지방에 폐경 소식을 알린 부분. 그리고 그 당시 마혜숙씨 가족의 대화 내용.
ⓒ 김주희
"자궁도 40년 일했으면 늙는 게 당연해"

엄마에게 왜 폐경을 밝혔냐고 물었다. 혜숙씨는 "폐경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살면서 누구나 어디가 아픈 일이 생기고,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바뀌듯, 폐경도 당연한 거야"라고 말했다.

"자궁이 40년 가까이 열심히 일했는데 그 정도 일했으면 이제는 당연히 늙는 거잖아."

혜숙씨는 예전에 자궁경부 원추절제술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수술 이후 6개월에 한 번씩은 꼭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아왔다. 혜숙씨는 "폐경을 조금 더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산부인과에 자주 방문하기 때문"이라며 "병원에 자주 가다 보니, 폐경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느덧 폐경을 맞이한 지 2년이 되어가는 혜숙씨는 요즘은 별다른 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갱년기 증상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하는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면서 이 증상에도 적응이 되더라고.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살이야. 폐경이 온 뒤로는 살이 쉽게 빠지지 않더라고."

그렇게 혜숙씨는 달라진 몸의 변화에 '덤덤하게' 적응 중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폐경을 맞이할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혜숙씨에게 물었다.

"당당하게 살아요 우리. 누군가에게는 폐경이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과정일 수도 있고, 가정 환경에 따라 쉽게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가족이 아니면 누구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겠어요. 인생의 절반은 폐경 이후의 삶이에요. 스스로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밝혀보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엄마의 폐경을 맞아 가족들이 파티를 열었다. AI 생성 이미지
ⓒ ch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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